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가공기업, 편의점, 식품공장 등등 식품업계 여러분야에서 25년동안 일한 일본인 저자가 마트의 숨겨진 면을 고발한 책입니다. 저자는 법으로 해결할수 없는 문제가 많아서 소비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알아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어느정도 의심이야 해왔지만, 이런 일들이 한두군데의 잘못이 아니라 마트 전반에 걸쳐 공고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어요. 저자가 일본인이라서 일본의 상황을 나열한것이지만, 중간중간 한국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첨부된 부분도 있어서 도움이 되었구요.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는 규제나 위생이 철저할 일본이 이정도면 한국은 안봐도 뻔한거 같아요.
유독 토막생선만 할인하지 않는 마트가 있다면, 다시는 그곳에서 생선을 구입하지 말자.
토막생선을 할인판매하지 않는 이유는 재활용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p8
참치등 팔고남은 토막생선을 횟감으로 둔갑시켜 다시 판매하는 행위를 업계에서는 '재활용'이라고 한대요. 또한 상한 부분을 도려내고 다시 포장하거나, 안팔린 식품의 랩을 제거하고 오늘날짜로 라벨을 바꿔치기하는 것은 라벨갈이, 케잌같은 것을 데코된 과일만 바꿔치기하는 과일갈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식품등의 표시기준'에 따라 자연상태의 수산물에 대한 유통기한 설정기준은 별도로 정하고 있지않다. 이는 육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용기, 포장에 넣어진 경우에는 제품명, 제조년월일 (중략)등을 표시해야한다.
식품의 보존을 위하여 비닐랩등으로 포장하여 육안으로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포장한 것은 이를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식품위생법 제 10조) p30
'하루쯤 지난거 먹으면 어때'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 이런 재활용, 라벨갈이, 과일갈이의 문제점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도 이렇게 '갈이'만 하면 감쪽같이 신선한 제품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과일이나 채소, 심지어 육류 수산물까지, 시든부분 상한부분만 절단해서 재포장하면, 신선한 '오늘'날짜의 상품이 되어버린다고하니요. 문제는 그게 단 하루에 끝날것이냐하는점이죠. 아침일찍부터 전시된 생선초밥 생선회 등등, 라벨은 오늘날짜지만, 과연 오늘 꼭두새벽에 직원들이 만들었을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해동하는 날이 곧 제조일 이라는 사실도 아시나요?
실제로 2~5년전에 잡아 해동상태로 둔 수산물을 '오늘' 해동하며 포장했다면 '제조일'은 오늘이 된다고 해요. 개중에 몇개겠지할수도 있겠지만, 식품분야에서 25년일한 작가는 '실제로 2~3년전 잡힌 경우가 허다하며, 4~5년전 잡힌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p79 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저지경이면 우리나라는 과연 '덜'할까요? 저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잡은 꽁치'가 반드시 '오늘 아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당일산지직송'이라는 스티커가 붙은 오늘날짜의 채소도 며칠전에 산지에서 수확해 어제, 오늘날짜의 스티커를 붙여놓았을 확률이 더 높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농산물은 유통기한이 아닌 '포장일'을 표기 하기 때문에, 일본과 비슷한 상황일 확률이 아주 높죠.
식품의 제조일이 결정되는 단계,즉 최종가공의 단계는 마트 임의로 정할수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 닭튀김이라하면,
닭을 잡는다-튀긴다-토막낸다-해동한다-용기에담는다-용기뚜껑을 덮는다-라벨을 붙인다.
이 과정들중 어떤 과정이 제조일이 될지는 마트가 결정하는거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오늘 날짜가 찍힌 닭튀김을 마트에서 집어들때는 보통 '오늘잡은 닭을 마트에서 튀겨서 포장하고 판매한다'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저 닭이 언제 튀겨져서 얼마동안 냉동상태로 있다가 해동됐는지는 며느리도 모를수 있는거죠.
도시락제품은 밥만 빼고 나머지 전부, 생선초밥도 초밥용 회나,달걀 등등은 모두 냉동상태로 들여온다고 하네요. 안팔리면 라벨갈이하면 끝. 저 생선초밥땜에 밤에 세일할때 마트 종종 가는데, 좀 충격입니다. 전 적어도 초밥의 생선은 마트에서 신선한걸 사용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마트의 제과코너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저는 마트에서 직접 모든 과정을 하지는 않아도 오늘만든반죽으로 (최소한어제라도) 오늘 굽는 시스템일거라고 추측했었는데. 제가 너무 순진했더군요.
