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이 나간 내가 던졌던 수많은 농담이 누군가에겐 돌이 되기도 했다. 나도 상대도 돌보지 않는 말들이었다. 그것은 나 스스로에 대한 묵직한 증오가 되어 돌아왔다. 그 후로 어색할 때 먼저 말을 건네지 않는 연습을 했다. 그것을 위해 내 20대 중반을 다 보냈던 것도 같다. 할 말이 없으면 하지않아도 된다고, 저 사람을 웃기지 않아도 된다고 수없이 되뇌었다. - P52
인천으로 가는 1호선만 타도 어떤 광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그 지하철에 오르면 무언가 한 꺼풀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인천에서 마지막으로 살던 동네에는 긴 하천이 흘렀다. 언젠가 그 동네의 작은 정자에서 너구리 컵라면을 먹다가 실제로 너구리와 눈이 마주친 적이 있다. 놀라고 당황스러운마음에 혹시 내가 너구리를 소환시킨 건가 싶어 컵라면과 너구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사람들은 이 얘기를 하면 내가 농담을 하는 줄 아는데, 내가 농담을 지어낸다면 이것보단 재밌으리란 걸 믿어달라. - P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