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 보내는 편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림원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고독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 홀로 있으면 사람은 깊은 사색에 빠진다. 저자는 수년간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가 아하가르 사막을 여행하면서부터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여행에서 얻은 내면의 깨달음은 작가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어주었다. 나는 공감한다. 책읽기 7년과 사색하는 시간 3주의 산속 생활이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시상의 세계로 나는 인도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짧은 이야기, 짧기만한게 아니라 쉬운 스토리가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작가의 통찰력, 내면의 세계의 이해, 인간의 고뇌와 소망 등을 간파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사람이 산다는 게 뭔가? 살기 위해서 사나? 살아 있으니까 사는 것인가? 아닌 것 같다. 삶을 살아야 하루를 살더라도 사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인생을 살라고 말하고 있다. 먹고, 자고, 먹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 자지 말고, 살라고 애원하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야할까?

 

작가는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오스카라는 소년을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 소년은 여러차례 수술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의사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부모도 아이가 실망할까봐 알리지 않는다. 그러나 우연히 의사와 부모가 대화하는 것을 듣고 자신이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장미할머니란 병원 봉사자와 대화를 시작하면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그 생각들, 바람들을 하나님께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써 내려가고 있다.

 

“왜 의사 선생님들은 딸 잘라서 내가 죽을 거라고 말해주지 않는 걸까?"(p17)

“네 말이 맞다. 오스카, 우린 삶에 대해서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 같아. 삶이 더없이 연약하며 부서지기 쉽고 허망한 것이라는 걸 잊어버리곤 하지, 꼭 죽지 않을 존재들처럼 행동한단 말씀이야”(p18)

“부모님이 하나님에 대해 한 번도 말 안 해 주든?” “그냥 넘어가요. 엄마 아빤 바보 멍텅구리니까......아빤 산타클로스만 믿어.”(p35)

“산타클로스는 믿고,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진짜 멍텅구리들 아녜요? 그러니까 부모님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지?” “안 믿어요.” “이상하단 생각 안 들어?” “바보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신경 쓰다 보면 천재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신경 쓸 시간이 없는 걸요.”(p36)

"하나님은 네 생각 속으로 들어오신단다. 네 정신 속으로 말이야“(p37)

"의학 사전에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는 나와 있지 않아요. 삶이니 죽음이니 믿음이니 하나님 같은 것들이요“(p107)

"라틴어로 된 병명을 대면서 불치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 말이에요. 긴장을 푸세요.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시라고요. 선생님은 하나님이 아니잖아요. 자연을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냥 탈 난 곳을 고쳐주는 사람이죠. 조바심 내지 마세요. 뒤셀도르프 선생님, 어깨에 힘을 빼시고요. 세상 근심을 다 짊어진 사람처럼 그러지 마세요. 안 그러면 의사 일 오래 못 하실걸요. 선생님 표정이 어쩐지 거울 좀 보세요.“(p109)

"나는 하나님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세상 보는 비결을 가르쳐주고 있다는 것을요. 매일 처음 본 느낌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나는 그 충고를 실행에 옮겼어요. 처음 본 느낌 그대로 나는 빛이며 색채며 나무며 새며 동무를 바라봤어요......나는 살아 있었어요. 그 순수한 기쁨에 몸이 떨렸어요. 살아 있다는 행복감. 난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답니다......비결을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나님, 내 손을 잡고 나를 신비의 한가운데로 이끌어 가 그곳에서 신비를 바라보게 해주셨어요. 고맙습니다.“(p115)

 

주인공 꼬마 오스카는 부모, 어른, 의사 등에게 삶을 가르치고 있다. 왜? 하나님을 안 믿느냐고, 왜 이 땅의 삶이 전부라고 생각하냐고? 왜? 천년만년 살 것같이 사느냐고, 언젠가는 다 죽는데. 왜 죽는 것이 다 끝이라고만 생각하냐고, 죽음은 영원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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