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새 풍차간은 네가 설계하도록 해라."
사람들은 어린아이에게 뭘 시키는 건지 이해하지못해 눈을 껌뻑거렸다. 그러나 두 데모닉은 아니었다.
조슈아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빤히 보고 있더니 이윽고 대답했다.
"막시민만 다 낫는다면요. 전보다 훨씬 낫게 만들어드리죠."
- P438

"무슨 소릴 하든 그냥 들어 넘기면 돼요. 그렇게 생긴 세상에 사는가 보다 하면서, 네모도 동그랗게 보이나 보다. 파란 것도 빨갛게 보이나 보다.....
- P442

그런데말이야, 데모닉은 그게 돼! 둘뿐 아니라 열이는 스물이든! 데모닉은 주로 천재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훨씬 끔찍한 특징은 바로 의식의 넓이란다. 보통 인간의수천 배나 돼! 그 속에 새 인격 하나쯤 넣어봤자 데모닉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과 대화라도 하기 시작할걸? 그런 데모닉을 마법으로 조종해? 어림도 없는 소리야!"
- P453

오히려 남의 자식들 발밑에 깔아주라고 팔아버렸단 말이야. 나는 그런 운명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나? 아버지가 나를 깔개로 보면, 깔개가되어야 하나?"
애니스탄은 대답하지 못한 채 시선을 돌렸다. 창밖으로 희고 붉은 꽃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테오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낮아졌다.
"아니야, 난 아버지와 달라. 난 나를 포기하지 않을거야."
- P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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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라니? 네가 그런 걸 어떻게 마셔? 너, 나하고나이도 비슷하잖아?"
"아, 넌 물론 못 마시겠지만 그게 내가 마시는 것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는 생각 안 해."
- P354

"난 분명 너희하고 협상하려 했잖아? 하지만 너희가 거절했어. 내가 불을 지르지 않았으면 너희는 끝까지 막시민을 놓아주지 않았겠지. 내가 막시민 한 명이죽도록 놔두겠니, 아니면 너희까지 다 죽도록 하겠니?"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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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불협화음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이 소음이 사람들의 존재를 뚜렷이 그려주듯 조슈아 자신도 하나쯤 그려 넣고 싶었다. 새로운 자신은 저들의 어떤 시선에도, 어떤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자신만의 세계 속에 고요히 앉아 있으리라. 왜냐하면그는 조슈아처럼 불완전하지 않으니까. 제 존재만으로도 완전한 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에 여유 있게 머물테니까. 그러고 나면 자신은 저기로 들어가는 대신 몸을 돌려 영영 떠나도 좋을 텐데, 언제든, 어디로든.

"저….
조슈아와 눈이 마주친 토미손은 흠칫 놀랐다. 무표정한 눈이었던 까닭이었다. 무표정한 것이 죄가 되진않지만 지금만은 아니었다. 오늘 막 음악의 왕국에 초대받은 손님인 토미손은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전에 그토록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던 당사자가 저렇게 권태로운 얼굴이라니?
"왜?"
- P127

"나, 노래하는 거 그다지 안 좋아해."
"뭐……… 뭐라고?"
토미손이 눈을 크게 떴다. 믿을 수 없는 말이어서잘못 들었으려니 싶었다.
"노래하는 거, 그냥 그렇다고, 싫어하진 않지만 너같은 열정은 없을 거야."
괴상한 이야기가 되풀이되자 토미손은 말문이 막혔다. 조슈아는 안타깝다는 듯한 눈으로 토미손을 보고있었다. 토미손은 조슈아의 눈빛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럼 넌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하게 됐어?"
"그렇게 잘하지는 않아."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없잖아!"
"아냐. 몇 번 들으면 질리는 목소리야. 너무 매끈해서. 너도 더 듣다 보면 알걸."
- P129

"내 말은 지금 상황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어. 귀족이란, 말 그대로의 뜻일 뿐이지. 다만 다가올 미래기선배의 생각보다 다양한 것만은 사실이야. 그중에는아르님 집안이 오래오래 평화롭고 안전해지는 선택지도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 그래서 선배의 분석이 내게는 전혀 흥미롭지가 않네. 그냥 체스나 둬, 아니면 선배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든가."
- P175

