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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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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는데 그걸 믿는 날 믿을 수가 없었어. 믿으면서도 전혀 믿을 수가 없었어."
고장난 고래어 번역기처럼 한아가 말했다. 경민이 한아를 위로하기 위해 목덜미에 천천히 입을 맞췄다. 그러고나서 팔을 풀고, 한아를 앞으로 돌려 다시 안았다. 돌아와서 처음 입을 맞췄다.
아, 입술이 거기 있었다.
대단한 존재감의 입술이었다. 한아는 눈을 감았고 자신의 차갑고 젖은, 치약 맛이 나는 입술에 경민의 온도 높은입술이 닿는 걸 느꼈다. 떠나기 전보다 조금 거칠게 느껴졌고, 입술 주름들이 도드라진 것 같았다. 그게 가능한 일이라면 말이다. 한아의 모든 세계가, 경민의 입술에서부터폭발적으로 뻗어나갔다. 다시 집이 생기고, 별이 생기고,
무한대로 뻗은 항로가 생겼다. 숨을 내쉬었다. 우주적인입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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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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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지구인이라는 게 쪽팔려. 아직도 이렇게나 서로죽이고 망치고 있다는 게."
"너무 쪽팔려하지 마. 지구는 아직 평화롭지 않지만, 그래도 위대한 정신들이 자주 태어나는 멋진 별이야. 넌 어슐러 르 귄이랑 몇 년이나 같은 별에 살았잖아. 그건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일이야. 끝까지 노벨문학상을 안 주다니,
멍청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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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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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아."
한아는 익숙한 이름을 불렀지만 부를 때 이름의 주인을생각하지는 않았다. 한아에게 경민이란 이름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처럼 여겨졌다. 아주 특별한 사랑을 이르는 말. 이제 그 사랑의 온전한 소유권은 이 눈앞의 존재에게 있었다. 언젠가 사라질 섬에서, 사라지지 않을 감정을 가지고 두 사람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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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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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을 뒤집어쓴 폼페이의 연인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주 뜨거운 것이 나를 덮쳤고 순식간에 세상이 멈춰버렸다. 스피노자가 구별했던 감정의 종류는 마흔여덟가지. 그중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욕망일까, 기쁨일까, 경탄일까, 당황일까. 그가 나에게 느끼는 감정은?
호기심에 기초한 경멸일까, 아니면 나와 같은 종류의 것일까. 나는 ‘감정의 철학‘ 수업에서 배웠던 몇개의 키워드를떠올리며 정신없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실패했다. 수족관의 푸른 조명 탓인지 그의 얼굴이 더 창백하게 보였다. 그늘진 그 얼굴이 누구보다도 쓸쓸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늦어버린 뒤였다. 그의 얼굴이 점점 더 크게 다가왔고, 나는 그만 그의 입술에키스를 해버렸다.
그의 입술에서 이전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맛이 났 다. 비릿하고 쫄깃한 우럭의 맛. 어쩌면, 우주의 맛.
그날 밤 우리는 함께 그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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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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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생선 가시는 진짜 잘 발라줬는데………
그가 갑자기 생선 가시를 바르기 시작하더니 두툼한 꽁치 살을 내 밥공기에 슥 얹어놓았다.
ㅡ아이고,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아이고, 죄송해라.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 저도 좋아해요. 꽁치 맛있죠.
 - 꽁치 말고, 당신이라는 우주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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