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새로운 질병 덕에고통스럽지만 많은 것을 배우는 중이다. 놀라운 대체능력, 국민들의 성숙한 태도, 그리고 이제껏 본 적 없었던 새로운 바이러스의 정체라는 자연의 한 조각을파악했다. 소행성은 공룡을 포함해 지구 생명체 일부를 몇 차례나 멸종시켰지만, 그래도 지구에는 흐드러지게 생명이 꽃피었다. 위기를 이겨낸 우리의 마음속에도 언젠가는 봄꽃이 간질간질 피어나리라.
- P284

해와 달, 행성들이 지나는 길에 있는 별들은 스물여덟 개의 별자리, 28수로 묶어두었고, 동방의 청룡, 서방의 백호, 북방의 현무, 남방의 주작이 각각 7수씩을 맡고 있다. 28수는 윷놀이 말판에서도 볼수 있다. 말판을 잘 보면 한가운데 간 주위로 28개의칸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것이 북극성과 28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 P305

핼리혜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 기록에서 자주등장한다. 워낙 밝은데다 꼬리도 길어서 밤하늘에 일단 나타나기만 하면 뭇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 역사서뿐 아니라 옛사람들의 그림이나 태피스트리로도 남아 있다. 재밌는 것은 이 혜성이 76년마다지구 근처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에 이 혜성을 기록한 예술작품의 연대를 추정하기 좋다는 점이다 - P312

 꼬마는 자기가 있는 곳이 동물원이라는 것을 인지해서 탈출했던 것일까?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했던 퓨마 뽀롱이는 분류상 ‘맹수‘에 속한다는 이유로 발견 직후 사살되었다.  고리롱이 사육장 밖으로 나섰다면 어땠을까. 그는 세상을 한번쯤은 들었다 놨겠지. 내 머릿속은 자유니까. 상상 속에서 그에게 자유를 주어본다. - P325

그가 우리나라동물원 역사에 있어 어떤 존재인지. 전 세계 동물원의로랜드고릴라 역사에 있어서는 어떤 존재인지,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기억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동물원에서 인기리에 ‘전시‘ 된 개체로서 어떤 볼거리를 제공했는지를 조명하거나 그의 사망을 깊이 애도하는 기사는 드물게 읽혔다. 부고 기사 제목은 ‘야동보는 고릴라‘ 고리롱, 49세 노환 사망이었다. 얄궂은생이다.
- P326

다큐멘터리 속 고릴라를 마주할 때면, 고리롱이 고향에 계속 머물렀다면 그의 삶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낮에는 그 우람한 몸매와 끝없는 용맹의 위엄을떨치고, 밤에는 설핏 잠을 깨어 쏟아지는 별을 보았을까. 이따금씩 커다란 유성이 하늘을 가로지르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가락을 들이 별똥별이 지나간 잘나의 길을 따라 허공을 그어보았을까.  - P327

딸이 유치원에 다닐 때 일이다. 같은 반 친구가 이웃 도시로 이사해서 이제 만날 수 없다고 하기에 우리가 놀러 가면 된다고 위로했더니 "하지만 우주선 타고 너무 멀리 가는 거 아니야?"라고 했다. 친구가 이사간 곳은 경기도 화성시. "아, 그렇구나. 너무 멀어서못 가겠다" 하고 대충 대꾸했는데, 이제 그 대답은쳐주어야겠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정말로 그곳, 화성에서 만날 수도 있다고.
- P344

 명왕성, 그리고 자신보다 더 작은 여러 위성 친구들과 서로 중력을 주고받으며 아주 오랫동안 멈추지 않을 자신들만의 왈츠를 추고 있을 뿐이다.
- P356

내가 고요히 머무는 가운데 지구는 획, , 빠르게돈다. 한 시간에 15도, 그것은 절대로 멈춰 있지 않는속도다. 별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져 눈을 휘둥그레 떴던 밤을 기억한다. 밤도 흐르는데, 계절도 흐르겠지.
나도 이렇게 매 순간 살아 움직이며, 인생을 따라 한없이 흘러가겠지. 내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도 밤은흐르고 계절은 지나간다. 견디기 힘든 삶의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물 아래 납작 엎드려 버티고 버텼던 내 몸을 달래며, 적도의 해변에 앉아 커피한잔 놓고 눈멀도록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 한낮의 열기가 다 사위고 나면, 여름밤의 돌고래가 내게 말을걸어올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아주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라고, 잠시 멈췄대도, 다 괜찮다고.
- P368

