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역시 섬에서 태어났고, 섬사람의 잔인함과 선민적 이기심을 조금쯤 물려받은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섬사람의 선조는 옛 왕국의 마법사들이었다. 그들의 아집과 독선은 바로 그들의 고귀함에서 나온것이 아니었던가. 선택받은 자의 고귀함이란, 선택받지 아니한 자들의 희생을 용납하지 않는 오만한 자부심과 동의어가 아니던가.

"알아요. 하지만 부상을 당한것도, 그래서 지거나 죽는것도 자신이 책임질 일이 아니던가요. 저는 보리스가 그런 것을 모를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싸울 것이고, 힘이 모자라면 질 것입니다. 저의 명예를 다해 그를지킬 것이고, 죽으면 복수할 것입니다. 다른 분들의 희생은 제가 받아들일 수 없어요. 보리스도 받아들이지 못하겠지요."

이솔렛은 자신이 하던 생각의 끝을 찾아냈다. 섬의 순례자, 옛 왕국의 후예, 달여왕의 자식과는 다른, 대륙의 피투성이 인간.
보리스는 순례자 다프넨이 아니었다. 결단코, 그녀가 알지 못하는 땅인 트라바체스의 멸망한 가문, 진네만이 그의이름이었다. 현실의 대륙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인간은 옛 왕국을 추억하며 고립을 자처하는 순례자와 같아질 수 없으며, 보리스 진네만은 죽을 때까지 보리스 진네만일 뿐이었다.
그 이름을 버리지 못하리라. 그는…….
대륙으로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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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로잡혀 있다. 손에 그 검이 없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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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렛은 상처를 감싸며 쉬게 하 는 자애로운 여성이 아니라 네게 상처를 입힌 자가 값을치르게 하라고 말하는 전사의 연인이었다. 베어진 목을 껴 안고 애통해하기 전에 검을 비껴 차고 복수에 나서는 전사들의 누이였다. 그녀 자신도 전사이자 달여왕의 숙녀, 검 의 딸이 아닌가. 참고 견뎌 흘려보내는 것을 미덕으로 삼 지 않으며, 응징하기 위해 손을 더럽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백지와 불꽃처럼 선명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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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 둘은 똑같이 결점을 안 고 자갈밭에서 상처투성이가 되도록 구르는 자들이었으며, 서로 다른 구원이 필요한 맨몸의 망명가였다.

"모두 네 삶이니까, 승리하거나, 패배하기나, 스스로 포기하거나, 어느 쪽으로든 해결되는 수밖에 없으니까, 나역시 내 삶의 전투들을 다른 사람에게 대신하게 하지 못하니까. 다른 사람의 집을 대신 져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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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그렇게 안 하겠어."
강하게 되뇌었다. 기원이 자라나 마법의 주문이 될 정도로 아프게 되뇌었다. 죽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다른 사람의 죽음을 밟고 살아났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누구의 죽음을 밝고 살아남으려는 거지?
언제까지나 다른 누군가의 등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 다. 내게 날아오는 화살은 내 몸으로 받아내고야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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