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화는 그 살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답고 올바른 진짜 자신이 유배되어 있다
고 느꼈지만, 그 감옥에서 좀처럼 탈출할 수 없었다. 커다란 마트료시카에서 끝내 작고 예쁜 진짜 인형에 숨을불어넣고 소원을 외듯 본래 자신을 꺼내야 하는데 생식도 밥 세 숟가락에 묽은 된장국만 먹는 식사도, 선식도포도즙이나 ‘마녀수프 다이어트‘라고 불리는 양배추 수프도 그녀를 거기에서 꺼내주지 않았다. 살로 된 감옥에서 탈출하려는 시도가 좌절될수록 그녀는 혀가 아려오는 비빔냉면이나 족발, 과자, 그리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새로 만나게 된 맥주의 품에 안온하게 안겼다. - P113

백 오십구 센티미터에 칠십육 킬로그램의 몸은 이태리 타월로 살갗이 떨어져 나갈 만큼 깨끗이 닦어도 단정한 용모로 인정받지 못했다. - P114

그는 손을 내밀어 한 손에 쥐기에는 어림도 없는 그 부드럽고 풍성한 젖가슴을 움켜쥐었고, 이윽고 그녀의 몸에 들어섰다. 긴 시간 동안 뭔가를 짜 맞추는 일로 밥을 먹고 살아온 김병권은 젖가슴을 움켜쥔 손바닥에서, 그녀의 몸 안에 들어선 그의 몸에서 그가 아주 잘 아는 기분, 나사와 부품이 완벽하게 들어맞았을 때의 감각을 충만하게 느꼈다. - P124

"서방? 서방 좋지. 근데 생각해봐, 우리가 애를 낳아, 걔는 뭘 먹여서 키우는데, 유치원은 보낼 수 있을것 같아? 딸이면 어떡해? 나 닮은 딸이면 어쩌냐고. 어릴 때부터 코끼리 소리 들으면서 사는 뚱땡이는 나로 족해. 나 그 꼴 볼 수 없어. 내가 한 일 중에 그나마 잘한 일이 바로 수술해버린거야! 가난뱅이는 우리로 족하지 않아?" - P1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