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대들을 그리워함은 우리가 사랑했기 때문이아니다. 아직 채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 채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받은 상처로 그대들을 그리워하며 내가 준 상처로.
그대들을 그리워한다. 우리가 함께 행복하지 못한 시간 때문에 그대들을 그리워한다. 우리가 아직 가져보지 못한 그 행복을 그리워한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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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주목을 원하지 않는다. 무시당하거나 지워지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연스러움을 원한다. 자신이 어디에 있든, 어디서 뭘 하든 자연스럽기를, 어느 풍경에 끼어 있는 별스러워 보이지 않기를..
거리를 무심히 걷는 모든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기를,
그게 가능할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아가씨는 시위를 하고 있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시위.
걷고, 쇼핑을 하고, 나다니고, 차를 타고, 찬거리를사고, 일상을 사는 시위.
이렇게 한 명이 거리를 걷는 모습을 보면 한 명이더 용기를 낼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다음 날은 두 명일지도 몰라, 모레는 열 명일 수도 있겠지, 집 안에 숨어 있던 여자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오면 서로를 보며위안을 받을 수 있겠지.  - P119

"마음은 물이고 언어는 그릇이야, 물은 그릇에 따라모양이 변하지."
- P129

나라의 대표자는 언어와 같다. 마음의 문이다. 생각의 그릇이다. 대표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속성이 국민의 향방을 정한다. 선거일을 중심으로나라의 지형도는 바쁘게 움직인다. 누가 고개를 빳빳이 세우는가, 누가 기가 죽는가, 누구에게 힘이 모이는가.
- P152

기성세대가 원하는 건 현상유지가 아니에요. 세상이 자신에게 익숙한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거죠. 좀 더 거칠고 야만적이었던 시절로요. 하지만 제상은 그대로 두면 변해요. 흘러가고 변화하죠. 난 세상을 그대로 두기를 원해요..
- P154

그래서 신영희는 언어학자가 되었다. 언어가 그날을 모독하고 현상을 바꾸었기에,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언어고 사람의 마음은 언어에 담기며, 경험은 사라지고 언어만이 남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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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변하지 않는 까닭은 과거가 이미 관찰되었기 때문이야.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과거를 고정했기때문이야. 미래가 가능성의 영역으로 열려 있는 까닭은 아직 아무도 미래를 관찰한 적이 없기 때문이야.
만약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면 과거도 미래도 그저 끝없는 혼돈으로만 존재할 거야.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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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하다고 느껴졌다. 그들이 하는 말이 틀리지 않아서 더 그랬다. 살기 위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죗값을 느껴야 했다.
- P385

살고 싶다는 건 무엇일까. 여태껏살고 싶다고 생각해서 살아온 하루가 있었던가. 살아있기에 살아지던 하루는 아니었을까. 은지는 처음 만나는 욕망이 낯설었다.  - P417

컴컴한 3평짜리 방과 가게의 월세와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미래만이 은지가 가진 전부였다.
- P420

정말로 더미에게 미안해서 이러는 걸까? 델리를 사랑하게 만들어놓고 계속해서 절망을 느끼게 했다는 사실이? 하지만 이 문장에는 어폐가 있었다. 한나가 더미에게 미안함을 느끼려면 더미가 반복되는 사고에절망감을 느껴야 하는데 더미는 절망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모든 행위는 한나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수단이자 변명일 뿐이었다. 마지막 시험을남겨두고 곧 파기될 기계를 생각하며 슬픔을 느끼는본인을 위한.
- 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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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첫 난제는 내가 여성이냐, 남성이냐는 거였다.  - P127

세상이 이렇게 얼렁뚱땅 생겼다는 걸 엄마를 통해배웠다. 세상은 치밀해 보이지만 사실 대체로 엉성하고 얼렁뚱땅 넘어간다는 것을. - P131

심라현, 엄마 말 잘 들어. ‘원래 그런 건 없어. 당연한 것도 없고, 그러니까 애들이 당연하다거나 네가 이상한 거라고 하는 거 다 듣지 마. 그거 다 너희가 아직어려서 상대방 상처 주려고 하는 말이니까. 알겠지?
- P135

사람들은 가끔 이유 없이 누군가를 미워해. 그냥 상처 주고 싶어 해. 그러니까 저 사람이 왜 나에게 상처를 주려는지 네가 생각할 필요 없어.
- P136

엄마는 그날 배꼽 외에 더 많은 비밀을 내게 알려주었다. 내게 생식기가 없다는 거였다. 그전까지 나는내가 여자인 줄 알았다. 엄마가 딸이라고 불렀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저 딸이 더 좋다는 엄마의 취향일 뿐이었다.  - P138

