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한승원 지음 / 푸르메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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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그 사람들 모두 가수가 되거나 화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있지만 모두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는 따로 있다. 그저 기분에 흥얼거리는 노래와 가수가 재주를 다해 뽑아내는 노래가 차이가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작가가 아닌 사람이라도 어떤 글을 쓰든 잘 쓰려고 한다면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도를 물으러 온 제자에게 문득 도끼를 내주면서 뒤안의 장작을 패라고 말하는 선사처럼 처음에 저자는 글쓰기의 기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이 글쓰기란 무엇인가, 어떤 정신으로 글쓰기에 임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 책의 거의 절반을 할애하고 있다. 아직은 도를 들을 준비가 안 된 것이리라.




첫째 글의 제목부터 심상찮다. ‘글은 자기 깨달음의 기록이다.’(p.17) 이 얼마나 심오한 철학적 언사인가. 글쓰기가 단순히 글자의 나열이 아니라 생명력을 가진 춤사위라는 것을 일러주는 말이다. 또한 글쓰기를 비롯한 ‘모든 예술은 결국 생명력을 예찬하는 것’(p.24)이며, ‘글을 쓴다는 것은 우주의 행위나 말을 인간의 말로 번역하기’(p.31)이라고 말한다. 평생을 연마한 글쓰기의 명장이 한 말이니만큼 무겁게 와 닿는다.




좋은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먼저 정신이 명징(明澄)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생명을 가진 것과 갖지 못한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 세밀하고 깊이 있는 관찰과 심사숙고를 통해서 마치 연꽃이 물속에서 올라와 피어나듯이 글을 풀어야 한다. 이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런데 글쓰기 솜씨는 타고나는 것인가. 일찍이 추사체로 유명한 완당 김정희 선생은 평생 열 개의 벼루를 구멍 내고 천 개의 붓을 닳아 없앴다고 한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으면 글쓰기에 미쳐서 끊임없이 쓰고 고치길 반복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른바 유명한 작가들도 모두 그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나는 본래 감수성이 무딘데다가 시, 수필 등을 별로 읽어보지 않아서 아직까지 글의 예술성을 알지 못했다. 글이란 그저 정보를 싣고 전달하는 수레의 역할에 머무른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저자가 <예문>으로 제시한 시와 수필을 읽으면서 ‘문학이 진정 예술이구나’ 하는 감탄을 저절로 하게 되었다.




며칠 전 퇴근하는데 나무에서는 노랗게 물들은 은행잎들이 바람에 떨어져 날리고 길바닥에는 은행잎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쌓여 있었다. 무언가 가슴에서 감흥이 일어나는 듯 했지만 뭐라 형용할 길이 없었다. 그날 밤 이 책을 읽고 있는데 p.137에서 ‘길바닥에 깔린 노랑나비 떼의 시체 같은 낙엽’이라는 글을 보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고야 말았다. 바로 이 감흥이었던 것이다.




불가에서는 인간의 온갖 번뇌를 일컬어 ‘108번뇌’라고 한다. 이 책의 소제목이 108가지인 것이 일부러 108번뇌에 그 숫자를 맞춘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맞아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처의 말씀이 온갖 번뇌를 잊게 하듯 이 책은 글쓰기의 어려움을 일소하게 해줄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가진 사람을 보고 ‘도통(道通)’했다고 한다. 만약 더 깊이 있고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고,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이 책을 통하여 글쓰기에 도통한 선생의 조언을 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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