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쇼크 - 부모들이 몰랐던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생각 자녀 양육 시리즈 1
애쉴리 메리먼 외 지음, 이주혜 옮김 / 물푸레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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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이들이 커갈수록 좋은 부모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더 느낀다. 흔히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행동거지를 보면 그들이 자라는 가정환경과 부모의 교양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겠다. 따라서 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하는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는 먼저 부모가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사회성, 도덕성, 교양, 생활습관 등이 모범이 될 만큼 훌륭하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좋은 부모가 되려면 꾸준한 수양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더불어 아이들을 잘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잘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책들을 찾아 읽어보고 있다. 그런데 그런 류의 책들이 모두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어느 책에서 일러준 대로 아이들을 대하다가 다른 책을 읽은 후에는 오히려 헷갈려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지금 이 책도 이 점에 대해서 또 하나의 갈들을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이 중요한 점은 모두 실제적인 실험과 경험 통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다분히 사변적인 책들에 비해 매우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먼저 제 1 장 ‘칭찬의 역효과’를 보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제목의 유명한 책이 있다. 이제는 책제목이 아니라 하나의 격언으로 더 유명한 말이 되었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많은 칭찬을 하면 아이들은 자신감을 얻고 더 분발하려는 의지를 갖게 된다. 하지만 잘못 적용된 칭찬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구체적 상황을 담보하지 못한 일반적이고 무조건적인 칭찬들은 오히려 해롭다고 한다. ‘넌 원래 똑똑해’, ‘넌 항상 최고야’, ‘너를 우리는 믿어’와 같은 칭찬은 아이의 자긍심을 길러줄 수는 있으나 오히려 도전 의식이나 자발성을 저해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쉽게 좌절하는 성향을 길러줄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칭찬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해 칭찬하고, 부모는 칭찬할 때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진정성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 잘 살아간다는 것에 중요한 요소는 끈기를 갖고 쉽게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다. 즉 중요한 것은 끈기를 기르는 것인데, 간혹 칭찬과 같은 잦은 보상은 끈기를 기를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식물에 비유하면 칭찬은 비옥한 거름과 같은 것이어서 식물이 크고 무성하게 자라게 하지만 체질을 무르게 하고 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게 하는 것과 같다 할 수 있겠다.


 

2장 ‘잃어버린 시간’에서도 매우 중요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바로 아이들의 수면에 관한 것이다. 내 아이들도 그렇지만 현재의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학습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제대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옛날에는 저녁 9시 정도만 되면 아이들을 잠자리에 들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밤 10시를 넘기는 것은 보통이고 11시를 넘기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실험관찰에 의하면 사람은 21세까지 뇌가 발달한다고 한다. 다른 신체의 성장도 그렇지만 뇌의 발달 역시 수면 중에 대부분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충분한 수면이 보장되었을 때 뇌의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요즘 아이들은 충분히 수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뇌의 발달에 심각한 저해를 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험에 의하면 한 시간의 수변 부족은 인지적 성숙과 발달 면에서 2년 치의 손실과 맞먹는다고 하고, 수면장애는 납에 노출된 것만큼 아동의 지능을 해칠 수도 있다는 충격적 발표도 있다. 또한 당연하겠지만 수면은 작업 수행, 정서적 안정, 비만, 우울증, ADHD와 같은 질병과도 관련성이 밀접하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이 외에도 아이들의 거짓말, 영재 선발의 문제점, 청소년기 반항, 인종 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 관찰과 실험에 근거하여 일상의 편견을 깨뜨리는 흥미롭고 충격적인 내용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이 이미 산처럼 쌓여 있는 양육에 관한 책들에 또 하나의 탑돌을 올려놓는 경우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부모가 되어서 아이들을 잘 키워내고 싶은 부모님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책이 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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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 후 - 10년간 1,300명의 죽음체험자를 연구한 최초의 死後生 보고서
제프리 롱 지음, 한상석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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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결국에는 죽는다. 나라고 하는 존재는 소멸되고 생명력이 사라진 몸뚱이는 서서히 부패하여 흰 뼈만 남기고 자연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것을 생각하면 우선 무서움에 몸서리치게 된다.

 

 하지만 예로부터 많은 종교에서는 죽음이 끝이 아님을 역설해 왔다. 불교에서는 영혼이 윤회를 거듭한다고 했고, 기독교에서는 영혼이 남아 생전에 행한 선악에 따라 하느님으로부터 심판을 받는다고 했다. 신실한 종교인들은 그 가르침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믿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 가르침이 진실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나도 그러한 가르침에 대해서 진실로 여기지 않은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임사 체험이라는 현상을 통해 죽음 이후의 상황을 추론하여 서술하고 있다. 임사 체험이란 의학적으로 사망하였다가 살아난 사람이 겪은 일을 말한다. 여기서는 사망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까지 포함하고 있다. 특징이라면 단순히 한두 건의 체험을 가지고 쓴 책이 아니라 각 국에서 수집한 무려 1,300건 이상의 임사 체험을 과학적 방법으로 분석하고 추론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의 저자 자신이 종양학 박사로서 체계적인 과학적 학습 방법을 배운 사람이라는 점도 서술의 신빙성을 더한다.


