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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 내려 놓으라
지명 스님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경제가 어렵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남들로부터 이런 소리를 듣지 않아도 내가 먼저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 뉴스에 증권사의 모씨가 자살했다고 한다. 얼마나 괴롭고 어려웠으면 산 목숨을 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참 안타깝다. 왜 사람은 이렇게 괴로워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지명 스님이라는 분이 쓴 것으로, 불교적 관점에서 인생살이에서 오는 희노애락에 대해 써놓은 것이다. 비록 불교적 관점이지만 불교를 신앙으로 하지 않는 내가 읽기에도 공감가는 내용이나 배울 점이 참 많았다.
부처는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고해(苦海)'라고 했다. 어려서 부모의 그늘에서 살 때는 느끼지 못하다가 그 그늘에서 벗어나 세상에 나와 책임을 져야 하는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 그 '괴로움의 바다'라는 말이 얼마나 적절한 표현이었는가를 절감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하루를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어려움과 고통과 갈등, 다툼에 직면하여, 그야말로 '괴로움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댄다. 물론 그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때때로 그 괴로움을 때로는 상쇄시키지만, 그래도 역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제의 걱정을 겨우 해결했더니 오늘 또 다시 그보다 더한 걱정이 생긴다. 이승이 끝나는 날까지 그것도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불교에서는 이승이 끝난다 하더라도 계속된다고 한다. 바로 '윤회'에 의해 다음 생까지 계속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 속에서 간간이 '무(無)'와 공(空)'을 언급한다. "무(無)'자가 무조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된 고정적 실체에 대한 집착을 지우기 위해서, 또 물질은 물론 정신까지도 영원불변하지 않음을 알리기 위해서"(p.17)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고통을 당하고 괴로워 하는 것은 바로 '집착(執着)'때문이라고 한다. 남보다 더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 맛있는 음식, 잘난 명예, 권력 등을 얻고자 하는 욕망과 그것에 집착하는 자신으로 인해 스스로 고통을 당한다는 것이다.
불가에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는 말이 있다. '세간, 출세간에 오직 자신만이 존귀하다'니, 어쩌면 오만한 말이지만, 실제는 이 세상의 중심은 자기 자신이며 세상 만사가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一切唯心造)는 뜻일 것이다. 욕망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만 있다면 삶이 주는 괴로움,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대부분이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상(相)'만을 보고, 그것이 본질인 것처럼 여긴다. 나의 존재도 그 '상'에 한정해서 생각한다. 이 육신과 이 변화무상한 마음도 모두 '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허상(虛狀)'일 뿐, 본질적인 '나(眞我)'는 아닌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언젠가는 바람에 흩어져버릴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허상에 치장하기 위해서 삶을 탕진한다. 이로 인해 날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심하면 생 목숨을 끊고야 마는 것이다. 이제 '그것을 내려 놓아야' 할 때이다. 무거움때문에 괴로워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려놓으면 괴로워할 것이 없다.
이상은 이 책을 읽고서 느낀 점을 대강 써본 것이다. 이 책 읽기를 다 마친 내 자신은 과연 그 짐을 내려놓았는가? 유감스럽게도 영 아니다. 하지만 느끼는 점은 많았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