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리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는데 그걸 믿는 날 믿을 수가 없었어. 믿으면서도 전혀 믿을 수가 없었어."
고장난 고래어 번역기처럼 한아가 말했다. 경민이 한아를 위로하기 위해 목덜미에 천천히 입을 맞췄다. 그러고나서 팔을 풀고, 한아를 앞으로 돌려 다시 안았다. 돌아와서 처음 입을 맞췄다.
아, 입술이 거기 있었다.
대단한 존재감의 입술이었다. 한아는 눈을 감았고 자신의 차갑고 젖은, 치약 맛이 나는 입술에 경민의 온도 높은입술이 닿는 걸 느꼈다. 떠나기 전보다 조금 거칠게 느껴졌고, 입술 주름들이 도드라진 것 같았다. 그게 가능한 일이라면 말이다. 한아의 모든 세계가, 경민의 입술에서부터폭발적으로 뻗어나갔다. 다시 집이 생기고, 별이 생기고,
무한대로 뻗은 항로가 생겼다. 숨을 내쉬었다. 우주적인입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