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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힌트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한국에 이어령 박사가 있다면 일본에는 이츠키 히로유키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고령에 삶의 깊이를 전해주는 잔잔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삶의 지식을 전해 준다. 그것도 아주 실생활에 정말로 도움이 되고, 아주 밀접한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삶의 힌트’ 참 내용에 맞는 제목이다. 일본의 지성은 우리의 삶에 어떤 힌트를 주고 있는가 아이스크림을 떠먹듯 그 달콤함을 느껴보자.
<격려하다> 정말 과학의 진보란 어떤 의미일까? 현대인들은 조금씩 건강과 행복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현대 의학은 건강을 지상 명령처럼 강요한다. 병원에서는 건강은 선이고, 병은 악이라고 한다. 의학은 부정을 기본으로 한다. 의학은 눈, 귀, 심장이 불편하면 안된다고 한다. 고열을 얼음으로 식히는 것을 대치라고 한다. 땀을 흘려 열을 내리는 것을 동치라고 한다. 힘든 사람에게 “힘을 내”라고 하기 보다는 같이 울어주는 것이 동치이다. 짐을 짊어져주고, 슬퍼해주는 동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의학의 대립 사상보다 긍정의 사상 동치 사상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의학으로만 고치려 하지 말고 동치 사상, 즉 공감, 긍휼, 함께의 마음으로 세상을 치료해 보자.
<맡기다> “인생이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한 일은 불가능합니다. 뭔가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힘을 능가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는 그것을 신비로운 힘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신비로운 힘이 아니라 한 인간의 능력을 넘는 뭔가 커다란 흐름 같은 것입니다. 생명의 리듬 같은 것이라고 할까. 나는 거기에 나를 ‘맡긴다’는 감각을 조금씩 개발해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앞으로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겸손한 저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뭔가의 힘을 느끼는 것 같다. 학자의 양심을 느낀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가볍게> 나는 아내에게 자주 핀잔을 듣는다. 이런저런 모임에서 농담을 한다게 그 이유다. 나도 모르게 말하고 싶은 것이 발동을 한다. 아내를 생각하며 절제를 해야 하는데 역시나 또 실수를 한다. 아내는 농담을 하지 말고 유머를 하라고 한다. 그 의미는 알지만 쉽지는 않다. 구분하기가 어려워 늘 또 실수를 한다.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아내들이 집안에서 가족들과 특히 부모 밑에서 멋진 농담을 생각해 내는 것이란다. 재치 넘치는 농담을 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농담을 해야 좋은 며느리감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매일 같이 스페인어 농담을 생각하고 메모하곤 한다곤 한다. 농담을 하거나, 유머를 하면 사람이 가볍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것도 유교적 전통에 의한 선입견이라고 한다. 심포지엄이란 말은 그리스 시대에 많이 먹고 마시면서 활기찬 수다를 펼치는 그런 모임을 가리켰다고 한다. 활기차고 자연스럽다 보면 상처를 받는 사람이 나온다. 이래서 어렵지만 자연스러우면서 분위기가 항상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였으면 좋겠다.
<혼내다> “혼나고 또 혼나서 / 저 아이는 마을까지 심부름하러 -작곡 시미즈 가츠라, [혼나서] 선생님이란 표현에는 ‘선생님에게 혼나다’가 연결이 된다. 선생님은 혼내는 분, 혼내시는 분은 선생님, 선생님은 혼내셔야 한다. 혼내셔야 진정한 선생님이 되신다. 젊은 세대 중에는 어른들에게 진지하게 ‘혼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듯싶다. 자기를 혼내지 않는 부모를 애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원망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아이를 혼내지 않는 부모가 젊은 세대를 망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요즘 강남의 아이들이 소년원의 아이들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왜? 소년원의 아이들은 인성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강남의 아이들은 공부만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에 면죄부를 준다고 한다. 나는 잘 혼내는 편이다. 그런데 혼나는 사람들이 싫어한다. 그래서 절제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선물을 하면 사람의 앞길이 열리고 위대한 사람 앞으로 그를 인도한다(잠18:16절)
“남몰래 선물해두면 분노는 진정되고, 뇌물을 주머니에 넣어주면 격조도 가라앉는다.(잠21:14절)
“사람들은 서로 다양한 것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건이라는 것이 간혹 말이 이상으로 마음을 잘 전달해준다고 한다면, 저는 ‘보낸다’는 행위의 어려움, 깊이 재미를 인식하여 선물을 보내기의 고수, 선물 받기의 고수가 되고 싶습니다.” 나도 남에게 주는 훈련을 더욱 더 많이 해야겠다. 있어서 주는 것이 아니라 없어도 늘 주는 습관을 가져야 진정 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나를 위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겠지만. 이것도 이기적인가?
학자의 깨달음, 유연한 자세로 살아가는 여유로운 생각, 잘 살아 보고 싶은 마음 속 깊은 갈망 등이 잘 표현된 책이라 생각된다. 나이가 많이 들면서 하나, 둘 내려놓는 저자의 자세를 본다. 젊은이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너그러운 마음을 본다. 학문조차도 자신의 것을 내려 놓고 양보하는 것을 본다. 많이 배웠지만 티내지 않고, 고집스럽게 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을 주는 소파위에 누워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