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 후 - 10년간 1,300명의 죽음체험자를 연구한 최초의 死後生 보고서
제프리 롱 지음, 한상석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누구나 결국에는 죽는다. 나라고 하는 존재는 소멸되고 생명력이 사라진 몸뚱이는 서서히 부패하여 흰 뼈만 남기고 자연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것을 생각하면 우선 무서움에 몸서리치게 된다.

 

 하지만 예로부터 많은 종교에서는 죽음이 끝이 아님을 역설해 왔다. 불교에서는 영혼이 윤회를 거듭한다고 했고, 기독교에서는 영혼이 남아 생전에 행한 선악에 따라 하느님으로부터 심판을 받는다고 했다. 신실한 종교인들은 그 가르침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믿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 가르침이 진실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나도 그러한 가르침에 대해서 진실로 여기지 않은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임사 체험이라는 현상을 통해 죽음 이후의 상황을 추론하여 서술하고 있다. 임사 체험이란 의학적으로 사망하였다가 살아난 사람이 겪은 일을 말한다. 여기서는 사망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까지 포함하고 있다. 특징이라면 단순히 한두 건의 체험을 가지고 쓴 책이 아니라 각 국에서 수집한 무려 1,300건 이상의 임사 체험을 과학적 방법으로 분석하고 추론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의 저자 자신이 종양학 박사로서 체계적인 과학적 학습 방법을 배운 사람이라는 점도 서술의 신빙성을 더한다.


 

 회의주의자들은 임사 체험을 단순히 죽어가는 순간에 뇌의 이상 활동에 의한 환상이나 그 사람이 처한 사회의 문화적 학습에 의해 습득한 지식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심장이 멈추고 뇌파가 정지한 사람의 뇌에서 어떠한 활동이 있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체험자가 자라온 과정에서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해서 학습되었다가 죽다 살아난 후에 이전에 학습되었던 것을 단순히 서술하는 것이라면, 문화가 다른 각 민족이나 국가 간에 임사 체험의 내용이 달라야 할 것이고, 특히 충분히 학습 기회를 갖지 못한 아이들의 임사 체험은 분명 일반적인 체험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각 민족이나 국가를 막론하고, 성인이나 어린이를 아울러서 임사 체험은 몇 가지의 공통적인 부분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주관적 경험 서술이 아니라 매우 객관적인 사후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많은 임사 체험자들의 체험담을 싣고 있는데, 많은 경우 죽어 가는 과정에서 영혼이 육체와 분리되는 유체이탈 현상을 겪는다. 놀라운 것은 유체이탈 상태에서 목격하였거나 들었던 내용을 살아난 후에 확인해보면 맞는다는 것이다. 병실이나 죽어가는 장소를 벗어난 곳에서 보았던 것도 나중에 찾아가 보면 확인이 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유체이탈 후에는 어떤 밝은 빛을 보게 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인격체, 즉 천사와 같은 존재나 이미 사망한 친척이나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곳으로 가고 싶지만 어떤 유리벽 같은 것이 앞을 막고 있는 것을 느끼고 되돌아와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정신력과 인지 상태는 매우 뚜렷하고 예민하며, 시각과 청각도 매우 선명하다. 또한 육체와 분리된 상태가 불안한 것이 아니라 매우 편하여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임사 체험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후에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서 자신과 자신의 삶, 타인과 타인의 삶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으며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떤 임사체험자의 경우에는 예지력이 생기거나 타인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도 했다. 또 질병으로 인해 임사체험을 한 경우에는 그 치명적인 질병이 저절로 낫는 경우를 관찰하기도 했고, 간혹 질병 치유 능력을 갖게 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죽다 살아난 모든 사람이 임사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임사체험을 하지 않으면 상기한 경험이나 능력이 생겨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육체가 죽으면서 분리될 수 있는 영혼을 모든 사람이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인지, 이 점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이 점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연구를 하여 결과물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을 들으면서 서평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경멸하지 않는 이상,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좀 더 가치 있게 사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 시 ‘죽음’이라는 우울한 주제에 대한 탐구 속에서 오히려 작은 감동과 ‘삶에 대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기를 바라며, 책을 닫 는다.”(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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