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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 구본형의 자기경영 1954-2013
구본형 지음 / 김영사 / 2013년 9월
평점 :
나는 구본형이란 사람을 잘 모른다. 그러나 변화라는 단어는 잘 안다. 아니 좋아 한다. 컴퓨터나 전화기는 늘 얼리어답터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따라가기가 힘들어 좀 버거움을 느낀다. 구본형님의 명함 “변화경연전문가”가 맘에 든다. 어차피 사는 인생 새롭게 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새로운 곳을 보는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해 보는 삶이 진정한 삶이 아닌가? 구변형의 604편에서 가려 뽑은 대표 유고작 60편을 읽어내려 간다. “그대의 일이 놀이가 되기를, 그대의 삶이 축제가 되기를” 이 책은 우리에게 ‘평범한 하루에서 위대한 하루로, 내가 바라는 그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질문의 힘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익숙해 신기할 것이 없는 것을 낯설게 보는 훈련으로부터 온다. 나는 이것을 ‘시인의 시선’이라고 부른다. 수없이 많은 것을 보지만 언젠가 한 번 제대로 보는 순간 우리는 느닷없이 재미있는 세상으로 인도된다. 시인 이정록의 시인의 시선을 갖기 위한 초보적 훈련의 교본을 보자. 첫째, 하나의 사물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보는 것이다. 둘째, 비교해 보는 것이다. 도토리와 상수리를 비교해 보듯 비교는 새로운 시선을 연다. 셋째, 삶에 농을 치는 것이다. 저자가 원고지 5장을 채워 오라 했을 때 원고지 상단에 10*20이라 써 있는 것을 보고 200이라고 온 바닥을 다 채워갔다가 뒤지게 맞았다고 한다. 낯선 삶은 늘 흥미진진하다.
변화의 두려움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여행을 갈 때 얼마나 큰 짐을 들고 가는가? 짐의 크기는 여행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다. 저자의 여행가방 싸기가 도움이 된다. 일단 가방을 열어두고 필요한 것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떠나기 전날 짐을 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싸는 이유는 여행은 떠나기 전의 즐거움이 더하다. 가반을 싸면서 즐거움을 만끽한다. 반으로 줄이는 것은 가서 뭔가를 채워 오기 위함이다. 이번 여행을 그렇게 해 보자.
버나드 쇼는 “인생은 너 자신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네가 원하는 모습대로 너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창조란 길들여진 생각이 미처 찾아내지 못한 것들을 찾아내어 새롭게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나의 창조, 그것은 내 속에 머무는 잠재태를 이 세상으로 불러내 현실과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시를 쓰고, 글을 쓰고, 한국을 위해,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다. 앞으로 이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앞 날의 삶이 너무너무 기대된다.
지금 나의 문제를 깊이 겨냥하라. 비교종교학자 조셉 캠벨이 제자와 결혼을 했는데 다 좋은데 젊고 예쁜 아내가 늘 늦는 것이었다. 싸우고, 엄포를 해보고, 달래보기도 했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에게 고민을 이야기 했더니 이렇게 충고를 했다. “그건 자네에게 문제가 있는 거야 아내가 도착하기를 바라지만 아내는 아직 오지 않아. 지금 자네는 현실이 아닌 것을 열망함으로써 그녀를 기다리면서 할 수 있는 다른 경험들을 망치고 있단 말이야” 캠벨은 이 충고를 듣고 기다리는 시간을 일종의 영적 훈련의 시간으로 삼았다. 마음을 바꾸자 짜증은 가라앉고 그 장소와 풍광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더라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상점 속의 진열품을 감상하거나 관심 있는 것에 대해 묻는 동안 그녀는 올 때가 되면 나타났다. 그 맛을 즐기느라 그는 종종 아내가 더 늦게 나타나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러니까 생각이 나는데 나도 아내를 늘 기다린다. 그런데 내가 터득한 방법은 책을 들고 나온다. 기다리는 시간에 짬을 내어 책을 읽는데 얼마나 꿀맛 같은지 모른다. 아내가 늦어도 전혀 상관없다. 나도 화를 내지 않으니 부부관계도 좋아 졌다.
