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오스틴을 사랑하는 작가로서, 나는 사랑과 사랑 아닌 것들이 경계 없이 뒤섞여 있을 때 그것을 분리해보는 작업을하고 싶다. 결혼에는 사회경제적 안정성, 속해 있는 집단의 압력, 원가족과의 관계, 신체적 욕구 등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혼재해 있으니 말이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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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 가서 혀만 담그고 오네. 너한테 독일은 낭비다!"
친구들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평소에 없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여행지에서만 잠깐 생기는 것도 아니니 별수 없었다. - P149

모두가 쉴 때 쉴 수있게, 일하다 병들거나 죽지 않게 조금씩 불편해지는 것도 감수하고싶은데 변화는 편리 쪽으로만 빠르고 정의 쪽으로는 더뎌서 슬프다. - P150

죽고 없는 사람들이 한때 머물렀던 장소에 찾아가는마음이란 지도 위를 투명한 점선으로 뒤덮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쌓여서 천천히 그려지는 것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은, 지나간 사람들의 바통을 건네받아 나도 쓰고 싶다고 중얼거렸던 듯도 하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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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 언뜻무용해 보이는 것, 스스로에게만 흥미로운 것을 모으는 재미를 아는 사람은 삶을 훨씬 풍부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수집가만큼 즐거운 생물이 또 없고 수집가의 태도는 예술가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항상 다니는 길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사람들, 자신이 사는 곳을 매일 여행지처럼 경험하는 사람들이 결국 예술가가되니까. - P95

겪어본바, 대부분의 서브컬처 향유자들은 다정하고 기발한데, 가끔 몇 년 전에 읽은 책 한 권이 마음에 안 들었다고 집요할 정도로따라붙으며 잔인한 말들을 하는 이를 맞닥뜨리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말 어렵다. 마음속의 저울이 잘 작동하는 사람들과만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마음속의 저울은 옳고 그름, 유해함과 무해함, 폭력과 존중을 가늠한다.  - P107

 제대로 기억하지 않으면 나아가지 못한다. 공동체가 죽음을 똑바로 애도하고 기억하고 전하지 않으면죽은 자들을 모욕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억을 단단히 굳히지 못하는공동체는 결국 망가지고 만다. 역사교육을 전공하며 공부한 자세한내용들은 많이 잊었지만 그것 하나는 배운 것 같다. 배운 것을 자꾸현실과 비교해보며 다급함에 종종거릴 때가 있다. - P116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가장 순정한 사람들이 희생된다는 것을 외면하는 독선은 얼마나 독한가? - P117

 언어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정교함을잃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면 깎아낸 부분이 남긴 부분보다 많아 심지없는 완곡어법을 쓰게 되고, 세게 밀어붙이는 글을 쓰다 보면 꼭 엉뚱한 사람이 다치게 되어 후회스럽다.일단은 조롱과 비아냥, 일반화를 피하려고 노력한다. 복잡하게얽힌 세계에서 한 사람을 덩어리로부터 떼어내 개별적으로 보고 싶다. - P119

사회적 맥락과 개인을 동시에 온전히 이해하는 것, 내가 쓰는 언어의 요철을 없애면서도 예각을 잃지 않는 것. 그 지난한 두 가지가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인 것 같다. 실패하면 그다음 번에 다이얼을 더 잘돌릴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한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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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팠던 사람들은 자기 인생을 미래완료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꿈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처럼 70대에도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며 50권까지쓰는 것이지만, 충분한 수명을 누리지 못한다 해도 요절한 사람이아니라 열한 살에 죽을 수도 있었는데 죽지 않고 있는 힘껏 살았던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 P15

보편적인 개념의 여행을 싫어한다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여행을좋아하는 것에 가까웠다. 잘 쓰인 여행 책, 화질 좋은 여행 프로그램,
친구들이 다녀와서 들려주는 이야기와 보여주는 사진들을 즐기며충분히 만족해버리는 편이어서 스스로 여행을 떠나는 편이 아니었다.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지 않다면 말이다. - P17

장르 소설가들이 늘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내내 부아가 치미는 말들을 듣기 때문일지도모른다. 장르를 모르면 장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될 것을 왜 그렇게 무례하게들 구는지 모르겠다. - P21

 천부도 겨우 팔렸지만 그때도 강렬하게 지지해주는 독자분들이 계셨다. 책 한 권 없이 몇 편의 단편뿐이었을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해주시던 분들이..………. 독자와 작가 사이의 사랑은 세상의 그 어떤 사랑과도 달랐다. 어떨 때는 커다란 방패고 또 어떨 때는 완전연소하는 연료라서 한번 경험하면 다시는 그것 없이 살수 없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선택해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분들이 의기양양하실 수 있게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다. - P21

 만약에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나 같은 ‘파이프형‘이라면, 창작물이 안에 고일 때 괴롭고 내보내야 머릿속의 압력이 낮아진다면 당신도 창작을 해야 한다. 그 압력을 무시해서 고장 나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다. - P22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들을 사랑한다. 책은 남의 책, 예술도 남의 예술이 최고………. - P39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말의 농도가 비슷한 게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만나는 내내 자기 이야기만 늘어놔서 숨이 막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좀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상대에게 그 여백을 숨가쁘게 채우게 하는데 말의농도가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편하니까. 그 농도가 비슷하지 않은 사람끼리 길게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 P63

지구는 45억 년 되었는데, 이 모든 것은 결국 항성과 행성의 수명이 다하면 아무 흔적도 남지 않을텐데, 우리는 짧은 수명으로 온갖 경이를 목격하다가 가는구나 싶었다. 경이를 경이로 인식할 수만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특별해질 것이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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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은 젊고 건강했거든. 장마가시작되기 전에 차를 빌려서 타지마할에 데려가겠다고 약속도 했었고아이들은 몇 날 며칠을 울면서 멘탈의 죽음을 슬퍼했어. 메마른 땅에 편잡초가 아이들의 눈물을 먹고 꽃을 피울 정도였지. - P12

도시는 소년을 남자로 만들어주는 곳이니까 그냥 남았던거지, - P16

제일 큰 문제는 자신에게 맞는 정령을 찾는 거야. 멘탈은 여자아이를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자아이들을 위한 정령이 되었지만, 여자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여자 정령들도 있어, 할머니 정령도 있고 여자아기정령도 있지. 어쩌면 누구보다도 정령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일 거야. 우리는 부모도 집도 없이 기차역에서 사는 아이들이잖아 우리가 아직도 여기에 있는 건 정령들을 마음대로 불러내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야. 비결은 그것밖에 없어. - P17

정령 같은 건 없다고 하지만, 만약에 있다면 아이들의 영혼만 훔쳐 갈 거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영혼이 제일 맛있으니까.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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