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는 뺨에, 가볍게, 건조한 입술로, - P67
"그런 말 하지 마세요.‘할머니는 정말로 우윤이 다시 귀국하기 전에 돌아가셨다. 우윤은 참석하지 못한 생일파티에서 모두에게 덕담을 하고 몇 시간후에...... 우윤은 장례에도 가지 못했지만 괜찮았다. 할머니는 장례 같은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예‘가 들어가는단어는 사실 묶어서 싫어했다. 모던 걸 우리의 모던 걸 내 모든것의 뿌리. 아직 태어나지 않은 괴물의 콧등에 기대 많이 울었다. - P67
난정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려면읽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죽음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행위는 읽기라고, 동의할 만한 사람들과 밤새 책 이야기나 하고 싶었다. - P72
음질은 형편없었지만 매일 새로운 음악을 하나만 발견해도 좋은 하루라고 믿고 있었다. 비행 시간이 여섯 시간이나 남았으므로 기회는 충분했다. - P75
"안돼, 그 사람들은 죽음을 피해 달아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하지만 현실 세계를 포기하고 시뮬레이션이 되기를 선택하는 순간, 그 사람들은 죽어. 죄악이 존재하는 한 죽음도 존재해야해. 삶이 의미를 얻는 수단이 바로 죽음이니까."엄마는 가톨릭 냉담자였으면서도 교회가 주는 확신성을 갈망했기에, 내게는 엄마의 믿음이 늘 뒤죽박죽으로 보였다. 하지만 엄마는 바르게 사는 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바르게 죽는길도, - P207
"안돼." 엄마는 숨을 쌕쌕거리며 말했다. "약속해라. 이건 중요한문제야. 나는 이제껏 진짜 삶을 살아왔어, 그래서 진짜 죽음을 맞고싶어. 전자 기록으로 변하는 건 절대 사양이야. 그건 죽음보다 더 끔찍한 일이니까.""만약 업로드를 택한다고 해도, 당신한테는 아직 선택할 기회가있어. 일단 해 보고 나서 마음에 안 들면 의식을 동결시켜 달라고 하면 돼. 아예 지워 달라고 해도 되고, 하지만 업로드를 안 하면 당신은 영원히 사라져 버려. 그땐 후회도 번복도 할수가 없단 말이야.""만약 당신 말대로 하면 나는 정말로 사라져 버려. 다시는 여기로돌아오지 못해. 진짜 세상으로 난 전자 무더기로 시뮬레이션 되고싶진 않아." - P214
읽고 읽었다. 소원을 비는 사람처럼 책탑을 쌓았다. 딸이 남기고 간 빈 공간을 책으로 채웠다. - P23
읽고 읽었다. 소원을 비는 사람처럼 책 탑을 쌓았다. 딸이 남기고 간 빈 공간을 책으로 채웠다.
하지만언니, 그런 건 다 가짜야 몸이란 것 자체가 가짜야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거라고 그저 혈전이 한 개 생겼다는 이유로"..우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던 리즈가 그때는 엉엉 울었다. - P186
"있잖아, 몸은 실제로 제일 중요한 생존용품이긴 한데, 약하고 불완전해, 몸은 결국엔 우릴 버리게 마련이야." - P184
가끔은 나도 궁금할 때가 있다. 만약 내가 여행을 다녔다면, 리즈처럼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면, 내 정신의 물리적 윤곽이 어떻게 달라졌을지."그랬더라면 언니는 지금쯤 완전히 다른 하드웨어에서 실행되고있을 거야." 리즈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제 업그레이드 할때도 됐겠네. 자, 코트디부아르로 가 볼까." - P185
나는 리즈를 제대로 추모할 수조차 없다. 리즈가 멀리에, 다른 대륙에 위치한 기계의 데이터 그리드 간극 속에 고정되어 있는 채로는, 그럴 수 없다. 보나 마나 로고리즘스는 점점 더 정교해지는 자기네 신경망 속에서 리즈를 되살리려고 몰래 시도했을 테고, 보나 마나 리즈는 몸도 정신도 없이 영겁의 고독을 곱씹는 고통을 몇 번이고 겪었을 것이다. 그 복사본들 가운데 어떤 것이 내 동생일까? 나는 어떤 복사본을 위해 추모해야 할까? - P192
"우리랑 같이 가요."그렇게 말하는 뤽의 눈을 들여다보며 나는 상상했다. 밀물과 설물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캄캄하고 밀폐된 방 안에 욱여넣지 않은삶을.하지만 뒤이어 아빠가 떠올랐다. 하루가 다르게 세어 가는 아빠의 머리가, 한 달이 다르게 주름이 늘어 가는 아빠의 얼굴이 한 해가 다르게 굽어 가는 아빠의 등이"난못가요." - P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