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 경계에 서다 - 100년 전 그날, 만주벌판을 향해 떠났던 선조들의 숨겨진 역사
이종걸 지음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우당 이회영.

독립운동사에 조그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름이다. 조선이 망하자 여섯 형제와 그 가족이 전 재산을 들고 만주로 망명해서 독립운동에 투신했다는 정도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제 35년이 지나는 동안 여섯 형제분 가운데 다섯 분은 세상을 떠나고 막내인 이시영만이 광복된 조국에 돌아와 반쪽의 나라에서 초대 부통령을 역임하였다는 것도 알만 한 사람은 아는 이야기다.

이 책은 그 분의 손자인 국회의원 이종걸이 할아버지의 행적을 찾아 유적지를 견학하면서 느낀 소회를 하나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당 선생 등은 나라가 망하자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만나 함께 만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 할 것을 결의하고 만주를 사전 조사하고 망명을 결행하였다. 우당 선생이 갖은 고난과 고초와 가난과 병마를 이겨내면서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과정이 손자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쓰여 있다. 그리고 우당과 관계하면서 역시 독립운동을 하는 수많은 투사들의 행적을 볼 수 있다. 독립운동사를 전공하거나 특별히 관심을 갖고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과 가족을 희생해가면서 독립을 위해 싸운 그 많은 분들이 이름조차 잊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지고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가 이 만큼 풍요와 자유를 누리고 살 수 있는 것은 그 분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1부는 만주와 중국에서 우당 선생의 행적을 찾아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고, 2부는 국내에서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찾아보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조선이 망하자 음독 자결했던 매천 황현 선생이 자살 직전에 썼다는 절명시의 부분이 나온다. ‘내가 죽어야 할 의무는 없지만 국가가 선비를 기른 지 500년에 국가가 망하는 날 한 사람도 죽는 사람이 없어서야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 인간 세상 식자 노릇 어렵구나.’(p.180)

조선이 망할 때 많은 양반과 지식인들이 일본의 작위와 은사금을 받고 일신의 안녕을 도모했었다는 것을 돌아보면, 정말로 양심에 거리낌 없이 사람의 도리를 다하며 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이 시간 이 나라가 다른 나라에 의해 망한다고 할 때 과연 누가 이 나라를 위해서 자신의 재산과 목숨, 가족의 안위를 버리고서 독립에 뛰어들 수 있을까?


 

“같은 나라의 같은 사람이고, 같은 양반 사대부인데 망국에 임하는 자세는 이렇게 달랐던 것이다. 나라를 팔아먹는데 가담하는 사대부가 있는가 하면 이들이 팔아먹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압록강을 건너는 사대부가 있었다. 그리고 매천 황현처럼 지식인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결한 사대부도 있었다.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과연 100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p.24)


 

강화학파의 거두 이건창, 이건승 선생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분들의 조부가 병인양요 때 강화도가 프랑스 병사들에 의해 유린당하자 피난을 마다하고 동생과 같이 음독 자결한 이시원 선생이다. 이분의 마지막 말씀이 참으로 절절하다. ‘관원들도 다 도망을 가 순사한 자가 하나도 없는 마당에 향대부마저 도망을 가면 후세의 사가들이 무어라 하겠느냐’(p.192)

이건창 선생은 매천 황현의 지우였고 이건승 선생은 망명하여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쳤다. 이 책에 나오는 이시원, 이건창 선생의 퇴락하여 초라한 작은 분묘를 보면 이 나라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하는 한숨이 나온다. 조그만 행세를 해도 옛날 왕후장상 묘지 부럽지 않게 꾸미는 시대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묘를 이처럼 방치하고 있다니, 하는 분통이 저절로 터진다.


 

일본의 수상이 독도는 일본의 고유한 영토라고 또 다시 선언했다고 한다. 독도 분쟁은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 지배했다는 역사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독도는 일제가 1905년 러일전쟁을 치루는 과정에서 유명무실한 조선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자신들의 영토로 편입시킨 것이다. 다시 말하면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침탈하기 전에 전초전으로 독도를 강도질한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일제의 망령이 이 땅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순국선열들이 안다면 지하에서 통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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