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 - 다큐PD 왕초의 22,000킬로미터 중국 민가기행
윤태옥 지음, 한동수 감수 / 미디어윌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KBS FM 세상의 모든 음악을 즐겨 듣는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의 색다른 음악을 들을 때 마음이 들뜬다. 그 때마다 다르지만 특히 라틴 음악을 들을 때 더욱 그렇다. 또한 KBS TV에서 하는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종종 본다. 진행자가 가는 곳, 걷는 길을 볼 때 마치 내가 거기에 있는 느낌이다. 특히 뒷골목의 여행은 가는 자체가 행복이다. 정말로 우리와는 다른 어떤 것을 느낀다는 것은 즐거움 중의 즐거움이다.

2년 전 호주에 가는 도중에 비행기 대기시간 때문에 홍콩에 좀 긴 시간을 머무르게 되어 홍콩 시내를 여행했다. 사실 아내와 처음으로 둘 만의 우리가 계획한 여행이었다. 그 이전에는 오직 패키지만 다녔다. 본다는 것에는 만족했지만 느낀다는 것에는 늘 채우지 못한 갈증이 있었다. 그러나 홍콩의 짧은 여행은 우리가 인터넷을 찾고, 음식점을 정해 놓고, 여행지를 검색하고,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물어 가면서 한 여행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것이 여행인 것 같다. 그러나 패키지만 해야 하는 것이 나의 서글픈 현실이다. 다음에는 과감히 떠나보자.

 

이번 여름에 중국 원난성에 갈 예정이다. 마침 중국 여행에 관한 책을 읽게 되어서 너무 반가웠다. 특히 패키지식 나열이 아닌 중국의 깊은 곳, 뒷 이야기,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 속 깊은 찻집 주인 이야기 까지 모두 새롭고, 인상깊다. 내가 마치 그 곳에 여행하는 느낌을 받는다. 좋은 자료도 너무 많아 작가에게 감사한다.

 

중국의 가옥 구조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내용은 중국의 기초를 알게된 느낌이다. 삼합, 사합 하는 것의 구조, 구 쓰임새들, 이것이 기초되어서 모든 것들이 이뤄지고, 그 총합이 바로 자금성이라고 한다. 아쉽게 지난 번 북경에 갔을 때 현지 사정으로 개방을 하지 않아 자금성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 사방 자연 풍경이 없어서 집 내부에 인공 자연을 만들어 감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나라는 문만 열면, 아니 방문만 열어도 자연이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런데 중국이나 한국이나 너도 나도 수억을 들여 아파트로 들어가고 있으니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자연을 통한 배움의 현장을 놓치는 현대인들의 헛똑똑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자연은 엄청난 교육의 현장이다. 사계절을 통한 자연의 변신만 배워도 인생을 다 배울 수 있는데 말이다.

 

원난성 찻집의 대만 출신 미인 찻집 주인의 이야기는 시사성이 있는 이야기다. 도시, 남편과 자녀, 많은 연봉 등등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천천히, 느리게, 많이가 아닌 작아도 느끼면서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그 먼곳까지 왔고 또한 정착해서 살아가는 용기는 박수받을만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도 나 같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도시의 수많은 것들을 다 내려놓을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사실 산다는게 뭔가를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가끔 떨어지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원난성 보이차의 거짓말 길에 관한 이야기는 기가 차다. 지금도 원난성 사람들은 생차를 먹는단다. 보이차는 생차를 가지고 먼 길을 가다보니 비를 맞고, 땀에 쩔고, 뜨거운 날씨에 저절로 숙성(좋은 말로, 그대로라면 썩어)되어 그것이 전달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나마도 싼차로 대변되는 보이차가 장사꾼들에 의해서 대대적인 홍보가 되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아예 억지로 숙성(원난성은 습기가 많지 않아 숙성이 잘 안된다)해서 만든 차가, 가격이 뻥튀기 되어서 보물처럼 취급되어졌다는 것이다. 오래 될수록 좋다느니, 사 놓았다가 되팔면 큰 값을 받는다느니 하는 상술에 속아 한국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보이차의 진실을 알고 아는게 힘이다는 것을 느끼고, 씁쓸하지만 모르는게 약이라는 것도 교훈을 얻었다.

 

중국의 그 넓은 땅을 어찌 다 돌아보고 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저자의 수년간 수차례 방문한 좋은 안내서인 것 같다. 방문만이 아닌 연구하면서 여행한 결과물이라 더욱 도움이 된다. 연구서로서만 남았다면 재미가 없어서 책을 덮었을텐데, 중국 현대를 살아가는 부부 이야기, 부모를 떠나 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 처자 이야기, 천천히의 삶의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결단한 자매 이야기는 중국을 더 진솔하게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다음 중국을 볼 때에는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어 도움이 될 것같다. 여행은 아름답다. 여행은 설레임이다. 여행은 재충전이다. 이번 중국 여행도 나에게는 큰 행복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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