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시가 되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또 있었다. 몇달 전예매해두었던 조성진 홍콩 리사이틀이 벌써 다음 달이었다. 공휴일과 주말, 그리고 아껴둔 연차를 하루 붙여서 삼박 사일을 놀고 공연도 볼 것이다. 항공권 예매 사이트에접속한 다음, 홍콩행 왕복 티켓을 결제했다. 조금 비싼가싶었지만 오늘은 월급날이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했다.
사실 회사에서 울어본 적이 있다. 거북이알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케빈의 한숨 소리가 너무 신경 쓰여서 찰나의 순간만큼 짧게 운 적이 있었다. 화장실 문을 발로 세게 걷어차던 순간이었다. 문을 탕, 하고걷어차는 순간 와륵, 눈물이 났고 그게 다였지만, 그걸 두 고 울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일반 회사원들과 사고구조가 아예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논리나 행동에 의문을 갖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었다."이상하다는 생각을 안 해야 돼요. 그 생각을 하기 시작 하면 머리가 이상해져요." 그달 25일,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거북이알 은 유비카드 포인트를 조회할 수 있는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회장의 한마디에 정말로 월급이 고스란히 포인트로 적립되어 있었다. 그 커다란 숫자를 보는 순간, 거북이알은심장께의 무언가가 발밑의 어딘가로 곤두박질쳐지는 것만같은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렇게 좋은 거면 앞으로 일년 동안 이차장은 월급, 포인트로 받게."회장은 재무팀과 총무팀에 그렇게 지시하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유유히 떴다고 했다. 이번에는 웃을 수가 없었다.
우리 회장의 견고한 인스타 자아를 생각했으면 한번 더 물어봤어야 하는 건데."그 일로 회장은 거북이알의 승진을 취소시키고 그녀를 다른 팀으로 발령 내기까지 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