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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빠는 딸들의 첫사랑이었다 - 딸에게 물려주는 아빠의 아이디어 노트
이경모 지음 / 이야기나무 / 2013년 10월
평점 :
얼마 전 딸에게 핀잔을 들었다. 친척 언니에게 시집가라고 공개적으로 닦달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말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25살 난 딸이 이젠 나를 가르치려고 해! 어떻게 야단을 쳐줄까? 아니면 찬찬히 말해서 이해를 시킬까? 아니면 모른 척하고 그냥 지나갈까? 결국 기회를 봐서 정색을 하고 “아빠 아직 안 죽었으니 가르치려고 하지마!”하고 말았다. 듣는 것 같았으나 결국 나중에 다시 한 번 그것은 옳지 않다고 돌려서 말한다. 이젠 윽박질러도 안 되고, 말로도 안 된다. 손을 들고 말았다. 이젠 친구, 인생의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최근에는 외국 유학을 한 딸에게 엄청 밀리는 것을 깨달았다. 나름 책도 많이 읽고, 노력한다고 했는데 딸의 박식함과 사회와 국제 관계를 보는 혜안을 정말로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저자는 나와 비슷한 연배에 딸의 나이도 비슷한 것 같다. 딸에게 조언을 하고 있으니 훌륭한 건지, 당당한 건지 잘 모르겠다. 아마 광고회사 25년의 경력과 특유의 표현력과 경험이 그럴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몇가지 인용해 보자.
콜럼버스처럼 살지 말고, 신밧드처럼 살아라. 한 가지 목표를 두고 찾아가는 콜럼버스는 목표는 이뤘지만 재미는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떠난 신밧드는 좌충우돌 뭐든지 재미있었다. 혹시 콜럼버스와 신밧드를 합치면 안 되나? 목표도 뚜렷하며, 재미도 있는 삶을 살면 더욱 좋겠다. 딸아이는 외교관이 되려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달려왔다. 외교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국제 변호사나 국제법조인이 되고자 한다. 지금은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조만간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다. 공부하느라 진 빚을 갚고는 있지만 빨리 공부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한 저자는 ‘아빠인 나 스스로에 대한 바람은 늙어가지 말고 익어가야겠다’ 정말 공감되는 말이다. 요즘 아내에게, 둘째 딸에게도 자주 듣는 말이 늙었다는 말이다. 몸도, 생각도 늙었다는 말이 정말 싫다. 막내아들 만이 내 편이다. 내 편이라 좋기는 하지만 이젠 아들에게 동정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어떻게 하면 늙지 않고 익을 수 있을까? 고민 중의 고민이다. 나 나름대로 방안을 강구해보면 첫째,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절대로 아직도 어린 딸들이라 생각하면 절대 오산이다. 이젠 듣는 자세로 접근하자. 둘째, 딸들의 말에 공감하자. 찬성보다는 공감이 더 좋을 것 같다. 셋째, 같이하는 시간을 위해 노력을 하자. 쇼핑, 외식, 가족 모임 등 피곤하건, 바빠서 참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기를 쓰고 참석하자. 넷째, 말을 줄이자. 말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데 절대로 그럴 필요가 없을 듯하다.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공생하려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나도 딸이 둘 있는데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나름 하고 싶은 말을 나의 경험을 비춰 적어보자. 내가 확실하게 경험한 것들만 말한다. 첫째, 교만하거나 자랑은 금물이다. 자기 자랑에 도취한 사람은 사람을 잃어버린다. 내가 대표적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늘 말의 주도권을 잡으려 애를 쓰지만 결코 도움이 안 되더라. 다 나름대로 소중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으니 존중하고 살아야 할 것 같다. 둘째, 책을 많이 읽어라. 40중반이 되어 책 읽기를 시작한 늦깍이 독서광이다. 그런데 독서가 취미가 되었다. 너무 재미있다. 즐겁다. 나의 카페 닉네임은 독서특기생이다. 취미를 넘어 특기가 되리라 믿는다. 세상에 독서만큼 즐거움과 행복과 성공을 부르는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읽되 너무 욕심내지 말고 서서히 시동을 걸어라. 그리고 가속이 붙으면 하루 한 권은 누워서 떡먹기다. 전공분야 300권이면 최고의 전문가가 된다. 책읽기를 남보다 앞서가면 연봉도 훨씬 앞선다고 한다. 셋째, 사색을 하라. 일 년에 몇일 이상은 꼭 혼자 있는 시간을 마련하라. 활동을 위한 시간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 시간은 활동만을 위해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사색을 위한 시간이 되어야 시간에서 향기가 난다. 즉 시간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뭔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뭔가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홀로, 그것도 자연에서, 일을 가지고 가지 않은 상태에서 읽고 싶은 몇 권의 책이면 족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글쓰기다. 홀로 있는 시간과 책 읽기와 연결 지어서 글쓰기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글을 쓰면 치유가 된다. 글을 쓰다보면 몰입할 수 있다. 또한 뭔가를 남길 수 있다. 아니 직접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나는 가끔 지인들에게 내가 지은 시를 읽어주는데 반응이 괜찮다. 이런 즐거움으로 산다.
사랑하는 딸, 아들아! 아빠는 늙고 싶지 않다. 익어도 아주 푹 익어서 진한 향기를 풍기고 싶다. 삶에서, 글에서, 섬김에서 감동을 주고 싶다. 아빠에게 많은 조언 부탁한다. 젊어서 나만을 위해 살아 아내에게 핀잔을 받고는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아내를, 가족을 배려하는 남편과 아빠가 되고 싶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아가기를 바란다. 우리 가족이 함께 이 길을 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