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메스꺼움을 느꼈다. 커다란 바위처럼 거대하고 묵직한 화가 쿵쿵거리면서 다가오고있었다. 아무리 흘러와도 그들은 있었다. 여전히 그곳에 늘새로운 모습으로, 역겹도록 같은 방식으로 나는 얌전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이왕이면 미쳐버릴 생각이었다. 죽음을•불사할 생각이었다. 나의 시선은 칼을 꽂아 넣은 듯 그 사람에게 고정되어 흔들리지 않았다. 눈알이 튀어나갈 것 같았다. 주변의 공기가 나를 따라 진동하기 시작했다. 내 눈에는살기가 담겨 있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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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을 만드는 동안은내일도 점심이 있다는 것 외에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그 정성은 고스란히 다음 날 점심의 나에게로 배달되었다. 맛있고 배부르게 먹고 나면 남은 오후를 버텨낼 힘이 조금 생겼다. 나는 대접을 받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서 말이다. - P43

넋이 나간 내가 던졌던 수많은 농담이 누군가에겐 돌이 되기도 했다. 나도 상대도 돌보지 않는 말들이었다. 그것은 나 스스로에 대한 묵직한 증오가 되어 돌아왔다. 그 후로 어색할 때 먼저 말을 건네지 않는 연습을 했다. 그것을 위해 내 20대 중반을 다 보냈던 것도 같다. 할 말이 없으면 하지않아도 된다고, 저 사람을 웃기지 않아도 된다고 수없이 되뇌었다. - P52

인천으로 가는 1호선만 타도 어떤 광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그 지하철에 오르면 무언가 한 꺼풀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인천에서 마지막으로 살던 동네에는 긴 하천이 흘렀다. 언젠가 그 동네의 작은 정자에서 너구리 컵라면을 먹다가 실제로 너구리와 눈이 마주친 적이 있다. 놀라고 당황스러운마음에 혹시 내가 너구리를 소환시킨 건가 싶어 컵라면과 너구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사람들은 이 얘기를 하면 내가 농담을 하는 줄 아는데, 내가 농담을 지어낸다면 이것보단 재밌으리란 걸 믿어달라.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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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액수와 내 이름 석 자를 나란히 적은 대대적인 일이기도 했다. 진짜 ‘사회인이된 기분이었다. 나, 양다솔, 억대 빚을 진 여자. 시니컬하게
"화장실 빼고 다 은행 거야" 하며 웃음을 흘리는 여자가 된것이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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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깨우고 나를 훌쩍 넘어서는 넓고 큰 뜻을마음에 새겼다. 나를 위해서, 그곳에 있는 만물을 위해서그래서 그것이 나의 18번이라고 내가 가장 부르고 싶은 노래라고 나는 답하고 싶었던 것이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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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한 편은 현재 저변으로 확대된 인터넷저널의 순기능과역기능을 정치권력이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그것의 하수인으로 살다가 결국 용도폐기 되는 낙오자들의 참혹한 조건을 사실적으로그려냄으로서 소위 댓글정치가 지닌 대중조작의 폭력성을 다뤘다. - P269

당선작이 된 《댓글부대》는 매우 지적인 글쓰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터넷 저널리즘의 하나로 자리 잡은 SNS는 실시간 소통의 전파효과는 물론 새로운 연대와 참여의 순기능을 가졌으나 그것이사악한 특정의 목적을 위해 사용될 때에 전 사회적으로 미치는 역기능은 일찍이 나치독일에서 자행했던 대중조작과 흡사함을 암시했다. 작가의 경쾌하고 날렵한 문체, 이야기를 밀고나가는 힘, 치밀한 취재로 현장감을 살린 것도 좋은 평가를 끌어냈다. 또한 해박한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대중조작을 하고 있는 정치적 암흑세력을 현실적으로 그려, 우리에게 그런 정치적으로 교활하고 사악한음모가 앞으로도 행해질 거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폭력을 드러냄으로써 궁극적으로 평화를 소망하게 하는, 4.3 평화정신에 부합한다는 점에 당선작으로 선택되는 영광을 안았다.
소설 공모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격려를 보내고 당선자에게도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 P270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는 4.3을 겪지도 않았고 깊이 알지도 못합니다. 이 소설의 무대도 제주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제가 이 귀한상을 받은 것은, 제주도민께서 4.3의 기억으로 모은 힘을 과거가아닌 미래에, 제주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 쓰라고 기꺼이 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를 비판하면서 사랑하는 작가가 되어라. 그런 소설을 써라. 올해는 너를 도와준다. 아직 많이 부족한 제게 제주가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낍니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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