 

 회의주의자들은 임사 체험을 단순히 죽어가는 순간에 뇌의 이상 활동에 의한 환상이나 그 사람이 처한 사회의 문화적 학습에 의해 습득한 지식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심장이 멈추고 뇌파가 정지한 사람의 뇌에서 어떠한 활동이 있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체험자가 자라온 과정에서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해서 학습되었다가 죽다 살아난 후에 이전에 학습되었던 것을 단순히 서술하는 것이라면, 문화가 다른 각 민족이나 국가 간에 임사 체험의 내용이 달라야 할 것이고, 특히 충분히 학습 기회를 갖지 못한 아이들의 임사 체험은 분명 일반적인 체험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각 민족이나 국가를 막론하고, 성인이나 어린이를 아울러서 임사 체험은 몇 가지의 공통적인 부분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주관적 경험 서술이 아니라 매우 객관적인 사후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많은 임사 체험자들의 체험담을 싣고 있는데, 많은 경우 죽어 가는 과정에서 영혼이 육체와 분리되는 유체이탈 현상을 겪는다. 놀라운 것은 유체이탈 상태에서 목격하였거나 들었던 내용을 살아난 후에 확인해보면 맞는다는 것이다. 병실이나 죽어가는 장소를 벗어난 곳에서 보았던 것도 나중에 찾아가 보면 확인이 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유체이탈 후에는 어떤 밝은 빛을 보게 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인격체, 즉 천사와 같은 존재나 이미 사망한 친척이나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곳으로 가고 싶지만 어떤 유리벽 같은 것이 앞을 막고 있는 것을 느끼고 되돌아와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정신력과 인지 상태는 매우 뚜렷하고 예민하며, 시각과 청각도 매우 선명하다. 또한 육체와 분리된 상태가 불안한 것이 아니라 매우 편하여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임사 체험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후에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서 자신과 자신의 삶, 타인과 타인의 삶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으며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떤 임사체험자의 경우에는 예지력이 생기거나 타인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도 했다. 또 질병으로 인해 임사체험을 한 경우에는 그 치명적인 질병이 저절로 낫는 경우를 관찰하기도 했고, 간혹 질병 치유 능력을 갖게 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죽다 살아난 모든 사람이 임사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임사체험을 하지 않으면 상기한 경험이나 능력이 생겨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육체가 죽으면서 분리될 수 있는 영혼을 모든 사람이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인지, 이 점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이 점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연구를 하여 결과물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을 들으면서 서평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경멸하지 않는 이상,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좀 더 가치 있게 사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 시 ‘죽음’이라는 우울한 주제에 대한 탐구 속에서 오히려 작은 감동과 ‘삶에 대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기를 바라며, 책을 닫 는다.”(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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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경계에 서다 - 100년 전 그날, 만주벌판을 향해 떠났던 선조들의 숨겨진 역사
이종걸 지음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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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 이회영.

독립운동사에 조그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름이다. 조선이 망하자 여섯 형제와 그 가족이 전 재산을 들고 만주로 망명해서 독립운동에 투신했다는 정도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제 35년이 지나는 동안 여섯 형제분 가운데 다섯 분은 세상을 떠나고 막내인 이시영만이 광복된 조국에 돌아와 반쪽의 나라에서 초대 부통령을 역임하였다는 것도 알만 한 사람은 아는 이야기다.

이 책은 그 분의 손자인 국회의원 이종걸이 할아버지의 행적을 찾아 유적지를 견학하면서 느낀 소회를 하나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당 선생 등은 나라가 망하자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만나 함께 만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 할 것을 결의하고 만주를 사전 조사하고 망명을 결행하였다. 우당 선생이 갖은 고난과 고초와 가난과 병마를 이겨내면서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과정이 손자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쓰여 있다. 그리고 우당과 관계하면서 역시 독립운동을 하는 수많은 투사들의 행적을 볼 수 있다. 독립운동사를 전공하거나 특별히 관심을 갖고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과 가족을 희생해가면서 독립을 위해 싸운 그 많은 분들이 이름조차 잊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지고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가 이 만큼 풍요와 자유를 누리고 살 수 있는 것은 그 분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1부는 만주와 중국에서 우당 선생의 행적을 찾아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고, 2부는 국내에서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찾아보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조선이 망하자 음독 자결했던 매천 황현 선생이 자살 직전에 썼다는 절명시의 부분이 나온다. ‘내가 죽어야 할 의무는 없지만 국가가 선비를 기른 지 500년에 국가가 망하는 날 한 사람도 죽는 사람이 없어서야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 인간 세상 식자 노릇 어렵구나.’(p.180)

조선이 망할 때 많은 양반과 지식인들이 일본의 작위와 은사금을 받고 일신의 안녕을 도모했었다는 것을 돌아보면, 정말로 양심에 거리낌 없이 사람의 도리를 다하며 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이 시간 이 나라가 다른 나라에 의해 망한다고 할 때 과연 누가 이 나라를 위해서 자신의 재산과 목숨, 가족의 안위를 버리고서 독립에 뛰어들 수 있을까?


