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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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엄청난 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 상상조차 힘든 정도다. 아직 실물을 보지는 못했지만 3D 프린터가 나왔다고 한다. 실물을 복사해서 만들어 낸다니 까무러칠 일이다. 앞으로는 100세시대를 넘어 늙지 않는 시대를 산다고 한다. 이젠 장기를 복제로 만들어 사람이 계속 재생되는 세상, 인간복제 장난감을 만든다고 한다. 사실 끔직하다고 할 정도다. 이런 세상을 미리 점치고 예상하여 살아가는 삶을 엮은이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천재 작가다. 어찌 이런 예상을 할 수 있으며,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베르나르의 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나무에서는 많은 서프라이즈를 경험한다. 재미있다 못해 혼란스럽다. 두렵기까지 하지만 결코 상상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인간의 발전에 대한 욕망은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것 같다.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처럼 될 수 있다는 사단의 유혹에 망설임 없이 선악과 먹는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재미로 읽으면서 또한 미래를 예측, 대비해 본다.

 

첫 이야기부터 충격이다. 집에 들어와 온갖 가전품들이 이야기를 건다. 주인을 걱정하여 음식을 만들고, 차를 끓이고, 그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 챙긴다. 혼자 있고 싶어 집에 갔는데 온갖 것들이 귀찮게 함으로 홀로 카페에 왔는데 거기서도 그를 괴롭힌다. 아니 그를 위한다고 하는 것들이 그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도 그렇게 지내고 있지 않은가? 홀로 있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인간이 뭔지, 왜 살아야 하는지 좀 생각하며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세상을 결코 인간을 그렇게 편안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연예인들은 기획사에 묶여 자기의 몸이 자기 것이 아니다. 팬들의 것, 기획사의 것이다. 결국 내 몸을 위해 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다. 꼭 연예인만 그런가. 평범한 셀러리맨 역시 다를 바 없다. 돈을 벌어 편하게 살고, 누리기 위해 쉴틈 없이 직장에 나가야 하고, 잠만 자고 다시 직장으로 내몰려야 한다. 그렇게 수십년 일을 하다가 병들고, 약해지면 가차없이 버려진다. 그러면 뭔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병들고, 버림받고 죽을 날을 보내게 된다. 최근 조선일보에 늙어 병들어 병석에서 10년 지내다 죽는다는 타이틀로 1면 기사를 실었다.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내가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내 삶을 살기 위해서는.

 

황혼의 반란 편도 아주 재미있었다. 노인들의 반란, 버려진 노인들이 더 이상 이대로 살 수 없다 하여 그들이 반란군을 형성하여 정부군과 대치한다. 노인들은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자식들을 위해 헌신한 고마움의 대상도 아니다. 수명이 길어진 관계로 은퇴 후 40년을 사는 그들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처치 곤란한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요즘은 실버산업이 대세다. 아니 병석산업이 대세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고, 수입을 위해 죽을 권리도 없게 만드는 세상이다. 편안한 죽음을 왜 허락하지 않는가? 자식들에게 아름다운 부모로 남길 권리를 왜 주지 않는가? 발달된 의술이 왜 인간을 오히려 구속하는가? 왜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가? 모든 세상은 수익구조로 돌아가고 있다. 수익을 위해서는 뭐든 서슴치 않는다. 병도 만들고 약도 만든다. 왜 그렇게 현대는 정신병자들이 많은가? 만들어 낸 병이 아닌가? 왜 그렇게 먹거리는 많은가? 먹지 않아도 될 먹거리는 왜 그렇게 TV 광고에 등장하는가? 왜 밤 늦게 고지방의 음식을 먹고 또 먹게 만드는가? 그래서 생긴 비만을 위해 휘트니스센타는 곳곳에 등장하는가? 그 많은 돈을 찍어내서 음식을 만들고, 그것을 팔기 위해 늦은 밤까지 일하고, 일하다 배고프면 배가 터지도록 먹고, 먹은 것이 과식이 되어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등산에, 헬스에, 각종 스포츠를 만든다. 거기에 옷을 비싼 값에 만들어 팔고, 찍어낸 돈과 파괴한 지구의 자원으로 옷을 만들고 먹을 것을 싸들고, 마구 산과 물을 파손하면서 산에 오른다. 이것이 현대인들이 하는 기본적인 일들이다. 이런 일을 누가 꾸몄는가?

 

베르나르의 마지막 장 ‘어린 신들의 학교’ 편에 끝 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가 하는 일은 참 재밌다. 하지만 너 혹시 이런 생각 해 본 적 없니? 어딘가에서 우리보다 더 높은 차원의 신들이 우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게 아닐까? 마치 우리가 인간을 가지고 장난을 치듯이 말이야> 까닭은 확실치 않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 완전히 혼란에 빠져 버렸다. 내가 어떤 우월한 존재들의 장난감이라니! 그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내가 자유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어떤 존재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라니! 왝, 나는 구토를 하고 밤새도록 악몽에 시달렸다. 이튿날 나는 마음을 추스르고 비슈누에게 말했다. <그건 불가능해, 신들 위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신들의 웃음이었다.

작가는 이런 말을 하는 듯싶다.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지, 그러나 왜 그런 골치 아픈 생각을 해, 그냥 우리 인간이 신들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되지. 그러면 인간이 신이 되는 것인데. 이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는가? 과연 인간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어디까지 발전하는 것이 진정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돈을 찍어내서 행복해졌는가? 말하는 기계를 만들어서 행복해졌는가? 참다운 인간다움을 찾고 있는가?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머리가 아프다고 인간의 참 모습 회복의 길을 접는다면 천재 작가로서 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여 더 발전하라. 그리고 인간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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