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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은 좋은 일이다 - 탁정언의 손바닥 이야기, 두번째
탁정언 지음 / 문예마당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나쁜 일은 좋은 일이다.’ 너무나 직설적이고도, 적나라한 표현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걸 어떻하겠는가? 얼마나 많이, 많은 사람들이 나쁜 일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좋이 일이 된 것이 많은가? 개인에게서든, 역사에서든 수도 없이 많아 셀 수도 없을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도 화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지인들에게 “나는 눈이 작아 너무 감사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내가 눈까지 컸다면 연예계에 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다행이 눈이 작아 연예인이 되지 않고 지금의 더 소중한 직업과 일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것은 절대로 농담이나 유머가 아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어떻게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의 생각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실제로 나에게 나쁜 일이라도 좋게 생각하면 좋아지지 않을까?
얼마 전 1900년대 책 100선에 뽑힌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었다.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모른다. 억울한 누명으로 20년 감옥살이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몇 년전 신문기사에서 누명으로 감옥살이 한 사람이 출감 후 진범이 잡혀 본인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 진 후 참을 수 없어서 자살을 했다는 기사였다. 두 사람의 억울한 감옥살이가 한 사람은 참지 못해 자살, 한 사람은 책을 펴내고, 출옥 후 교수로 후학에게 감동을 주는 인생, 누가 만들었는가? 결국 똑 같은 억울한 일이지만 자신이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라 달랐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나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들지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어쩔 수 없이’라고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이 생각은 현실을 넘어 진리라고 생각한다.
‘적은 나의 스승이다.’ 멋진 말이다. 나를 괴롭히는 적이 얼마나 나를 단련시키는가? 실력으로, 인내로, 아니 감내하는 능력을 길러내는 방법으로 말이다. 적을 나의 스승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적이 얼마나 고마운가? 적에 대한 얼마나 좋은 감정을 가지겠는가? 그러면 ‘웃는 낮에 침 못 뱃는다’는 말이 있는데 적이 아군이 되지 않겠는가? 나는 늘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미워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모두 나를 사랑한다.” 어찌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하겠는가? 미워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또 별로 관심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저 사람들은 나를 사랑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실패의 답은 오답 노트에 있다’ 나는 어떤 행사를 치루고 나면 평가나 피드백을 하기를 싫어한다. 혹시 나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가 나올까봐 방어적 수단을 강구하는 것 같다. 그러나 피드백이 되지 않으면 반드시 그 실수는 반복될 것이다. 그러면 절대로 나아지는 것 또한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프더라도 오답 노트는 써야 한다. 실패의 원인을 오답 노트에서 찾지 않고, 환경, 타인의 잘못, 나에 대한 잘못된 평가 등등에 돌리는 것은 정말 안 좋은 습관이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 아프더라도 오답 노트를 쓰듯, 평가회를 갖고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인생도 개선될 것이다.
‘직관은 살아 있다’ 나는 직관을 믿는다. 아니 직관을 좋아 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준비나, 미리 하는 일에 게으르다. 그러다 보니 임박해서 임기응변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내고 보면 미리 준비한 것 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때가 많다. 그래서 이 습관이 잘 버려지지 않는 것 같다. 실제로 생각해 보니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임박했을 때의 변화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물론 그것까지 예상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런 종류의 일은 반드시 그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에 변명을 하면 정말로 좋지 않은 습관이다. 그러나 임기응변을 요하는 일, 임박해서 결정해야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일 등은 정말로 직관력이 필요하다. 직관은 결코 직관이 아니다. 이때까지 그 분야에 종사한 모든 능력이 한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순간에 응집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평소에는 일반적이며,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그 분야의 실력을 키우고, 독서를 해서 직관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준비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각 주제별로 영감을 주는 내용들이 많다. 자신의 경험담을 기록해 줌으로 훨씬 생동감이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약간 깊이가 부족함을 느꼈다. 또한 주제들이 서로 상충되는 것 같기도 하고, 산만한 것 같아 일체감이 약함을 느낀다. 한 나무의 줄기가 중심으로 가지들이 뻗어 나가 나뭇잎 들이 어우러져야 나무가 나무답고 아름다울 텐데 가장 중요한 줄기가 없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