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다단계라고불리는 것이며, 자기처럼 별달리 아는 것 없이 어눌한사람들이 거기에 가장 잘 얻어걸리는 피해자라는 것을알게 된 것은 이미, 꼭 벌 수 있다고 장담하며 카드와급전을 끌어다 쓴 아빠와 엄마와 동생의 휴대폰 메모리를 받지마1, 받지마2. 받지마3으로 바꾸어 저장하게 된다음이었다. - P15
너무 짜게 끓여진 그 라면을 정아가 허겁지겁 먹는동안 건호는 자기 이야기를 했다. 이름이 건호라는 것. 정아보다 두 살 많다는 것, 가족들은 모두 흩어져 살며그다지 서로 의지가 되지 않는다는 것, 공고를 졸업했으며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성실히 돈을 모아 자신의 오토바이 가게를 갖고 싶다는 것. 한때 방황했던적도 있지만 제대 후에 남자라면 자신과 가족을 책임질줄 알아야 한다고 깨달았다는 것. 그리고 정아가 라면을 다 먹고 나자, 건호는 정아와 잤다. - P18
저번은 물론이번 달만 해도 콘돔을 쓰지 않고 그냥 한 적이 두세번은 됐다. 날짜가 아니었기 때문에 건호가 파고드는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건호가 아닌 다른 사람하고 잔 날, 그날은 분명히 배란기였다. 어쩌면 이 아이는, 캐러멜프라푸치노의 아이인지도 몰랐다. 만일 정말그렇다면 아이를 낳을 때 양수 대신 캐러멜시럽이 쏟아지겠지. - P20
이틀 후 정아는 한 달에 두 차례 있는 월차를 썼고캐러멜모카프라푸치노의 태아는 적출되었다. - P38
그들에게 정정은 씨의 희생은 이제 당연하고도 갑갑한 것이 되었고 내 아들이 잘났으니 당연히 받아야 할것이라는 묘한 권리의식으로 둔갑했다. 아이고 우리정은이 고맙기도 하지. 에서 그 계집애한테 누가 우리아들 챙겨달라고 애걸복걸을 하길 했나? 제가 잘난 우리 아들을 워낙 좋아해서 그런 것을 뭘 어쩐담. 하는 식으로 빠르게 태세가 전환되었다. - P45
정정은 씨의 아버지는 분통이 터져 사법연수원까지 옛 사윗감을 찾아갔지만 ‘자식들 일은 자식들이 하게 놓아두시라, 체통 없이 이게 뭐하시는 거냐‘는 청년의 당당한 위세에 힘없이 집으로돌아왔다. 벌써부터 그쪽 부모는 연수원에 있는 아들을 ‘김 판사‘ ‘영감님‘ 이라고 불렀다. 지금까지 정정은 씨가 투자한 돈만 해도 얼만데, 저쪽 집안에서는 우리 아들한테 그쪽 딸내미가 함빡 빠져서 누가 해달라 한 것도 아닌데 저가 해다 바친 걸 가지고 무슨 소리냐는 태도를 끝까지 견지했다. - P46
기가 탁 막힌 정정은 씨의 어머니는 하다못해 너는애라도 하나 못 만들어놓았느냐, 여우랑은 살아도 곰하고는 못 사는 법인데 재주 없는 이 미련퉁이야, 하고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정정은 씨는 몸가짐을 늘 조심하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다가 이제는 몰래 아이라도만들어놓지 않았다고 미련퉁이 소리를 듣는다. - P47
원래도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라 스물다섯 넘으면 쓸데가 없다는 둥하는 한심한 소리를 흔히들 입에 올리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가볍게 정정은 씨를 버린 혼처보다 나은 자리를찾고 찾다가 스물아홉이 된 정정은 씨는 매일이 초조했다. - P49
여교사, 하면 남자들의 환상에 부합하는 면이 있었고 예비 시어머니들에게는 남편보다 일찍 퇴근하니살림할 시간도 많고 이른 퇴근 시간과 긴 방학 덕택에아이를 낳아 기를 시간도 충분하다 싶어 꽤 괜찮은 며느릿감이었다. - P50
그가 미운 것이 아니라 그가 하는 행동들이 정정은씨가 그토록 정성을 바쳤던 상대에게 바라던 태도와 꼭같아 유리 조각으로 마음을 저미는 듯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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