언니를 만나는 동안은 오롯이 행복했다. 아는 것도없으면서 사랑을 속삭였던 민혁이와의 만남을 제외하고 그렇게 사랑이 행복으로만 설명 가능했던 것은 내인생에서 언니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언니와 헤어지고, 엄마는 언제든 다시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거라고 위로했지만 거짓말이었다. 그런 사랑은 살면서 딱 한 번만 온다. 아예 안 올 수도 있고, 그런 사랑을 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다.
- P153

 내 고민은 오롯이 ‘내 몸에 대한 것이었지만 엄마는 한결같이 그 문제에 대해 심드렁했다.
어쨌든 너는 이 세상에 있잖아, 그런데 무슨 진실이 더 필요해?
엄마의 이런 태도에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할말이 없었다.
- P159

 엄마는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다 이해한다고말해놓고 막상 다른 존재를 마주하면 본능적인 두려움에 도망친다고 말했지만 어쩌면 선배는 도망갔다가다시 돌아올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69

나는 내 몸의 난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어떤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은 무엇이라도 다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지금은 굳이 나를 무엇으로든 규명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무엇도 되고 무엇도 되지 못하고 아무것도되지 않아도 된다.
- P173

 나는 라오의 비늘조각을 발견한 후에야, 엄마의말을 인정했다. 세상은 다양한데 모두가 다양하지 않은 착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 P183

내가 처음으로 쓴 시나리오를 읽었던 날에도 엄마는 주인공들이 할 일이없어 그런다며 바쁜 일을 시키라고 했다. 그렇게 엄마말을 따랐다가 미련 없이 갈 길 간 주인공들이 얼마나많았던가.
- P193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사실 그렇게슬프지도 않아."
엄마가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결국,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걸잊으면 슬퍼지는 거야."
- P194

"썩 믿기지는 않죠? 이해해요. 그게 당연한 반응이에요. 지구의 주인들은 낯선 존재를 오래도록 상상해왔지만 받아들일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죠. 이 드넓은 우주에 사는 생명체 중 지구만 그래요. 폐쇄적이
면서도 기대를 감추지 못하는, 아주 특이한 성향이죠.
그러니까 당신도 믿어도 되고 믿지 않아도 돼요. 믿음에 무게를 부여하지 않아도 돼요.. 답을 선택할 필요도없고요." - P202

라오는 그 말을 묵묵히 들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사분한 사람이었다. 바람 없는 실내에 켜진 촛불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따뜻한 느낌은 아니었다. 온도를 따지자면 너무 차가워서 따뜻하다고 착각하는 정도.
- P205

"그게 뭐가 중요해요. 지구의 절반은 외계인이에요..
모두가 다 사람인 척하고 있을 뿐이라고요."
"웃긴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건 생각보다 중요해요. 그걸 알아야 해요. 이 지구에 같은 인간은 없어요. 모두가 다 서로에게 외계인인 걸, 모두가 같은 사람인 척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요."
- P207

"라현아, 끊임없이 사랑을 해, 꼭 불타오르는 사랑이 아니어도 돼, 함께 있을 때 편안한 존재를 만나, 그사람이 우주를 가로질러서라도 너를 찾아올 사랑이니까."
"응. 그럴게."
"너는 지구인이니까. 네가 이곳에서 태어났으니까.
지구인일 수도 있고 외계인일 수도 있지만 그건 걱정마. 이곳에 있는 모두가 서로에게 외계인이니까."
"응, 알겠어."
"결국 너는 너야. 끝까지 무엇이라고 굳이 규정하지않아도 돼."
- P222

이 사랑은 어떤 물질로 이루어진 사랑일까. 나를 꽉끌어안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이 미적지근한 온도의 사랑은, 엄마가 내게 마지막으로 알려준 것은 온도였다. 이 온도를 기억하고 있다가, 이런 온도의 존재를 만나야 한다고.
- P222

도아는 그대로였다. 떠났을 때 모습과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나는 20년을 기다렸지만 이 애로서는 고작 몇 년 만에 내게 돌아온 것이다.
- P240

도아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었지만 다른 비행사는 혈액에까지 이미 암이 퍼져 있었다. 우주를 함부로 휘젓고 다닌 죄일까. 보통의 즉음보다도 훨씬 지리멸렬하다.
- P248

괴로운 순간은 길게, 행복한 순간은 거짓이었던 것처럼 만드는 놈이다. - P248

내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사람이 돌아왔다. 하필네가 있던 곳이 우주여서 나는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네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고, 내가 숨 쉬는 모든 곳이 네 아래에 있었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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