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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캐서린 호우 지음, 안진이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평점 :
역사학 박사 과정에 있는 주인공 코니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외할머니의 집을 찾아 세일럼으로 간다. 그곳에서 우연히 성경책 속에 끼어져 있던 열쇠를 발견하고, 그 열쇠 안에서 조그마한 양피지에서 ‘딜리버런스 데인’이라는 글자를 읽는다.
딜리버런스 데인은 17세기 말 그곳 세일럼에서 벌어졌던 마녀재판에서 마녀로 판결되어 처형되었던 여인의 이름이었다. 주로 약초를 이용한 치료사였던 딜리버런스는 납 중독(당사자나 그 보호자였던 아버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으로 죽어가던 소녀를 치료하려다 실패하고, 딸의 죽음에 상실감이 컸던 그 아버지에 의해 마녀로 몰려 결국 재판을 거쳐 결국 교수형을 당하고 만다.
코니는 자신이 모계로 내려오는 딜리버런스의 후손임을 알게 되는데, 특이하게도 이 모계에서는 대대로 남편이 아내보다 반드시 더 일찍 죽는 것이었다. 코니 역시 남자 친구인 샘이 이름 모를 경련성 질환으로 생명이 위독해진다. 사실은 자신의 지도교수인 칠튼이 샘이 마시는 물에 약물을 탄 것이었다. 코니는 중간에 상실되었던 자신의 집안의 마법서를 발견하고, 그 안에 나온 마법을 이용하여 칠튼 교수를 물리치고 샘을 구한다.
이상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세일럼의 마녀재판은 미국에서 매우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는 보통 마녀재판이라고 하면 중세 유럽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여 자행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유럽과 북미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졌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어떤 사회가 하나의 도그마를 강요당하고 정치적으로 단일한 정책에 일률적으로 동원되면 반드시 그 사회 안에서 약자나 소외된 계층이나 개인을 타자화하여 핍박하고 살상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자유로운 본성이 억압당했을 때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최후로 하는 자학적 행위라고 본다.
그러므로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양한 의견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다양성이 보장된 사회야말로 가장 인간적이며, 가장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일 어떤 사회나 국가가 주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억압하고 탄압하고, 주류의 의견만을 고집하고 강제한다면 그 사회나 국가는 반드시 시스템의 효율성을 상실하고 결과적으로 정체와 퇴보의 지경에 빠질 것이다.
마녀 사냥 역시 기독교적 도그마가 강요된 유럽과 북미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상이었다고 판단된다. 유럽에서 간헐적으로 반복되었던 유대인에 대한 탄압도 이러한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소설은 역사적 사건을 기초로 하여 구성되었고, 등장인물도 당시 실제 마녀 재판에 관계하였던 인물을 상당히 인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만일 역사적 사건에 근거한 소설이라고 해서 이 책에서 다큐소설을 기대한다면, 결국 실망할 것이다. 이 소설은 거의 전적으로 가상의 소설일 뿐이다.
실지로 내 자신이 역사 속의 마녀재판을 사실적으로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다큐소설을 기대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오로지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는 적이 실망하였다. 특히 주문을 읽자 죽은 식물이 되살아나고, 손가락 끝에서 번개 같은 불빛이 나오고 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해리포터와 같은 판타지 소설이었다. 소설은 소설일 뿐 오해하지 말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내 자신이 이미 느껴버린 실망감마저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배경과 장면을 묘사하는 글이 매우 자세하다는 점이다. 이는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을 느끼게 하는데, 혹은 이로 인해 지루한 감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그 묘사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읽는다면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