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몇마리쯤 손바닥으로 때려잡을 수 있는 아내의 생활력을 나는 좋아했다. 그녀는 내가 고르고 고른, 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던가.
- P43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 이젠 더이상 둥글지도 않아.
- P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로 ‘잠 잘 오는 법‘을 검색했다.
나는 내용에 더 집중하기 위해 커피를 한잔 내려 먹었다.
이제 잠 잘 오는 법은 배웠지만 커피 때문에 잠은 더 안 온다.
젠장. - P72

 그나저나 엄마는 어디에 계신 걸까? 땅속에 누워 계신 걸까, 흔히들 죽은사람이 간다는 하늘에 계신 걸까? 아니면 우주의 모든곳에 계신 걸지도 모르겠다. 진부하지만 별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눈에 보여야 마음을달릴 수 있을 것 같다. - P75

엄마는 그해 겨울, 나를 어떻게 보셨을까? 땅에서든, 하늘에서든 혹은 우주에서든. 당신을 잃은 슬픔보다 연인이 떠난 상실감에 슬퍼하는 내 모습을 보며 서운해하셨을까, 아니면 오히려 흐뭇해했을까. 어쩌면죽은 엄마와 떠나간 그녀는 내게 별반 차이가 없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마음인지 이젠 들을 수가 없으니까.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슴속엔 또 다른 상실감의 구멍이 크고 작게 생길 것이다. 겨울이 되면 내 가슴속 구멍 사이로 찬바람이 스쳐 지나갈 테지. 그때마다엄마와, 그녀와, 과거의 내가 아련하게 떠오를 것이다. - P77

짝사랑의 물리학
그녀에게 차였다고 절망하지 마라.
그녀가 날 차는 순간, 나도 똑같이 그녀를 찬 것이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똑같은 크기의 힘이반대 방향으로 전해지니까.
결국, 물리학적으로 그녀는 나에게 차였다.
아아, 불쌍한 그녀. - P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달 뒤 그 남자가 담배를 끊고 전화했다고 치자. 그래도 당연히 "No"다. 남자는 친구들과 술을 한잔하며 푸념을 늘어놓을 것이다. 도무지 이해 안 되는 게 여자라고, 그럴 수밖에. 그녀도 자신을 모른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팀 윌슨(Tim Wilson)은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도 ‘이방인‘ 같은 낯선 존재라고 했다(Wilson,
2002).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말 모르는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멍청해서가 아니고, 우리의많은 선택과 결정은 의식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의식은 용량이 아주 한정된 값비싼 자원이다.  - P28

왜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행복은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고, 생각은 그의 특성 중 아주 작은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뜻대로 쉽게 바뀌지도 않지만, 변한다고 해도 그것은 여전히 전체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 P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의 공포에도 엄마는 항상 나를 걱정했다. 농담(코미디)으로 인해 나는 살아 있음을 느꼈지만, 엄마는 죽어가고 있었다. 농담은 모순적인 데서 온다는데 내 삶이 딱 그러했다. 농담처럼 나는모순적이었다. 슬픈데 웃겼고, 웃긴데 슬펐다. - P28

이렇게 엄마의 죽음을 글로 쓰는 일에도 모종의 죄책감을 느낀다. 죄책감은 언제까지 갈까. 조금씩 옅어지겠지만, 이 정도 추세라면 마흔다섯 살 정도에는 어떨까. 내가 방송작가로 일하는 모습을 엄마가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농담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셨으면 참 좋았을텐데. - P41

어릴 적의 내가 너무 일찍 울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일종의 시간 여행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린 과거의 내가 다 큰 나 대신 미리 울어준 것이다. 시간 여행을 할수만 있다면 이유 없이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해주고싶다. 그렇게 미리 울 필요는 없다고. 그냥, 엄마가 해준 핫케이크랑 딸기셰이크나 맛있게 실컷 먹으라고.
그게 남는 거라고. - P46

숨을 쉬었다. 그곳에서 나는 코미디 속에서나 존재해야 할 어설픈 사람이었다. 그저 농담거리에 어울릴 만한 모자란 사람.
그러나 아르바이트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학력은 고졸에 성격은 극히 소심하고 할 줄 아는 건 없었다. 파주에서 난 궁지에 몰렸다. 현실이 싫었고, 농담이 좋았다. 농담이 있는 컴퓨터 앞에 점점 더 매몰됐다. 히키코모리란 말에 딱 어울리는 사람었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동안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다. 사람들이 두려웠다. 웃음거리가 될 것만 같았다. - P49

난 죄책감에 짓눌려 살아가는 벌을 받고 있다. 그 때 엄마는 방안에서 뭘하고 계셨을까? 아들이 긴 방황 끝에 자신의 방에 들어오기를, 거친 숨을 내뱉으며 기다리고 있진 않았을까? 죄책감을 떠올리면 김정일이 함께 떠오른다. 난 간첩도 아닌데 이거 뭐지. - P52

인생이 가장 위험할 때는일이 힘들 때가 아니라 뭘 해야 하는지 모를 때였다.
내 영혼은 죽어 있었고, 엄마는 방에서 1초마다 죽음쪽에 가까워졌겠지. - P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것은 또한 도덕을 떠안아야 할 부담으로 만들어버린다. 물론 여기에는 뭔가 의미심장한 것이 깃들어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난수세기 동안 많은 위대한 철학자들이 도덕 사상의 틀로 삼지 않았을것이다. 도덕은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 내가 그렇게 행동하고 싶지 않을 때도 그렇게 해야 할 도덕적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 행동을강요당하는 것이다. 다른 상황에서도 나는 하기 싫은 행위를 정확히하도록 요구당할 수 있다.  - P82

 "자존감의가장 단단한 기반은 윤리적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하여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는 삶이다."여기에서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한 가지 핵심 아이디어는 도덕적행동은 죄책감이나 부채의식 등 부정적인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헌신과 기여라는 긍정적인 감정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 P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