 

“같은 나라의 같은 사람이고, 같은 양반 사대부인데 망국에 임하는 자세는 이렇게 달랐던 것이다. 나라를 팔아먹는데 가담하는 사대부가 있는가 하면 이들이 팔아먹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압록강을 건너는 사대부가 있었다. 그리고 매천 황현처럼 지식인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결한 사대부도 있었다.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과연 100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p.24)


 

강화학파의 거두 이건창, 이건승 선생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분들의 조부가 병인양요 때 강화도가 프랑스 병사들에 의해 유린당하자 피난을 마다하고 동생과 같이 음독 자결한 이시원 선생이다. 이분의 마지막 말씀이 참으로 절절하다. ‘관원들도 다 도망을 가 순사한 자가 하나도 없는 마당에 향대부마저 도망을 가면 후세의 사가들이 무어라 하겠느냐’(p.192)

이건창 선생은 매천 황현의 지우였고 이건승 선생은 망명하여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쳤다. 이 책에 나오는 이시원, 이건창 선생의 퇴락하여 초라한 작은 분묘를 보면 이 나라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하는 한숨이 나온다. 조그만 행세를 해도 옛날 왕후장상 묘지 부럽지 않게 꾸미는 시대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묘를 이처럼 방치하고 있다니, 하는 분통이 저절로 터진다.


 

일본의 수상이 독도는 일본의 고유한 영토라고 또 다시 선언했다고 한다. 독도 분쟁은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 지배했다는 역사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독도는 일제가 1905년 러일전쟁을 치루는 과정에서 유명무실한 조선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자신들의 영토로 편입시킨 것이다. 다시 말하면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침탈하기 전에 전초전으로 독도를 강도질한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일제의 망령이 이 땅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순국선열들이 안다면 지하에서 통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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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비밀 - 누가 살고, 누가 죽는가?
안경전 지음 / 상생출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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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인도네시아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여 쓰나미 경보가 내려졌다는 뉴스가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5이상의 지진이 작년보다 배 이상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뭔가 이 세상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작년에는 신종플루라는 전염병이 온 지구의 인류를 공포에 밀어 넣었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재앙으로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만일 이 새로운 인플루엔자가 조류 독감 바이러스와 결합한다면 실로 상상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대재앙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과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지금이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한 세상이라지만 여전히 인간은 이러한 자연의 재앙 앞에서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역시 대자연 앞에서는 작은 존재일 뿐이라는 허탈과 무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무런 까닭 없이 이러한 재앙이 계속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 지구적 재앙은 우주의 순행 원리 상 비켜갈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그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다.

1년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로 되어 있다. 봄에는 만물이 싹을 틔우고 활동을 시작하고, 여름에는 활짝 피어서 무성하고, 가을이면 낙엽을 떨어뜨리고 열매를 맺으며 그 열매를 거둬들이고, 겨울이면 만물에 깊은 잠을 자게 된다. 우주에도 1년이 있고 사계절이 있다고 한다. 우주의 1년은 지구의 기준으로 360×360=129,600년인데, 바로 지금이 우주의 가을로 접어드는 때라고 한다.

 

동양에는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체계의 하나로써 오행(五行)이라는 것이 있다. 오행은 목, 화, 토, 금, 수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순서를 상생(相生)이라 하고, 수, 화, 금, 목, 토는 상극(相克)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계절에 오행을 대입하면 봄은 목, 여름은 화, 가을은 금, 겨울은 수인데,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봄이 되는 것은 상생의 관계로 되어 있으나, 유독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것은 상극의 관계로 되어 있다. 상극은 서로 다투고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억압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이 과정은 격렬한 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금은 우주가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때이기 때문에 지구상에 전 지구적인 재앙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덕목은 생존일 뿐이라고 한다.

 

이 책의 주장에 의하면 우주의 가을이 되면 지금 23.5도 만큼 기울어있는 지축이 똑바로 선다고 한다. 이것을 생각하면 지구가 바로 서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 이 책에서 가장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바로 전염병의 창궐이다. 엄청난 전염병이 전 인류를 강타하여 열 명 가운데 아홉은 죽는다고 한다. 그리고 하필이면 한반도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그럼 이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 다행스럽게도 그 방법이 있다. 첫째는 이러한 가을 개벽이 박두했다는 사실을 먼저 아는 것이고, 둘째는 상제님의 도법을 깨닫는 데 있다.