마트제과코너는 생반죽이 아닌 '냉동반죽'을 사용한다고 해요. 직원이 하는일은 언제 만들어진지 모르는 냉동반죽을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된다고 하네요. 케이크도 장식까지 완벽한 상태도 냉동해서 들여와서 마트에서 해동만한다고 합니다. 다 안팔릴경우에는 아침에 과일장식부분만 교체해서 판매하는 거죠.
저도 마감즈음에 마트 제과코너를 가끔 찾곤 하는데, 그시간까지 안팔리고 고대로 장식되어있는 빵들은 어떻게 처리하나 궁금했던적이 있었어요. 이런 지경이니, 반죽에 쓰이는 재료들이 신선한건지는 절대 알수도 없을뿐더러 제조일과 유통기한도 무의미하다고 볼수 있겠죠. 실제로 책에도 우리나라에서 유통기한이 최대1년지난 재료를 사용해 만든 케잌과 빵을 적발한 사실이 나와있어요.
더 무서운 것은 재가공입니다.
팔다남은 채소,육류,생선등을 조리식품으로 활용하는거죠.
그리고 안팔린 조리식품은 다른 상품으로 재가공된다고해요.
예를 들면, 팔다남은 시들한 야채는 횟감옆에 장식용으로 사용하구요.유통기한 지난 식빵도 잘라서 '러스크'를 만든다고 하고요. 전날 안팔린 돈가스는 다음날 돈가스 덮밥으로, 양념장어구이는 장어덮밥으로 만드는 식이죠. 그러면 다시 제조일은 '오늘'이 됩니다. 그상품이 오늘다 안팔린다면? 라벨갈이 해서 다시 '내일'상품으로 태어나겠죠?
그리고 더 웃기는 일은 이런 재가공상품이 재가공이전보다 비싸게 팔리는 경우가 많다는거에요. 예를 들어, 비싼 고급 소고기가 다 안팔리면, 포장해서 포장육으로 팔고, 그 포장육이 더 비쌀경우가 많다는 거에요. 소비자가 비싸면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하기때문에 빨리 팔기 위해서 일부러 더 비싼 가격을 붙인다는거죠.
언젠가 마트에서 말도안되게 저렴한 가격이 붙은 양념불고기감을 본적이있는데, 이제 이해가 가네요. 이렇게 신선도를 확인할 수 없는 식품은 사지 않는게 좋을 거 같아요. 후라이드 치킨도 마찬가지래요. 안팔리면 양념치킨이 된다네요.
그래서 저자는 '품절이 없는 마트에는 가지말라'고 하고 있어요. 상식적으로 끊임없이 재고가 있는 식품은 뭔가 의심스럽지 않나요?
샐러드같은 조리식품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저는 샐러드야 뭐 그냥 채소를 씻어서 포장한것이겠거니 했는데, 마트에서는 절단된 채소를 들여와서 용기에 담기만 한다고 하네요. 그럼 그 봉지에 담겨들어온 절단채소는 언제만들어진 것일까요? 설령 유통기한 지난 채소라도 알수 있는 방법은 없겠죠.
더 무서운 것은 절단채소의 세균억제를 위해서 살균제를 사용한다는 사실인데요. 그게 일본에서는 세탁용 표백제의 주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이라고 하네요. 다행히 한국에서는 현재 이 성분이 금지되었다고 하는데요. 이쯤되면 다행스럽다고 안도하기에는 찜찜하기만 합니다. 며칠동안 채소를 싱싱해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이 성분이 아니라도 무슨 살균제이든 사용할테이까요. 그리고 그 대체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한 화학성분이 아닐확률은 상당히 적어보입니다. 유해한 화학성분일수록 가격이 저렴하니까요.
놀라운점은 편의점보다 마트가 더 유통처리기간이 길기때문에 더 강한 살균농도로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거에요. 느낌상으로는 편의점상품이 더 안좋을거 같은데, 편의점은 당일아침 신선한 채소를 잘라 포장해서 판매하기때문에 강한 농도의 살균제가 필요가 없다고 하네요. 진열기간도 편의점은 당일 하루이지만, 마트는 며칠걸린대요. 이제부터 샐러드 먹으려면 차라리 편의점표를 이용해야겠군요.
"대부분의 소비자느 마트에 바퀴벌레나 쥐가 서식할리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트는 쥐와 바퀴벌레에게 최고의 서식환경이다.....(중략) 그럼에도 쥐나 바퀴벌레가 존재하는 이유는, 비싼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매장 전체를 관리하지 않고 특정한 장소에만 약을 살포하도록 계약하는 마트의 비양심때문이다." p37
일본대형마트는 대부분 특정장소에만 방역하도록 업체와 계약한다고 한다.
