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론 이펙트 - 정의로운 인간과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0 그레이트 이펙트 8
사이먼 블랙번 지음, 윤희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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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고전을 읽은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마르지 않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사고의 능력’이라고 보면, 사고의 폭을 넓히고 깊게 하는 고전이야 말로 인간 문명의 보석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여기에서 꼭 요구되는 것은 읽는 자가 그것을 쓴 자의 명성이나 권위에 짓눌려 그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믿거나 따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고, 또 반골기질을 가진 자처럼 그 명성과 권위를 혐오하여 부조건 비판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전의 숲을 거닐면서 그 안에서 내 주관과 의지를 발휘하여 배우고, 사색하고, 의심하고, 추론하고, 내 생각을 곁들어 해석하고, 때로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어야 한다. 이러한 독서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사고 능력은 자연스럽게 넓어지고 깊어지며, 인간과 역사, 사물에 대한 통찰력이 싹틀 것이다.

서양 철학사, 아니 서양 문명사에서 플라톤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서두에서 인용하고 있듯이 화이트 헤드는 유럽 철학이란 플라톤 철학에 대한 일련의 주석이라고까지 말했다. 물론 이 책의 저자고 화이트 헤드의 말은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했으나, 플라톤을 긍정하거나 부정하거나 간에 서양 철학 전체가 플라톤이 드리운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매우 많은 플라톤의 저작 가운데에서도 <국가론>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플라톤이 자신의 철학적 사유가 충분히 숙성하였을 때 쓴 책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아테네가 스파르타와 한창 전쟁을 치르고 있던(펠로폰네소스 전쟁) 때에 태어나 아테네가 패전하고, 아테네의 민주 정치 체제가 퇴화하고 변질하면서 그 와중에 스승이자 친구였던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처형당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의 철학을 전개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서 플라톤의 철학을 바라보는 것이 플라톤의 사고를 좀 더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아무리 플라톤 같은 거두라고 하더라도 그 시대적, 공간적 배경의 영향은 결코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은 독자도 마찬가지인데, 독자도 자신이 처해져 있는 상황에 따라 같은 책이라도 해석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 책 <국가론 이펙트>는 <국가론>을 긍정적 입장에서 해석하거나 부정적 입장에서 해석한 책은 아니다. 플라톤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자는 오히려 그 점 때문에 플라톤과 얼마 간의 거리를 두고 ‘현대적’ 관점에서 ‘관찰자적’인 시각으로 플라톤에 대한 역대 철학자들의 저작을 참고하면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국가론>을 읽고 있다. ‘읽고 있다’는 표현은 이 책이 <국가론>을 주해한 책은 결코 아니기 때문에 쓴 것이다. 어쩌면 저자는 우리에게 고전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 준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그 책이 그 동안 독자의 상상력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 또 앞으로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이해를 구해보고자 하는 소박한 시도이다.”라고 이 책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관례적으로 <국가론>은 10권으로 나뉘는데, 이 책도 그 순서를 따라가면서 논란이 되는 부분을 발췌하고, 또 저자가 보기에 중요하다 싶은 부분을 드러내 역대 철학자들의 주장을 보여주거나, 과학적이고 현대적 관점에서 플라톤의 주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떻게 해석할 수 있으며, 어떤 오류가 있고, 어떤 점은 배울 점이 있는지 자신의 의견을 붙이고 있다.

칼 포퍼는 플라톤을 가리켜 사기꾼이라고까지 악평했다. 플라톤이 주장한 ‘철인 정치론’을 인간의 개성과 자유를 억압하고 학살하는 전체주의와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국가론>이 비록 그 안에 유토피아주의, 전체주의, 신비주의와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결과적으로 플라톤의 주장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고 말한다.

플라톤은 항상 ‘선’과 ‘도덕’을 이야기했으며, 마음에 ‘조화로움’이 있는 것이 곧 ‘선’의 상태이며, 조화로움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양심에 위배되지 않는 ‘순수한 상태’여야 하며, 이것이 곧 ‘행복’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플라톤의 뜻을 이해하고 그의 책을 읽는다면 칼 포퍼와 같은 악평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또 그의 주장이 국가나 국제 관계까지 확장해서 적용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겠지만, 개인의 도덕적이고 행복을 추구하는 삶에는 분명 교훈이 되는 점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비록 두껍지는 않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차분히 읽다 보면 내 지성과 이성, 도덕과 양심에 형언하기 어렵지만 무엇인가가 스며들어오는 느낌이 있을 것이다. 이것 또한 독서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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