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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밥이다 - 매일 힘이 되는 진짜 공부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나는 요즘 인문학에 빠져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해 매력을 조금 느끼고 인문학의 세계로 발을 들여 놓았다. 그러나 인문학의 세계는 넓디 넓어 도저히 그 세계를 다 헤아릴 수 없다. 또한 전체적으로 정리도 안 되고 머리만 아픈 것 같다. 그런데 마침 인문학의 고수되는 김경집 님의 <인문학은 밥이다>라는 책이 나와 반가웠다. 무엇보다 쉽게 접근해 주어 인문학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는데 도움을 주었다. 인문학은 하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라고 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밥을 먹듯 인문학을 하면 실제로 밥이 나오고 떡이 나온다고 한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인문학자 김경집의 30년 공부 결정체를 들여다 보자.
무엇보다 이 책은 인문학을 쉽게 느끼도록 한 공헌이 있다고 본다. 접근 자체를 편안하게 한다. 설명 또한 쉬운 단어를 써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인문학에 대한 정의를 몇가지로 하고 있다. 첫째, 인문학은 레고다. 둘째, 인문학은 흐르는 강물이다. 셋째, 인문학은 요리가 아니라 요리법이다. 넷째, 인문학으로 사고를 쳐라! 다섯째, 인문학은 “신은 신이고 물은 물”이라고 가르친다. 저자의 후기를 읽어보면 이 책의 집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게 된다. 즉 “나처럼 인문학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맞다. 누군가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세상은 발전한다. 인문학 30년의 결정체를 쉬운 학문으로 새로운 길을 열었으니 이미 성공한 학문이 아니겠는가? 쉬워도 너무 쉽다 할 정도로 인문학을 정의하고 있어 새로운 시도에 박수와 존경을 표한다.
이 책은 인문학에 대한 다양한 분야를 잘 정리해 주었다. 철학, 종교, 문학, 경제학 등등의 분야들을 동양 서양 가릴 것 없이 요점만 잘 정리해 주었다. 그렇다고 모든 분야의 전체를 다 정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가장 임펙트하다고 느끼는 부분들을 주관적인 관점을 당당하게 삽입하여 정리해 주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동의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정받을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각 분야를 그냥 열거하듯이 나열해 놓지 않고 여러 분야를 묶어서 ‘마음의 깊이를 더하는 인문학’이라 하여 철학, 종교, 심리학을 나열하고, '진보하는 인류와 인문학'이라 하여 역사, 과학을 정리하고 ‘감성을 깨우는 인문학’이라 하여 문학, 미술, 음악‘을 정리했다. 또한 각 분야별로 자신이 추천하는 도서를 소개함으로 독자들이 인문학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안내자 역할을 해 주었다. 이 책은 인문학 하면 대부분 과거의 화려한 인문학을 열거하고 마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의 변화의 추이, 학문들을 소개함으로 최신 인문학을 배우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각 분야별로 느낌이 강한 부분을 알아보자.
종교란에서 인간은 유한한 존재다.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니 어쩌니 해도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그 생명이 마감되는 때는 필연적으로 온다. 그래서 인간은 무한성에 대한 원초적 희원을 지니고 있다. 초인간적인 신을 숭배하는 이유다. 결국 종교는 죽음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종교를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종교에 배워야 하지 않을까? 종교를 판단하거나 짜깁기 하는 자세는 진정한 학문하는 자세가 아닐 것이다. 겸허히 유한한 존재로서 무한한 세계를 이야기하는 학문에 배우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도서양의 문화를 논할 때 서양이 동양을 능가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해야 16세기 후반부터 그러니까 본격적으로는 17세기하고 규정했다. 유럽은 중국과의 교역에 매달렸다. 교역이란 서로 사고팔고 해야 할 물건이 있어야 하는데 유럽은 중국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사들였다. 그것도 식민지를 약탈해서 얻은 것들로 지불수단을 삼았다. 우리 집에 영국 도자기들이 있다. 대부분 중국풍이거나, 중국에서 배운 기술로 만든 도자기들이다. 영국이 중국에게 배웠다는 것이 증명되는 실제적인 증거가 우리 집에 있는 것이다.
나는 시를 좋아 한다. 시에 대한 정의는 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시는 삶과 세상의 압축파일이다.’ 도서야야 모두에서 시가 그 어느 문학 장르보다 우월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는 신성하고 산문은 저속하다.’고 여겼다. 시를 누리는 삶은 그냥 건조하게 사는 우리네 삶과 다르다. 시 한 구절에서 내 삶을 발견한다. 잊고 지내던 나의 모습, 나의 삶, 나의 의미, 그것을 다시 발견하고 다잡는 것은 한 조각의 떡보다 훨씬 영양가 있다. 그게 시의 힘이다. 무엇보다 시는 모국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과 방식을 담고 있다. 시는 모국어의 글밭인 셈이다. 이런 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시에 대한 아름다운 정의에 감사함을 표한다. 나는 시를 좋아 하지도, 시를 쓸줄도 몰랐다. 그러나 독서를 하면서, 자연에 들어가서 사색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시가 나왔다. 그러고 보면 저자가 정의하는 것들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우리 시를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