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관한 한 그녀에게는 분명 재능이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일종의 천재성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 인쇄된 글자에 너무나 공감한 나머지상상 속 주인공이 현실 세계의 친구들 사이에 서 있을 때도 있었고, 죽어가는 안드레이 공 침대맡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나타샤 로스토바의 밝은슬픔이 어리석은 부주의로 네 살짜리 딸을 잃은 언니의 격렬한 슬픔과동등하게 여겨지기도 하였다.  - P9

수천 권의 책 더미에 고치처럼 둘러싸여 그리스신화의 자욱한 웅얼거림과 최면을 걸듯 날카로운 중세의 피리 소리, 입센의 안개에 싸인 듯한바람에 흩날리는 우수, 발자크의 상세하고 지리한 설명. 단테의 영적 음악, 릴케와 노발리스가 높은 목소리로 부르는 사이렌의 노래. 하늘의 중심부를 향하는 위대한 러시아인들의 도덕적 절망에 매료된 소네치카의평온한 영혼은 이 순간이 자신에게 얼마나 위대한 순간인지 깨닫지 못했고, 그녀의 생각은 오직 열람실에서만 읽도록 허용된 책을 이 사람에게대여하는 것이 위험한 일인지 아닌지에 관한 것에만 머물렀다. - P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의 여신이 대지를 굽어본다. 가장 뜨거운 불길을 뚫고 나가야만 정화될 수 있으리니, 그의 눈에 죽어가는 해바라기 숲이 보인다. 그의 눈에 한나무에서 검은 새 떼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것이 보인다. - P30

운이란, 가령 좋고 나쁜 운은 있을 수 있다. 매일 성공이나 실패 둘 중 한쪽으로 슬며시 기운다. 그러나 저주는 없다.  - P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임스는 소련 내 미국 협조자들에대한 밀고가 ‘돈이 된다‘는 점과 이들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발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간교한 판단하에 스스럼없이 명단을 넘겼다. 이때 노출된 보리스 유진Boris Yuzhin, 세르게이 모토린Sergei Motorin, 발레리 마르티노프Valery Martynov는 소련 대사관 직원으로 위장한 KGB 요원이었고 드미트리 폴리야코프는 GRU 소속의 고위 장교였다. 이들은 모두 FBI가 오랜 기간 동안 공을 들여 포섭했으나 에임스의 밀고로 본국으로 소환돼 처형되거나 중형을 선고받았다. - P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편 그의 처형 방식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까지대략 세 가지설이 전해진다. 첫 번째는 용광로 처형설이다. 이는 이 분야에 정통한 스파이 전문가 어니스트 볼크먼 Ernest Volkman의 조사 내용으로 신뢰성이 높다. 그는 이 용광로 처형 방식을 GRU의 전통적 반역자 체단 방식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단 볼크먼도 자신의 저서 말미에 "천천히
‘밀어 넣었다고 한다"라고 적어 사실에 무게를 두면서도 전언을 바탕으로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두 번째로는 산 채로 화형을 당했다는 설이 있다. - P100

이것도 목격자 증언은 아니며 후에 GRU에 있다 망명한 소련 장교가펜코프스키인지는 모르겠지만 GRU 본부에서 어떤 대령이 화형을 당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라고 증언한 사례가 있다. 이에 따라 그 ‘어떤 대령‘이 혹시 펜코프스키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세 번째로는 즉결 처형식 총살형을 당했다는 설이다. 이는 그의 신분이 군인이기 때문에 반역자라고 해도 신분을 존중해 그런 방식을 택했다는 말이 있다.
- P1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헨은 죽음 직전 가족에게 남긴 편지에서 "지나간 일에 눈물 흘리며 시간을 보내지 말라.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며 스스로에게 집중하길 원한다"는 말을남겼다. - P25

<조지 블레이크>
당시 유럽에서의 첩보전 양상은 영국과 독일이 주도권을 잃고 미국 CIA와 소련 KGB의 대결로 재편돼 있었다. 그러나 영국의 MI6는 전통적 첩보 역량을 바탕으로 독자 활동을 활발히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동맹국으로 CIA 작전에 상당 부분 개입한다. 당시 MI6 소속이었던 블레이크도 주요 작전에 투입돼 고급 정보를 손쉽게 입수할 수 있었고 이를 고스란히 KGB에 넘겼다.
블레이크가 첩보사에 남을 세기의 ‘이중 스파이Double agent‘가 된 배경에는 이처럼 당시 도래한 냉전체제가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 P51

클라우스 폭스는 물리학자로 직업 첩보원도 아닌데다 그나마 스파이로 활동한 기간도 1941년에서 1950년까지 10년 남짓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기의 스파이‘로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물리학자라는 직업에서 알 수 있듯 빼돌려진 정보의 실체가 인류의 역사를 뒤바꿀 만큼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 P81

영화 속 이중 스파이가 상당한 고위직이었다는 점에서 킴 필비를 연상케 한다는 것 외에 동명 소설 원작자 존 르 카레도 눈여겨봐야 할 인물이기 때문이다. 원작자 존 르 카레는 ‘블레이크와 필비 사건‘이있었던 1960년대 초반까지 영국 외무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또 한동안 MI6에도 몸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필비가 소련에 넘긴 MI6 요원들의 파일 속에 현역 시절 작가의 신상(본명: 데이비드콘웰 David Cornwell)도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작가의 첩보원활동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존 르 카레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단지 그는 원작 후기를 통해 "개인적으로 이들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블레이크에게는 이상한 동정심이 들고 필비는아주 싫어한다"고 말해 결말의 처단 장면이 단순한 상상력이 아닌 비열한이중 스파이에 대한 작가 방식의 보복이지 않았나 짐작케 한다. - P79

<올레그 펜코프스키>
곤경에 처하게 됐다는 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우려는 곧 현실로 다치게 되는데 우선 그는 앞서 해외 근무지로 예정됐던 인도 발령이 취소되면서 심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진급은 생각할 수도없는 상황이 됐고 결국 개인적 불이익과 불안감은 체제에 대한 환멸로 돌변하면서 이중 행각을 결심하는 촉매제가 된다. - P94

이러한 극심한 내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무렵 펜코프스키가 서방과내통을 결심하고 채널 확보를 위해 선택한 방식은 변수와 위험성에서 첩보사에 남을 만큼 유명한 일화로 꼽힌다. 1960년 여름 밤 모스크바의 한다리Moskvoretsky Bridge 위에서 산책을 하던 미국인 유학생 2명을 발견한 그는 다짜고짜 다가가 2통의 편지를 쥐어 주며 "CIA에 전해 달라"는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들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어리둥절했고 가끔KGB가 이런 방식으로 서방인들을 옭아매 간첩혐의를 씌운다는 생각으로 공포감에도 사로잡혔다. 그렇지만 고심 끝에 펜코프스키의 부탁대로 편지를 미국 대사관에 전달하기로 결정한다. 이어 대사관에서 개봉한 한통의 편지에는 "미국을 위해 스파이를 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이름과 계급, 소속이 적혀 있었고 또 한 통에는 향후 접선 방식을 알려 주는 내용이담겨 있었다. - P94

쟈넷이 산책으로 위장해 아이들을 데리고 ‘약속된 공원으로 나가면 펜코프스키가 아이들에게 접근해 캔디 상자를 선물인 양 건네거나 주변 무인포스트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면무역을 이유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그레빌 윈이 출국할 때 들고 나오는 방식이다. - P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