여기서 상제님은 100년 전에 이 땅에 직접 강림하신 강증산 상제님을 지칭한다. 자비로운 상제님은 병란(病亂)을 피할 수 있는 의통(醫統)의 길에 대해 일찍이 가르침을 주셨다. 그게 바로 ‘태을주(太乙呪)’인데, 이 주문을 지극정성으로 외우면 감히 질병이 범접할 수 없다고 한다.


 

유물론적 회의주의자 입장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황당무계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내용이다. 하느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직접 왔다는 것이나, 안중근 의사의 이등박문 저격도 상제님의 주술적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나, 제주도 바다 위를 날았다는 것 등을 쉽게 믿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가면 이 지구의 환경은 파괴되고 자원은 고갈되어서 결국 인간의 생존도 위협받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 위험을 상제의 강림과 우주적 순환 법칙이라는 은유를 빌어서 경고하고, 인간들로 하여금 반성하고 경계하며, 조심하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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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캐서린 호우 지음, 안진이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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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박사 과정에 있는 주인공 코니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외할머니의 집을 찾아 세일럼으로 간다. 그곳에서 우연히 성경책 속에 끼어져 있던 열쇠를 발견하고, 그 열쇠 안에서 조그마한 양피지에서 ‘딜리버런스 데인’이라는 글자를 읽는다.

딜리버런스 데인은 17세기 말 그곳 세일럼에서 벌어졌던 마녀재판에서 마녀로 판결되어 처형되었던 여인의 이름이었다. 주로 약초를 이용한 치료사였던 딜리버런스는 납 중독(당사자나 그 보호자였던 아버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으로 죽어가던 소녀를 치료하려다 실패하고, 딸의 죽음에 상실감이 컸던 그 아버지에 의해 마녀로 몰려 결국 재판을 거쳐 결국 교수형을 당하고 만다.

코니는 자신이 모계로 내려오는 딜리버런스의 후손임을 알게 되는데, 특이하게도 이 모계에서는 대대로 남편이 아내보다 반드시 더 일찍 죽는 것이었다. 코니 역시 남자 친구인 샘이 이름 모를 경련성 질환으로 생명이 위독해진다. 사실은 자신의 지도교수인 칠튼이 샘이 마시는 물에 약물을 탄 것이었다. 코니는 중간에 상실되었던 자신의 집안의 마법서를 발견하고, 그 안에 나온 마법을 이용하여 칠튼 교수를 물리치고 샘을 구한다.

이상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세일럼의 마녀재판은 미국에서 매우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는 보통 마녀재판이라고 하면 중세 유럽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여 자행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유럽과 북미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졌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어떤 사회가 하나의 도그마를 강요당하고 정치적으로 단일한 정책에 일률적으로 동원되면 반드시 그 사회 안에서 약자나 소외된 계층이나 개인을 타자화하여 핍박하고 살상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자유로운 본성이 억압당했을 때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최후로 하는 자학적 행위라고 본다.

그러므로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양한 의견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다양성이 보장된 사회야말로 가장 인간적이며, 가장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일 어떤 사회나 국가가 주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억압하고 탄압하고, 주류의 의견만을 고집하고 강제한다면 그 사회나 국가는 반드시 시스템의 효율성을 상실하고 결과적으로 정체와 퇴보의 지경에 빠질 것이다.

마녀 사냥 역시 기독교적 도그마가 강요된 유럽과 북미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상이었다고 판단된다. 유럽에서 간헐적으로 반복되었던 유대인에 대한 탄압도 이러한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소설은 역사적 사건을 기초로 하여 구성되었고, 등장인물도 당시 실제 마녀 재판에 관계하였던 인물을 상당히 인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만일 역사적 사건에 근거한 소설이라고 해서 이 책에서 다큐소설을 기대한다면, 결국 실망할 것이다. 이 소설은 거의 전적으로 가상의 소설일 뿐이다.

실지로 내 자신이 역사 속의 마녀재판을 사실적으로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다큐소설을 기대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오로지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는 적이 실망하였다. 특히 주문을 읽자 죽은 식물이 되살아나고, 손가락 끝에서 번개 같은 불빛이 나오고 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해리포터와 같은 판타지 소설이었다. 소설은 소설일 뿐 오해하지 말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내 자신이 이미 느껴버린 실망감마저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배경과 장면을 묘사하는 글이 매우 자세하다는 점이다. 이는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을 느끼게 하는데, 혹은 이로 인해 지루한 감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그 묘사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읽는다면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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