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언니, 그런 건 다 가짜야 몸이란 것 자체가 가짜야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거라고 그저 혈전이 한 개 생겼다는 이유로"..
우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던 리즈가 그때는 엉엉 울었다. - P186

"있잖아, 몸은 실제로 제일 중요한 생존용품이긴 한데, 약하고 불완전해, 몸은 결국엔 우릴 버리게 마련이야." - P184

가끔은 나도 궁금할 때가 있다. 만약 내가 여행을 다녔다면, 리즈처럼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면, 내 정신의 물리적 윤곽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그랬더라면 언니는 지금쯤 완전히 다른 하드웨어에서 실행되고있을 거야." 리즈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제 업그레이드 할때도 됐겠네. 자, 코트디부아르로 가 볼까." - P185

나는 리즈를 제대로 추모할 수조차 없다. 리즈가 멀리에, 다른 대륙에 위치한 기계의 데이터 그리드 간극 속에 고정되어 있는 채로는, 그럴 수 없다. 보나 마나 로고리즘스는 점점 더 정교해지는 자기네 신경망 속에서 리즈를 되살리려고 몰래 시도했을 테고, 보나 마나 리즈는 몸도 정신도 없이 영겁의 고독을 곱씹는 고통을 몇 번이고 겪었을 것이다. 그 복사본들 가운데 어떤 것이 내 동생일까? 나는 어떤 복사본을 위해 추모해야 할까? - P192

"우리랑 같이 가요."
그렇게 말하는 뤽의 눈을 들여다보며 나는 상상했다. 밀물과 설물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캄캄하고 밀폐된 방 안에 욱여넣지 않은삶을.
하지만 뒤이어 아빠가 떠올랐다. 하루가 다르게 세어 가는 아빠의 머리가, 한 달이 다르게 주름이 늘어 가는 아빠의 얼굴이 한 해가 다르게 굽어 가는 아빠의 등이
"난못가요."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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