지구 밖으로 나간 우주비행사처럼 우리 역시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에 올라탄 여행자들이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의 생이 그토록 찬란한 것일까. 여행길에서 만나면 무엇이든 다 아름다워 보이니까. 손에무엇 하나 진 게 없어도 콧노래가 흘러나오니까.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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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마미‘는 지금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여름옷을 입은 채로 새로운 장소를 찾을까?
아니면 ‘여름의 시대‘에서 ‘가을의 시대‘로 이동하여낙엽 색깔의 긴 소매 원피스를 몸에 두르고 있을까?
아니면 단숨에 시대는 ‘겨울‘이 되어 코트를 입을지도모른다. 적어도 당분간 일본에는 ‘봄‘도 ‘여름‘도 찾아오지 않을테니 - P697

밝은 여름이 눈앞에서 달려간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여름이라는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도대체 스키마와라시 몇 명이 지나갔을까?
- P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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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백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옛날 영화에서는 색채가 아주 선명하게 느껴진다.
같은 하양과 검정도 이렇게 종류가 많다는 생각에항상 놀라곤 한다.
까칠까칠한 하양, 차가운 하양, 밝은 하양, 둔탁한하양, 상냥한 하양, 복잡한 하양.
걸쭉한 검정, 어스름한 검정, 엷은 검정, 세련된 검정, 감싸는 검정,
흑백영화일 텐데 이상하게도 기억 속에서는 화려하고 현란한 색의 영화가 된 것도 있다. 영화에서 받은풍부한 색채로 기억하고 있다.
- P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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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은다는 게?"
"그래, 컬렉터는 모으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니 모으는 것 자체가 재미있을 뿐 실은 마음속에서는 컬렉션의 완성 그 자체는 바라지 않아. 모은다는 행위와 모은 것 하나하나가 내가 여기 있다는 존재 증명 같은것이야. 내가 사라져도 물건은 남아. 내가 모은 것의집합체가 내 인생의 덩어리 같은 거지."
- P386

"네 풍경 소인을 보고 생각했어. 스탬프 랠리는 저도 모르게 모으고 싶잖아? 스탬프 수접에 공백이 있으면 어떻게든 메우고 싶어져. 그것도 마찬가지야. 그공백은 존재의 공백이야. 자신이 그곳에 없었다는 공백이 무서운 거야. 그러니 네가 말하는 느슨함이 부러운 이유는 그 공백이 무섭지 않은 점, 공백을 개의치 않는 점이야."
- P386

"애초에 난 ‘고독사‘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르겠어. 사람은 누구나 죽을 때는 혼자잖아. 더할 나위 없는 개인적인 체험이지. 누군가가 대신할 수도, 같이할 수도 없어. 공감조차 할 수 없어. 죽음 그 자체가고독이고 개인적이잖아. 무엇보다 ‘고독사‘가 아닌 죽음이 있을까? 그런 말을 하려면 죽을 때 주위에 아는사람이 있느냐, 없느냐 아니야? 오히려 나는 죽을 때주위에 사람이 잔뜩 있고 그 순간을 가만히 바라보고있다니 어쩐지 싫어.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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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감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갑자기 그녀가 아주 가깝게 느끼졌다.
오래전부터 나는 이 아이를 알고 있다.
그 아이는 우리와 어디선가 이어져 있다.
앞으로, 언젠가 반드시, 우리가 있는 곳에 나타난다. 그런 인연 비슷한 것을 직감했다.
동시에 뜻밖의 가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쩌면 그녀는 그 타일‘이 있는 곳에 나타나는 것이아닐까?
- P272

"도시 전설은 대중이 느끼고 있는 무의식적인 불안감이 형태가 된 것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세상의 구조라든가 사람들의 습관 등이 변할 때 나오는 일이 많지.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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