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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의 대화 - 넬슨 만델라 최후의 자서전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넬슨 만델라가 얼마 전 타계했다. 마틴 루터 이후 흑인 지도자로서 최고의 리더였다. 킹 목사가 미국을 중심으로 흑인 해방과 인권 운동을 했다면 만델라는 남아공을 중심으로 세계에 영향을 끼친 가장 위대한 흑인 지도자였을 것이다. 감옥 생활 27년의 고통과 아픔을 어떻게 이겨냈으며, 어떻게 남아공의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흑백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을까 정말 궁금하다. 만델라가 타계했을 때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가 직접 비행기를 타고 장례식장에 참석하여 추모사를 낭독했다. 남아공을 넘어, 흑인을 넘어, 전 세계의 압제 받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것을 넘어 전 인류의 갈등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강력한 멧세지를 전한 21세기 평화를 위한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 것인지 알아보자.
일차적으로 만델라는 기록의 왕이다. 또한 보존의 왕이다. 이런 자료에 의해 자서전이 자세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은 만델라의 기록습관이 큰 몫을 차지했다. 아내, 자녀, 어머니 등에게 보낸 편지들,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들, 법무부장관에게 보낸 항의 서신 등의 편지는 필채나 문장력이 탁월하다. 그뿐아니라 메모지, 달력에 기록된 것들이 만델라의 생각들을 읽을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기록의 대가가 그의 위대함을 더욱 빛낸 것 같다. 만델라는 보존의 대가로서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매년 주는 교인증명서를 보관할 정도의 보관력이 있는 인물이다. 사실 나는 기록하는 것을 꺼려하는데 가능하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겠다.
둘째, 구속 수감되기 전까지 폭력적이며, 적극적 대항으로 흑인 해방운동을 하던 그가 감옥에 들어가고 세월이 지나면서 수감생활이 그를 순화시켰다는 것이다. 감옥에서의 생활을 더욱 피폐했고, 불이익과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을 뿐아니라 음식, 잠자리 등 수많은 불편함에 반항보다는 마음을 다듬는 계기로 삼았다. 엄청난 인내와 그가 믿는 하나님의 힘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였을 것이라 사려된다.
셋째, 만델라의 독서력이다. 만델라는 아내와 아이들, 친구등에게 감옥에서의 독서는 매우 유익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스문학, 영국의 세익스피어 등 인문고전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깊이 있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흠모했던 것 같다. 그런 책들의 깊이가 그를 감옥에서도 이겨내는 힘이 되었던 것 같다. 그의 연설, 그의 편지 등에서도 영향력이 보인다. 아내 위니 만델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인용하고 있다. “역경의 쓰임새는 달콤해, 추하고 독이 있는 두꺼비 같지만 머리에는 귀중한 보석을 두르네” 이 문장을 통해 자신의 감옥 생활이 결코 헛되지 않고 있음을 아내에게 편지를 통해 위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신념과 흑인들을 위해, 더 나아가서 흑.백인 갈등 없이 사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의 리보니아 재판시 1964년 4월 20일에 만델라가 한 진술의 말미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평생 이러한 아프리카 사람들의 투쟁에 헌신했습니다. 백인 지배에 맞서 싸웠고, 흑인 지배에 맞서 싸웠습니다. 모든 사람이 조화롭게 동등한 기회를 누리며 함께 사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라는 이상을 품었습니다. 나는 그러한 이상을 위해 살고 그러한 이상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그것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1970년 8월 1일자 아내 위니 만델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운명의 파고가 높았던 지난 15개월 동안 희망과 기대 속에서 살았다오. 때로는 이런 느낌이 나의 일부라는 믿음까지 생긴다오. 그것이 꼭 내 존재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오. 내 심장이 계속 몸 구석구석으로 희망을 펌프질해 피를 따뜻하게 하고 내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 같다오. 확신하건대, 아무리 개인적 불행이 파도처럼 밀려와도 단호한 혁명가는 익사시킬 수 없으며, 비극과 함께 오는 엄청난 고통도 그를 질식시킬 수 없다오. 자유의 투사에게 희망은 수영하는 사람에게 구명대와 같은 것이오. 물속에 가라안지 않도록 해주고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것이오. 여보, 만일 부를 당신이 가슴에 품고 있는 희망과 순수한 용기의 무게로 잴 수 있다면, 당신은 분명 백만장자일 거요. 늘 이것을 명심하시오.” 얼마나 만델라가 평화롭고, 담담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는지 편지를 통해 알 수 있다.
만델라는 노벨 평화상 시상에서 자신 혼자만이 남아공의 흑백갈등을 해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시 백인 대통령인 프레드릭 클레르크와 공동수상을 할 정도였다. 와! 멋지다. 진정한 흑인만을 위해 평화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인류의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 일을 한 지도자였다. 그래서 흑백을 넘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존경하는 인물이 된 것이다. 그의 평화와 공존을 사랑한 삶은 영원토록 남을 것이다.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두고두고 영향을 끼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