그래서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마트밖은 쥐나 바퀴벌레의 서식지가 될수 밖에 없으며, 매장안도 특정구역에만 방역처리가 되기때문에, 번식력 생존력이 좋은 쥐나 바퀴벌레에 절대 안전지역이 될수 없다는 것이죠.
그러면 우리나라는? 대형마트는 업체 계약이라도 한다고 치고, 소규모 동네마트는 어떨까요?
확인할 것!
1. 쥐는 먹이를 먹고 바로 배변을 하기 때문에, 자주 출몰하는곳은 쥐똥을 목격할 수 있다.
2. 라면,스택코너, 쌀포대주변에 뜯긴 포장지나 부스러기가 있는지 확인할것
3. 기둥이나 천장몰딩 한부분만 때가 타있다면 쥐가 정기적으로 드나든다는 증거
4. 바퀴벌레알이 부화하기까지 2주걸리므로, 바퀴벌레가 좋아하는 종이상자나 스티로폼상자는
반드시 2주에 한번은 정리해서 버려야한다.
이제 닭고기나 달걀의 문제는 놀랍지도 않네요.
'동물을 먹는다는것에 대하여'라는 책을 통해서 미국에서 유통되는 닭고기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알게 되었는데요. 이 '마트신선식품'의 일본인 저자는 미국을 부러워하는 언급을 여러번 하는걸로 봐서, 일본은 미국보다 더 심한 모양이에요. 그럼 한국은 어떨까요? 더 깊게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대기업에서 무항생제로 키운다는 닭도 믿을수가 없어요.
대기업에서는 당연히 공장식 축산을 하는데, 그 환경에서 무항생제로 키웠다면 다른 뭔가를 했다는것이죠. 사료는 당연히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일테고요. 방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닭장을 안썼다뿐이지, 닭이 움직일수도 없는 환경은 똑같다고 하지요.
마트갈때면, 나름 까다로운 소비자인척하고, 유통기한 최근걸로 사고 그랬는데, 정말 무의미하네요. 유통구조상으로 보면, 유통기한이 더 긴 계란이 실제로는 더 오래전에 생산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수가 없어보여요.
그리고 깨진달걀, 반품된 달걀 다 어디로 갈까요. 바로 '제과업계'래요.
달걀은 정말 세균의 온상인데요 깨지면 그 세균이 어디로 가나요.
그리고 유통과정에서 냉장하지 않고 운반되기 때문에 마트에서 냉장한다고 해도 무의미하대요. 특히 여름철에는요. 근데 우리나라 마트에서 달걀 냉장상태로 파나요? (가물가물하네요)
저자가 권유하는 방법은 '산란일'이 표기되어있는지 확인하고 (산란일도 낳은날이 아닌 수거한 날이라고 하긴하지만요 ^^;;;) 바로 냉장보관해서 냉장상태로 배달되어, 냉장상태로 마트에 전시된 상품을 고르는 것인데요. 달걀한번 사 먹기 참 힘들죠. 이것도 의외로 마트보다 편의점이 냉장유통 냉장판매의 원칙을 잘 지킨다고 하네요.
그래서 어쩌라고? 하실분들 많으실텐데요.
저자는 소비자가 자꾸 문제 제기를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마트에서 장보다 이상한 점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왜 그런지 물으라는거에요.
당장 적당한 답을 들을 수 없더라도 이런 문제제기가 여러번이면 마트도 의식을 하게 될수 밖에 없겠죠.
제 개인적인 생각은 '싼것에만 집중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입니다.
모두들 싼것만 찾으니 마트도 생존하기 위해 이럴수 밖에 없는 점도 있다고 봐요.
제대로 된 상품을 살려면 제대로 된 가격을 지불해야 하겠죠.
가격이 포기가 안되는 분들도 많겠지만 (저도 그랬고요), 따지고 보면 우리시대는 부족하기보다 넘치는게 문제가 아닌가요? 건강을 위해 비타민이니 오메가니 이것저것 챙겨먹으려만 하지말고, 해로운걸 안먹는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닌가 해요.
마트에서 장봐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안먹고 버리는게 하나도 없다고 하는 분 없으리라 봐요.
그렇게 생각하면 차라리 믿을만한 곳에서 조금 비싸게 적은양을 사는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요?
택배받자마자 앉은자리에서 읽어버린 이 책.
저자가 문제의식을 갖기전 식품회사에서 했던일을 고백한 에필로그도 꼭 읽어보세요.
어떤면에서는 본문보다 더 충격적이네요.
번역자의 말처럼, '아는것이 병'이기도 하고 또한 '아는것이 힘'이기도 한데,
병날까봐 모르고 지나가기에는 정말 아까운 책이에요.
이 서평을 읽으시는 모든분들께,
'무조건'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오자: p28 재활용을 염두에 두었기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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