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첼로 - 이응준 연작소설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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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의 주제는 무엇인가? 사랑과 죽음이 아닐까? 사랑과 죽음은 대립적이며, 보완적이지 않을까? 사랑이 죽음을 이기기도 하고, 죽음이 사랑을 밀어내기도 하지 않을까? 어느 철학자든, 작가든, 예술가든 이 두 주제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언뜻 지루해 보이는 질문들을 차마 되풀이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은 무엇이었던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무엇일까. 사람이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사랑의 아름으로 통찰하는 인간 미학과 닫힌 마음으로 감각할 수 없는 인연의 구조를 화두로 삼은 이 연작소설집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빛과 어둠은 서로 은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쓸쓸한 의지와 불굴의 희망을 주장하고 있다......오로지 거대한 진리보다 아름다운 노래 한 소절을 얻기 위해 슬픔을 귀하게 여길지언정 한심한 눈물보다는 무조건 강해질 것이다. 죽는 그날 그 순간까지, 나는 죽음이 인간을 대하듯 싸우고 싶다.’ 결국 작가는 사랑이 죽음을 이기는 쪽으로 선택한 듯싶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의 문제를 풀어보려 무던 애를 쓴다. 결국 작가도 죽음의 문제를 풀고 싶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죽음의 문제를 무엇으로 풀 것인가? 종교인들은 내세로 풀고, 쾌락주의자는 현세의 한 순간의 즐거움의 연속으로 풀고, 금욕주의자는 욕망의 끝없는 절제로 풀어가고 있다. 제각각 제 나름대로 풀고 있지 않나 싶다. 작가는 사랑으로 풀고 있는 것 같다. 한 작품을 통해 해결하지 못한, 명쾌하게 풀지 못한 문제를 그냥 고등학교 학창시절 수학문제가 답이 ‘0’인 경우가 많으니 답을 ‘0’으로 하면 맞는 확률이 높다라는 것을 터득한 것과 같지 않을까? 사람들을 죽음과 직면하지 못한다. 죽음을 피하고 싶어 한다. 내 문제가 아닌 것으로 하고 싶어 한다. 작가는 죽음에게 묻고 있다. 너는 과연 무엇이냐? 물음에 답해오지 않는 죽음에 스스로 답하고 있다. 그것은 잘 모르겠지만 사랑하면 극복이 된다. 그렇다. 사랑은 죽음을 이기는 힘이다. 사랑에서 답을 찾은 것은 본질적으로 아름다운 것이고, 진리에 가까운 것이다. 작가는 거대한 진리보다 한 소절의 소설을 택하겠다는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 즉 그 소절은 사랑의 이야기, 죽음을 이기는 사랑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죽음이 사랑을 이기거나, 사랑이 죽음을 물리치는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합일로 문제를 풀어보면 어떨까 싶다. 죽음의 공포를 이기기 위해 사랑을 한다면 그것 자체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러나 죽음과 사랑이 대립되는 순간 인간은 늘 문제를 안고 사는 것이다. 문제는 풀고 살아야 마음이 편하다. 답을 알고 시작해야 시험이 불안이 아니라 기대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죽음과 사랑은 친구다. 사랑하니 죽음을 두렵지 않고, 죽음이 있으니 사랑하게 된다. 사랑은 죽음의 준비요. 죽음은 사랑의 시작점이다. 죽음을 알고 있으니 사랑하고, 사랑을 알고, 아프지만 사랑하니 죽음을 준비한 것이다. 죽음과 사랑은 분리될 수 없다. 사랑하면 죽음은 이미 이긴 것이다. 거대한 진리와 한 소절을 바꿀게 아니라 한 소절이 거대한 진리가 아닐까? 사랑의 한 소절 속에 거대한 진리가 녹아져 있다. 죽음을 알면 사랑의 한 싯구에는 위대한 진리가 담긴다. 작가는 죽음의 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이미 풀린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자신이 쓰는 한 소절에 목숨을 걸고 있지만 이미 답을 써 놓고 이 답이 맞나 틀리나 고민하는 수험생 같다. 이젠 용기가 필요하다. 답을 알았으니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답을 삶으로 옮기는 한 발을 옮길 때이다. 그저 골방에서 고민만 지면에 옮길 것이 아니라 세상에 당당히 나오면 될 것 같다.

 

사랑을 알았으니 이젠 죽음만 알면 된다. 죽음은 사랑의 연속이다. 사랑하다보면 죽음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사랑을 죽음을 이긴다고 했다. 사랑은 두려움을 내 쫓는다고 한다. 그 사랑은 무슨 사랑일까? 사랑의 차원을 높여보자. 인간끼리 사랑, 슬픈 사랑, 동정심에 머무르지 말고, 더 숭고한 사랑으로 나아가 보자. 그 사랑의 근원은 무엇이며 누구인가? 그 사랑을 만나면 현세의 사랑, 2차원의 사랑은 해결된다. 우리 모두 사랑의 숭고함의 세계로 나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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