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불협화음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이 소음이 사람들의 존재를 뚜렷이 그려주듯 조슈아 자신도 하나쯤 그려 넣고 싶었다. 새로운 자신은 저들의 어떤 시선에도, 어떤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자신만의 세계 속에 고요히 앉아 있으리라. 왜냐하면그는 조슈아처럼 불완전하지 않으니까. 제 존재만으로도 완전한 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에 여유 있게 머물테니까. 그러고 나면 자신은 저기로 들어가는 대신 몸을 돌려 영영 떠나도 좋을 텐데, 언제든, 어디로든.
"저…. 조슈아와 눈이 마주친 토미손은 흠칫 놀랐다. 무표정한 눈이었던 까닭이었다. 무표정한 것이 죄가 되진않지만 지금만은 아니었다. 오늘 막 음악의 왕국에 초대받은 손님인 토미손은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전에 그토록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던 당사자가 저렇게 권태로운 얼굴이라니? "왜?" - P127
"나, 노래하는 거 그다지 안 좋아해." "뭐……… 뭐라고?" 토미손이 눈을 크게 떴다. 믿을 수 없는 말이어서잘못 들었으려니 싶었다. "노래하는 거, 그냥 그렇다고, 싫어하진 않지만 너같은 열정은 없을 거야." 괴상한 이야기가 되풀이되자 토미손은 말문이 막혔다. 조슈아는 안타깝다는 듯한 눈으로 토미손을 보고있었다. 토미손은 조슈아의 눈빛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럼 넌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하게 됐어?" "그렇게 잘하지는 않아."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없잖아!" "아냐. 몇 번 들으면 질리는 목소리야. 너무 매끈해서. 너도 더 듣다 보면 알걸." - P129
"내 말은 지금 상황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어. 귀족이란, 말 그대로의 뜻일 뿐이지. 다만 다가올 미래기선배의 생각보다 다양한 것만은 사실이야. 그중에는아르님 집안이 오래오래 평화롭고 안전해지는 선택지도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 그래서 선배의 분석이 내게는 전혀 흥미롭지가 않네. 그냥 체스나 둬, 아니면 선배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든가." - P175
인질도 아니고, 죄수도 아니며, 전리품은 더더욱 아니지, 우리는 뭘까? 실은 체스판의 졸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 P184
무슨 기분인지 완벽히 이해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다만 프란츠는 아들이 느끼는 답답함만은 알 것같았다. 한시도 속마음을 말하지 못하고 가식적인 대화만 끝없이 오가는 사교 모임에 갇힌 기분일 것이다. 데모닉이 보통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은, - P208
데모닉, 악마가 운명을 갖는 대신 끝없는능력을 선사했다고 하는 천재. - P269
데모닉 이카본이 썼다는 기하학 책이 네냐플 마법학교에도 있었다. 그 책은 무척 쉬웠다. 기이할 정도로 쉬워서 갓 입학한 학생들이 일찌감치 읽는 참고 도서이기도 했다. 나중에야 애니스탄은 어려운 기하를 그 정도로 아름답게 설명하는 능력이 보통 사람에게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안의 수식들은흡사 시 같았다.
"아주 영리하다고 들었어. 내게 너 같은 재능이 있다면 무엇도 부럽지 않을 텐데." 조슈아의 얼굴에서 아이다운 미소가 사르르 지워졌다. "사람을 만든 창조자가 있다면 그는 공평해요. 전뭘 해도 즐겁지 않거든요. 열정이 없으니까." "그럼 또 놀러오세요." - P277
동시에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악마적인 천재가 어쩌고, 그런 소리를 듣던 주제에 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 식사 한끼 해결할 능력도 없다니. 조슈아가가진 능력이 두렵다고 하던 사람들을 불러다가 이 꼬락서니를 보여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 P315
기묘한 가식을 두르고 진정한 자신은 숨겨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진정한 자신은 너무나 무섭고 끔찍한 존재여서 남들에게 들키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고작 이런 거였다니.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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