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용암을 뒤집어쓴 폼페이의 연인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주 뜨거운 것이 나를 덮쳤고 순식간에 세상이 멈춰버렸다. 스피노자가 구별했던 감정의 종류는 마흔여덟가지. 그중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욕망일까, 기쁨일까, 경탄일까, 당황일까. 그가 나에게 느끼는 감정은?
호기심에 기초한 경멸일까, 아니면 나와 같은 종류의 것일까. 나는 ‘감정의 철학‘ 수업에서 배웠던 몇개의 키워드를떠올리며 정신없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실패했다. 수족관의 푸른 조명 탓인지 그의 얼굴이 더 창백하게 보였다. 그늘진 그 얼굴이 누구보다도 쓸쓸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늦어버린 뒤였다. 그의 얼굴이 점점 더 크게 다가왔고, 나는 그만 그의 입술에키스를 해버렸다.
그의 입술에서 이전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맛이 났 다. 비릿하고 쫄깃한 우럭의 맛. 어쩌면, 우주의 맛.
그날 밤 우리는 함께 그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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