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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ㅣ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유럽처럼 나에게 여행의 깊은 여운을 남긴 곳이 있을까? 그 중에서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이탈리아다. 그 중에서 한 곳을 꼽으라면 베네치아다. 베네치아 여행 중 마태오 성당앞 광장이 물로 점점 잠기는 장면은 기임함이었다. 또한 알랑들롱 이상가는 핸섬보이들이 물질을 하는 배는 환상 그 자체이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설레인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아니라 ‘그곳이 가고싶다’이다. 그런데 유럽 중 탑 10, 가장 가고 싶고, 먹고 싶고, 보고 싶고, 달리고 싶고, 갖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 등등의 탑 10을 선정했다. 유럽 중에 가보지 못한 곳이 아직도 많다. 그 중에 스페인이 가고 싶은 곳이다. 투우하는 장면을 보고 싶다. 정여울님이 어떻게 유럽을 소개할까 궁금하다. 유럽으로 떠나보자.
작가는 일 년에 한 번씩 유럽을 간단다. 그렇다고 형편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갔다 와서 돈을 메꾸느라 고생도 한단다. 그럼에도 여행의 매력에 빠져 가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런 지경에 이른 것이다. 내 경우에 보면 여행도 중독되는 것 같다. 한 해에 한 번 이상 가지 않으면 안 될 것같은 이상한 마음이 든다. 작가님은 그렇게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중독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쁘게 표현하면 그렇지만 그만큼 여행에는 중독될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여행안내 책자를 여러 권 읽었다. 대부분 자세한 교통, 음식, 관광지, 환전, 숙소 등을 그냥 소개하는 여행안내서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글이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말들이 있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그 장소에서, 또한 책에서 묻어나고 있다. 그래서 가고 싶은 곳들이 더욱 빛이 난다.
가고 싶은 곳의 안내가 정말 가고 싶게 만든다. 적절한 글들의 소개와 개인의 경험이 어우러져 그곳에서 똑같은 경험을 하고 싶은 충동을 주고 있다. 단순한 장소와 역사의 소개가 아니라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다운 재치가 묻어난다. 감상하는 방법도, 먹는 방법도 아주 맛깔스럽게 소개해 줌으로 마치 내가 가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내가 가 본 곳은 그 때의 느낌이 되살아나고, 가보지 못한 곳은 빨리 가야지 하는 조급함마저 들게 한다. 여행도 작가가 해야 할 것 같다.
시간이 멈춘 유럽 10 중 체코의 프라하 성을 잊을 수 없다. 체코에 갔을 때 야경이 좋다고들 가자고 했다. 그런데 피곤도 하고, 파리에서 야경이 좋다고 해서 많은 돈 들여 보러 갔다가 실망한 기억도 있고 해서 그냥 숙소에서 보냈다. 아뿔싸! 이렇게 좋은 광경을 현장에서 놓치다니 정말 억울하다. 정보가 없어서, 이 책을 미리 보고 가기만 했어도 절대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다행히 헝가리의 도나우강의 야경은 보았다. 헝가리의 야경도 잊을 수 없었다. 어쨌든 다음에 가면 미리 정보들을 더 많이 수집하고, 반드시 좋은 광경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또한 조금 피곤해도, 돈이 들어도 웬만하면 따라나서야겠다.
이 책의 몇 감동이 된 글을 소개해 보자.
“그리움을 제멋대로 놓아주니 비로소 그리움이 내 영혼을 아프게 짓누르지 않았다. 그리움은 반드시 슬픔과 연관되는 감정만은 아니었다. 그리움에는 다른 감정에는 없는 또 하나의 깊은 희열이 있었다.” p39
“할머니 저 회사 그만뒀어요. 인제 어떻해요?”
“아가, 앞으로 돈 벌 날 하고많응게 쪼매 안 벌어도돼야. 안 굶어죽는다.”
“할머니, 저 이렇게 술 많이 마셔서 어떻해요?
“아가, 걱정하지 말아라. 들어갈 대 실컷 마셔라. 안 들어갈 날이 곧 온다.”
-김현진<들어갈 때 실컷 마셔라> 중에서 p111
"상처 입은 자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칼 구스타프 융 p149
여행은 치료다. 어제 <사람이 꽃이다>라는 책을 읽었다. 10년 난임으로 고통을 겪은 부부 이야기다. 12번의 인공수정, 5번의 시험관아기, 세 번의 유산의 아픔을 10만 시간 가까이 겪어온 아픈 사연이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부부가 다 잊고 중국 배낭여행이나 하자 해서 갔다가 그만 자연 임신이 되고 결국 자연분만으로 어여쁜 딸을 얻는다. 여행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여행은 생명까지 낳는다. 여행을 떠나자. 여행의 깊이를 더해 주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여행에 흠뻑 젖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