인질도 아니고, 죄수도 아니며, 전리품은 더더욱 아니지, 우리는 뭘까?
실은 체스판의 졸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 P184

무슨 기분인지 완벽히 이해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다만 프란츠는 아들이 느끼는 답답함만은 알 것같았다. 한시도 속마음을 말하지 못하고 가식적인 대화만 끝없이 오가는 사교 모임에 갇힌 기분일 것이다.
데모닉이 보통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은,
- P208

데모닉, 악마가 운명을 갖는 대신 끝없는능력을 선사했다고 하는 천재.
- P269

데모닉 이카본이 썼다는 기하학 책이 네냐플 마법학교에도 있었다. 그 책은 무척 쉬웠다. 기이할 정도로 쉬워서 갓 입학한 학생들이 일찌감치 읽는 참고 도서이기도 했다. 나중에야 애니스탄은 어려운 기하를 그 정도로 아름답게 설명하는 능력이 보통 사람에게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안의 수식들은흡사 시 같았다.

"아주 영리하다고 들었어. 내게 너 같은 재능이 있다면 무엇도 부럽지 않을 텐데."
조슈아의 얼굴에서 아이다운 미소가 사르르 지워졌다.
"사람을 만든 창조자가 있다면 그는 공평해요. 전뭘 해도 즐겁지 않거든요. 열정이 없으니까."
"그럼 또 놀러오세요."
- P277

동시에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악마적인 천재가 어쩌고, 그런 소리를 듣던 주제에 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 식사 한끼 해결할 능력도 없다니. 조슈아가가진 능력이 두렵다고 하던 사람들을 불러다가 이 꼬락서니를 보여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 P315

기묘한 가식을 두르고 진정한 자신은 숨겨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진정한 자신은 너무나 무섭고 끔찍한 존재여서 남들에게 들키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고작 이런 거였다니.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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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심해의 조각들 (외전포함) (총96화/완결)
지애 지음 / 북극여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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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세요ㅠㅠ 90년대 세기말 감성갖고 있는 귀중한 웹툰이에요ㅠㅠ 꼭보세요ㅠㅠ 두번보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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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대로 세상은 악의로 가득 차 있거든."
"...."
"현대는 불관용의 시대야. 누구나 다른 사람을 용서하려 들지 않거든. 죄인에게는 극형을, 더럽혀진자, 몸이 온전치 않은 자에게는 숨어 살라고 해. 주변에 물들지 않는 이분자는 말살하려 하고, 지금의 일본은 분명히 그런 나라야. 언제부터인지 사회도 개인도희망을 잃고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어. 불안이 폐색감을 낳고, 그 폐색감이 사람을 보신에 급급하게 만들었지. 보신하느라 몸을 사리는 것이야말로 비굴함의 원흉이야. 비굴함에 내면을 좀먹힌 사람은 울적함을 느끼고, 그 감정이 머지않아 이질적인 자와 소수파를 겨냥해. 그들을 공격하고 배척하려 들어. 그러는 동안에는 자신의 비굴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고 차별하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겠지. 부정행위가 드러난 인간에게 가차 없이 욕설을 퍼붓고, 정상에 오른 자의 추락을 기뻐하지 ...…..
전부 같은 구도야, 저항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악의가끝도 없이 덮쳐 와. 그렇다고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하기에는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지, 악의라는 건 맞서 싸워야 하고 부조리는 뒤집어야 마땅해" - P492

"다만 신은 몇몇 인간을 배려해 조처를 내려주었어. 분노를 쏟아 내는 글 대신 음표를, 비정함을개탄하는 대신 멜로디를 주었지. <황제>가 인간의 잠재된 힘을 노래하듯이, 〈혁명)이 침략의 잔학함을 공격하듯이 음악이라는 훌륭한 무기를 내려 준 거야. 그리고 지금 너도 그 무기를 갖고 있어."

만약 미사키 씨가 내 입장이었다면 도중에 귀가 들리지 않게 되어도, 야유가 대합창처럼 쏟아져도 연주를 계속할 것이 틀림없다.
난청을 벗 삼아 발버둥 치는 걸 좋아하는 이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한다.
- P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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