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도 처음에는 여러개가 블렌딩된 차나, 좋은 향기를 넣은 가향차들이 신기해서 자주 마시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묵직하고 솔직한 클래식이 더 좋아지고, 음식도 어릴때는 피자, 햄버거 등이 좋다가 어느순간 한식을 더 자주 찾게 되었는데, 음악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어느순간인가부터 클래식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단지 너무많은 시대, 너무 많은 음악가, 너무 많은 곡들이 있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난감하고 음악을 듣긴 듣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듣기만 하니까, 전체적인 클래식에 대한 조예가 깊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답답하기만 했었는데, 이런 시리즈의 책이 있다고 하여,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포토넷에서 발간된 음악가 시리즈 중 하나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간된 하이든의 전기라고 한다. 책 앞뒤로 한장씩 CD가 같이 들어있어서, 하이든의 대표작들을 들어볼수 있었다.
요세프 하이든 (Joseph Haydn)은 1732년 3월 31일 오스트리아의 로라우에서 수레바퀴 장인이던 아버지와 성에서 요리사로 일한 어머니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하이든의 부모는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던 분들이라 하이든도 어릴때부터 음악을 접하며 자랐다고 한다.
하이든이 5~6세쯤 되었을때, 먼 친척이었던 요한 마티아스 프라크(Johann Mathias Frank)의 집에 음악교육을 위해 맡겨졌고 거기에서 여러 목관/현악기 연주법, 교리문답, 노래 와 글을 배웠다. 여덟살무렵에는 빈의 성 슈테판 성당에 오케스트라 지휘자(카펠마이스터)였던 게오르크 로이터(Georg Reutter)에게 발탁되어 성 슈테판 성당 부속 합창단 학교에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되고, 합창단의 수석독창자가 된다.
10여년 후 변성기가 찾아오자, 학교를 떠나게 되고, 하이든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신 빈에 남아 직업음악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지만, 8여년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된다.
친구의 집에 얹혀살던 하이든은 이웃이었던 궁정시인 피에트로메타스타지오를 알게되고, 그를 통해서는 유명오페가 작곡가였던 니콜라 포르포와도 친분을 쌓게 된다. 이 둘의 소개로 하이든은 다른 음악인들과도 교류를 하다가 20대 중반쯤에 귀족이었던 모르친 일가를 소개받게 되고 이 가문의 음악감독이 된다.
한편 하이든이 사랑했던 여인이 집안의 뜻을 못이겨 수녀가 되자, 그녀의 언니인 마리아 안나와 결혼하게 되는데, 결혼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혼후 얼마 안있어 모르친 백작이 경제적인 이유로 오케스트라를 해산시키게 되어 하이든도 실직하게 되지만, 곧 그를 눈여겨 봤던 헝가리의 유명 귀족이었던 파울 안톤 에스텔하지의 오케스트라에 부 카펠마이스터로 고용된다. 이때가 1761년 3월 하이든은 그 후로 40년 가까이 에스텔하지 가문에서 음악을 하며 신의를 지킨다.
하이든은 이곳에서 수백곡의 바리톤 삼중주, 오페라 등을 작곡하여, 점차 그 명성이 유럽여러나라에 퍼지게 되고, 1791년 휴가를 얻어 영국을 방문하는등 총 2번의 영국행을 통해 열광적인 환대를 받고, 경제적으로도 그동안 에스텔하지가문에서 몇십년간 받았던 임금을 합친것보다 많은 보수를 받게 된다. 후에 하이드은 영국생활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였다고 밝힌바 있다.
에스텔하지 가문과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빈으로 돌아온 하이든은 음악작업을 계속해 유명한 '천지창조' '사계'같은 유명한 곡들을 남기고 1809년 5월 31일 세상을 떠났다.
그 당시 음악가들이 요즘 작곡가같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한 귀족에게 고용되어 작곡을 하고, 그토록 많은 연주회와 오페라 등이 연중 열렸다는것이 참 놀라웠다. 한사람의 귀족이 그 많은 연주자를 책임지고, 하루에도 몇번씩 음악에 관해 상의했다는 사실이, 당시 '음악'이 얼마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는지 알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으로 따지면, 발레단, 교향악단, 연극단 등이 개인에게 고용되었다는건데, 또 그런 귀족이 한둘이 아니었을테니 그 당시 귀족들이 지녔던 부나, 당시 사회가 얼마나 문화적으로 풍족한 시대였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또한, 비록 이 책이 대부분 그의 음악적인 인생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결혼생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가 장기간 외도를 한것은 분명해 보이며, 혼외로 아들까지 둔것은(아들일것이 확실해 보이기에) 좀 충격이었고, 그럼에도 단순히 서양가발을 쓴 평면 사진으로본 하이든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생각해볼수 있는 시간이 되긴 했다.^^;;;
그리고 책에 CD가 포함되어 있는것은 참 좋은아이디어인것 같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한사람의 인생을 읽는다는것이 참 '괜찮고 멋드러지게' 느껴진다는점도 있지만, 어차피 이 책을 읽고 그의 음악이 궁금해질테니까, 또 다시 cd를 구입한다거나 음악을 일일히 찾아보는 수고를 좀 덜 수 있기도 하니까말이다.
이 책이 하이든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시간순으로 그의 일생을 서술되어 있는만큼, 그래서인지 일목요연하게 한사람의 인생이 정리되면서, 어느정도 하이든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또 그 당시 시대상황들에 대해서 개괄적인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게 된 시간이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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