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말대로 세상은 악의로 가득 차 있거든."
"...."
"현대는 불관용의 시대야. 누구나 다른 사람을 용서하려 들지 않거든. 죄인에게는 극형을, 더럽혀진자, 몸이 온전치 않은 자에게는 숨어 살라고 해. 주변에 물들지 않는 이분자는 말살하려 하고, 지금의 일본은 분명히 그런 나라야. 언제부터인지 사회도 개인도희망을 잃고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어. 불안이 폐색감을 낳고, 그 폐색감이 사람을 보신에 급급하게 만들었지. 보신하느라 몸을 사리는 것이야말로 비굴함의 원흉이야. 비굴함에 내면을 좀먹힌 사람은 울적함을 느끼고, 그 감정이 머지않아 이질적인 자와 소수파를 겨냥해. 그들을 공격하고 배척하려 들어. 그러는 동안에는 자신의 비굴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고 차별하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겠지. 부정행위가 드러난 인간에게 가차 없이 욕설을 퍼붓고, 정상에 오른 자의 추락을 기뻐하지 ...…..
전부 같은 구도야, 저항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악의가끝도 없이 덮쳐 와. 그렇다고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하기에는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지, 악의라는 건 맞서 싸워야 하고 부조리는 뒤집어야 마땅해" - P492

"다만 신은 몇몇 인간을 배려해 조처를 내려주었어. 분노를 쏟아 내는 글 대신 음표를, 비정함을개탄하는 대신 멜로디를 주었지. <황제>가 인간의 잠재된 힘을 노래하듯이, 〈혁명)이 침략의 잔학함을 공격하듯이 음악이라는 훌륭한 무기를 내려 준 거야. 그리고 지금 너도 그 무기를 갖고 있어."

만약 미사키 씨가 내 입장이었다면 도중에 귀가 들리지 않게 되어도, 야유가 대합창처럼 쏟아져도 연주를 계속할 것이 틀림없다.
난청을 벗 삼아 발버둥 치는 걸 좋아하는 이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한다.
- P5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결함이라고는 없이 구름 위를 떠다니는 완전무결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엄청난 착각이었다. 이 사람은 구름 위는커녕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심정으로 살아온 것이다.
- P3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도는 거룩한 행위다. 분명히 내게도 기도해야 할때가 찾아올 것이다. 기도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순간이 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도란 그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 뒤에 남아 있는 마지막 행위니까. 할아버지라면 그렇게 말씀하실 것이틀림없다.
- P3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의 아버지는 고아로 자라셨어요. 할머니는 자살을 하고 할아버지는 살인을 하고, 그리고 어디서 돌아갔는지 아무도 몰라요. 아버지는 딸을 다섯 두셨어요. 큰딸은 과부, 그리고 영아 살해 혐의로 경찰서까지 다녀왔어요. 저는 노처녀구요. 다음 동생이 발광했어요. 집에서 키운 머슴을 사랑했죠. 그것은 허용되지 못했습니다. 저 자신부터가 반대했으니까요. 그는 처녀가 아니라는 험 때문에 아편쟁이 부자 아들에게 시집을 갔어요. 결국 그 아편쟁이 남편은 어머니와 그 머슴을 도끼로 찍었습니다. 그 가엾은 동생은 미치광이가 됐죠. 다음 동생이 이번에 죽은 거예요. 오늘 아침에 그 편지를 받았습니다." - P4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보를 재빨리 주워 읽은 서 영감은 순간 안도에 가까운 표정이 되었다. 용옥의 죽음은 그의 수치를 영원히 매장해놓고 만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이마빼기에 핏줄이 부풀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가책의 무서움 때문이었다.
며칠 후, 가덕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산강호는 인양되었다. 용옥의 시체는 말짱하였다. 이상하게도 말짱하였다. 다만 아이를 껴안고 있는 손이 떨어지지 않아서 시체를 모래밭에다 나르는 인부들이 애를 먹었다.
겨우 아이와 용옥의 시체를 떼어냈을 때 십자가 하나가 모래 위에 떨어졌다.
- P3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