50대 10년 동안 해야 할 7가지를 적어 보자. 1. 자신의 철학을 이웃과 조직에 나누어주어라. 2. 나의 인생에 감동한 세 명에서 다섯 명의 후배를 만들어라. 3.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로부터 하루를 시작하라. 4. 하루에 한 번 작은 즐거운 일 하나를 만들어내라. 5.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산에 가라. 6. 자신의 자서전을 쓰기 시작하라. 7. 한 달에 한 번은 가장 좋을 때 한국의 산하를 구석구석 뒤지고, 1년에 한 번은 다른 나라를 돌아보고, 매일 30분 이상씩 걷는 거리의 산책을 즐겨라. 인생은 길과 거리에 수많은 교훈을 남겨둔다.
나를 이 기준에 비추어 점검해 보자. 1번은 우리의 공동체 수백 명에게 수시로 나누고 있다. 2번은 그들이 감동되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3번은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는데 건강을 위해서지 하고 싶은 아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을 위한 일이니 도움이 된다. 4번은 작은 즐거움, 그 중심에 운동이 있다. 운동을 하면 너무나 즐겁다. 가끔 아내와 냉면, 막국수를 먹는다. 가족과 산책과 나눔을 갖는다. 5번은 산에 꼭 간다. 산책도, 묵상도, 시도, 글도 쓴다. 6번은 자서전은 아직 못쓰고 있다. 비슷한 글을 하나 쓰고 있는데 자서전으로 만들어봐야 겠다. 7번은 산에 간지 오래다. 한 번 아내와 실천해 봐야 겠다. 일년에 한 번 다른 나라는 실천하는 편이다. 매일 30분 걷기는 밥 먹고 소화시키러 가는 정도다. 둘러보니 웬만큼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좀더 구체적으로 해 보아야 겠다.
일이 예술이 되는 차원을 만들라. 일을 예술의 차원으로 만들려면 첫 번째 차원은, 부지런함의 단계이다. 즉, 성실함의 단계다. 두 번 째 차원은, 시키는 일, 즉 과업을 달성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차원이다. 세 번 째 차원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하는 대신 새로운 개념의 할 일을 찾아내는 차원이다. 네 번째 차원은, 일이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차원이다. 이때 일은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웰빙에 기여하는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네 번째 수준에 이르면 고통스럽고 고독하다. 운이 좋으면 영광도 크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천복을 따를 길이니 인생 전체가 보답하게 된다. 참 마음에 든다. 일이 예술이 되는 차원, 마음이 예술, 상황이 예술이 되면 좋겠다. 나는 가족, 지인에게 가끔 시를 읽어주는 즐거움으로 산다. 나의 시를 하나 올려 보는 것으로 독후감을 마쳐보려 한다.
방의 예찬
그리 좁은 것이 어찌 우주를 담고 있는가
초라하기 그리 없지만 고귀한 품격이 길러지는 곳
갖춘 것 없어도 활력의 충전소
연구재료 없어도 걸작품 제작소
아무도 봐주지 않는 곳이나 세계가 주목하는 꿈 터
고독하게 홀로 있으나 모두를 사랑하는 사랑 터
어떤 피곤도 씻어내는 세곤실(洗困室)
어떤 모습으로 돌아와도 반겨주는 곳
사랑하는 이의 배신의 피신처
누구의 허락 없이도 갈 수 있는 곳
그곳엔 꿈, 쉼, 잠, 창작, 사랑이 활개 친다
오늘도 고마운 그놈이 나를 기다 린다
방이 있다
삶이 있다
내가 있다
그 곳에 내가 없으면 그 것이 없다
내 안에 그것이 없으면 그 곳이 아니다
나는 그곳이고, 그 곳이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