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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난 제작소 이야기
카마다 마사루 지음, 김욱 옮김 / 페이퍼로드 / 2013년 7월
평점 :
나의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1년 2개월이 넘었다. 새벽에 나가 저녁 늦게, 아니 아주 늦거나 새벽에 들어올 때도 있다. 일도 힘들지만 재미가 없단다. 왜 다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단다.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동료도 선배도 그렇단다. 팀장님은 집에서 샤워를 하면서 소리를 지르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오직 성공을 위해서 다닌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며, 재미, 흥미, 보람이란 단어를 찾는다는 것은 호사중에 호사일 것이다. 그런 회사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메이난 제작소는 바로 이런 호사를 누리게 해주는 회사인 것 같다. 어떻게 이런 회사가 다 있을 수 있을까? 도대체 이 회사는 어떤 회사 이길래, 그 사장님은 어떤 분이 시길래 이런 회사를 만들어 놓았는가? 메이난 제작소의 수많은 장점과 특이점,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들은 열거해 보자.
첫째, 어느 날 직장의 직원이 메모판에 메이난 회사를 부숴버리겠다고 했다. 그 글을 읽은 사장은 저 글을 내가 쓰지 못 한 게 안타깝다고 했다. 직원들을 보람 있게 만들지 못하는 회사는 존재할 필요가 없어! 그런 회사는 다 부숴버려! 이것이 하세가와 사장의 기업 경영의 철학이다.
둘째, 창업 이래 한 번도 이익을 올리라고 다그친 적이 없다! 회사가 존재하는 목적은 이익이 목적이 아니다. 기술도 아니다. 좋은 물건을 생산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사람이다. 직원들을 위해, 직원들이 행복한, 자신들의 능력을 펼쳐가며 즐거워하는 그런 곳이 회사가 되어야 한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셋째, 회사 사시가 F=ma인 회사다. 역학은 철학이고, 자연의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이 원리는 노력에 시간을 더하는 성장 에너지다. 사람이 노력하고, 그 노력하는 시간이 곱해지고, 가속도가 붙으면 반드시 힘은 생기고, 결과는 나오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직원들을 위한 회사, 그래서 그 직원들이 자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그 시간이 축척되면 반드시 결과는 이익으로 나오고, 그 이익은 직원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직원들을 사장과 동일한 능력자로 대우하는 것이다. 월급을 동일하게 준다는 말은 아니다. 목공기계제작소이니만큼 직원들의 학력수준은 중졸 이상 정도이다. 직장의 일을 마치고 더 공부할 수 있도록 야간고등학교를 다니게 했다. 물론 자신의 돈으로 다니게 했다. 그런데 학교에 간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은 회사에서 학비를 대준다는데 왜 우리는 안 대주냐는 불평을 했다. 이 때 학생들과 타 회사 사장에게 한 말은 이렇다. 공부는 회사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당연히 스스로 학비를 내야 한다. 학비를 대 주는 것은 직원들을 이미 자신보다 못한 존재로 대우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학비를 받는 순간 나는 저 사장님보다 못한 사람이니 도움을 받고, 그러니 그 사장님과 같이 될 수 없는 인식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세가와 사장은 직원들의 능력이 자신보다 더 탁월하다는 생각에 얼마든지 발전할 것을 기대하며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격려하며 당당하게 살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만약 아깝고 억울하면, 자신이 공부하는 것이 회사를 위해 한다고 생각하면 경리과에서 학비를 청구하면 다 주겠다고 했지만 한 사람도 찾아가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멋진 철학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알게 모르게 차별대우 했으며, 그런 대우를 받았는가?
다섯째, 직원들이 사 보는 모든 책을 회사가 지불한다. 영수증만 가져오면 어떤 책이든 상관없이(만화책도, 소설책도) 책값은 회가에서 지불한다. 직원들의 성장을 위한 간절한 호세가와 사장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여섯째, 사장도 ‘완전신임투표’로 운명에 달려 있다. 사장이라 해서 영원히 사장은 아니다. 사장이 사장으로서의 자격과 역할을 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직원들의 투표에 의해 물러나야 한다. 호세가와 사장이 얼마나 자신감이 있는가? 아무리 잘하고 있다고 해도, 앞으로도 부지런히 끝까지 잘할 생각을 하지 못하면 힘든 일이다. 또한 모든 일의 결정은 담당자가 책임지고 한다. 상사의 눈치를 절대로 보지 않는다. 아니 모든 책임을 담당자가 진다는 의미가 더 크다. 또한 모든 업무는 다 할 줄 안다. 자신이 잘하는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업무를 다 통달하여 업무능력을 극대화 시킨다. 부서간의 협력이 증대되게 한다.
일곱째,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급여 협상을 한다. 사장의 월급을 직원들이 결정한다. 메이난 제작소는 ‘차원제’가 있는데 0.5-5단계까지 두고 있다. 이 차원제도 직원들 스스로 정한다. 벌거벗고 서로의 차원을 난상토론하며 정한다. 마음이 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더 노력하게 만든다. 자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여덟째, 채용방법이 특이하다. 최소 3개월 길면 1년씩 걸린다. 임시직으로 있는 동안 모든 부분을 체크해서 모든 직원들이 합의하에 결정한다. “대우해 주지 않는다”라고 미리 밝혀도 지원자가 몰린다. 취업 지원자 대부분 회사가 제공하는 연봉이나 규모, 복지 후생 시설에 구미가 당겨 지원하는데 메이난 제작소는 그런 것은 없다고 한다. 즉 이런 대우받기 위해서 온다면 후회한다는 것이다. 오직 물리를 공부하러 온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시킬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 맞는 회사라는 것이다. 회사 물리 시험은 미리 공지한다. 시험문제를 알고 풀기 때문에 못 푸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왜 그런지를 설명해야 한다.
메이난 제작소는 중소기업이다. 일본에는 메이난 제작소를 뛰어넘는 대기업이 수두룩하다. 메이난 제작소가 크지 않은 이유를 이런 방식으로 하니까 그렇지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대기업들은 정형화된 직원들을 뽑아서, 시키는 일을 탁월하게 잘하고, 야근과 특근을 병행하며 뼈가 빠지도록 시키면 반드시 대기업이 된다. 그러다가 능력이 다하거나, 나이가 들거나, 못 견디는 사람은 떠나면 그만이다. 기다리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직원들은 소모품이다. 돈 주고 쓰다가 다 써서 못쓰게 되면 버리면 그만이다. 이 방법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래야 대기업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호세가와 사장은 사람을 택했다. 인간을 존중했다. 자신을 버리고 돈을 남들보다 더 벌겠다는 사람은 대기업을 택하면 된다. 그러나 ‘나’를 찾겠다는 사람은 메이난 제작소를 찾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메이난 제작소가 없는가?
나는 작은 공동체를 인도하는 리더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나의 공동체에서도 무임으로 너무나 많은 시간과 능력을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다. 너무나 고맙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보람이라 생각한다. 기쁨과 즐거움이 있으니 자신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것일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의미다. 의미 있는 일, 타인을 살리는 일, 생명에 관한 일은 이렇게 자신을 불사를 수 있다. 그 가치를 찾아 구성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더 중요한 가치, 그 가치를 더 강력하게 제공하고, 함께 그 가치를 위해 달려가는 우리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