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떠올려보니 그가 유부남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해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진은 대학 기간 내내 자신의 학비를 대느라 비는 시간을 온통 아르바이트로 보낸 덕분에 남자 친구는커녕 가까운 친구도 몇 되지 않았다. 그중 가장 친한 N은 늘 영진에게 남자 면역이 없다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 P72

당연히 그는 영진의 첫 남자였다. 처음 와보는 고급스러운 호텔 방에서 바짝 긴장한 영진의 몸은 남자의손길이 분주히 오갈 때마다 나른하게 풀렸다. 첫 경험을 치른 후, 영진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까지 간직해온 동정을 주었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흘렸다. - P76

돌이켜보면 그의 너그러운 태도는 영진의 모든 가난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 P79

영진은 수줍게 웃었다.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신 다음 영진은 용기를 마저 짜냈다.
"나랑 결혼하고 싶단 생각은 안 하세요?"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영진은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손으로 쇄골을 꼭 눌렀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영진이 생각했던 경우의 수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나 유부인 거, 정말 몰랐어? 대충 눈치 챈 거 아니었어? 자기가 워낙 쿨하길래, 나는 아는 줄만 알았는데……. 나 페이스북에 기혼이라고 되어 있잖아. 그거못 봤어?" - P85

 유부남한테 홀랑 속은 처녀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뻔하고 한심한 사연에 더 눈물이 났다. 그와 같이 보내던 밤 시간에 할 일도 없고 집에가서 혼자 있기도 싫어 영진은 사무실에 붙박이로 앉아있었다. 주말에 성실하게 해오던 스터디도 도저히 나갈기운이 없어 무책임하게 팽개쳤다. 영진답지 않다며 팀원들이 전화를 걸어왔지만 그냥 끊어버렸다. - P89

사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래도 정신없이 뛰다보면 너무 예뻐 우리 예쁜이 하고 속삭이던 그의 목소리가 줄이 바닥을 치는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생각이 날 때면 번번이 발이 줄에 걸렸다.  - P96

쓸데없는 펀치는 전혀 맞지 않는 게 아웃파이터, 한번은 맞아야 했던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맞지 않고서는 권투란 스포츠는 성립하지 않으니까. 영진은 혼자원투, 하고 중얼거리며 허리를 틀었다. - P1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