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 - 건축 커뮤니케이터 조원용 건축사가 들려주는 쉽고 재미있는 생활 속 건축이야기
조원용 지음 / 씽크스마트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독서를 좋아 한다. 취미가 독서다. 이젠 독서가 특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축가 조원용씨는 연필, 줄자, 스케치, 나침판을 들고 다닌다고 한다. 나도 연필을 즐겨 가지고 다닌다. 책을 읽을 때 줄을 치기 위해서다. 전에는 0.3mm 샤프를 썼다. 그러나 너무 가늘어서 느낌이 좀 그랬다. 그런데 집에 돌아다니는 샤프를 하나 발견하고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심의 굵기가 달랐다. 0.9mm였다. 문구점에 들러 0.9mm 샤프심을 샀다. 책을 읽으면서 0.9mm로 줄을 긋는 느낌이 달랐다. 훨씬 부드럽고, 깊이가 있는 느낌을 받았다. 0.3mm를 썼을 때는 날카롭고, 예민한 느낌이었다. 0.9mm를 쓰기를 참 잘했다. 책을 읽을 때 어떤 펜으로 줄을 긋느냐에 따라, 어떤 굵기로 긋느냐에 따라 이토록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데 하물며 내가 사는 집이 구조, 색상, 크기, 모양, 재료, 풍광, 온도, 바람의 영향을 실로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건축이다. 저자 건축사 조원용의 건축에 대한 변을 들어보자.

 

저자는 건축을 인문학이라 부른다. 건축은 사람이 살아야 집인 것이다. 사람이 없는 건축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건축은 ‘사는’집 보다는 ‘살리는’집이 되어야 한다. 건축은 사람을 닮았다. 건축과 사람은 뗄레야 뗄수 없는 공생의 관계이다. 아무리 멋진 건축물이라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건축물이 아니다. 그냥 구조물이다. 인문학이 사람을 말하고, 사람을 살리듯 건축도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사람이 죽으면 사람이 살던 건축물도 죽는다. 사람이 떠난 흉가를 보면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건물도 죽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건축물은 생명체나 다름이 없다. 사람과 호흡하고, 생사고락을 같이 한다. 사람이 건물을 살리기도 하고, 건물이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따라서 건축은 사람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살아 있는 사람이 건축을 해야 한다. 즉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알고, 사람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 건축을 해야 한다. 건축을 하려면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건축을 하려면 인문학을 해야 한다.

 

생활 속에 건축을 보자. 백화점에 왜 창이 없을까? 창이 많으면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손님들이 어떻게 해서는 돈을 많이 써야 하는데 빨리 나간다면 실패한 건축물인 것이다. 은행 천정은 왜 높은가? 은행은 감시를 해야 하는데 천정이 높아야 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다. 또한 돈을 주고 받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야 한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은 ‘사람은 건축을 만들고 건축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사실 외국에 가보면 역사 속에서 남는 것은 건축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처칠이 한 말이 맞는 말이다. 건축의 목적은 분명하다. 사람의 삶을 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을 살리고 그 안에서 사는 이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건축이 단순히 사람이 사는 건물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면 정말 건축이 중요함을 실감한다.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그 안에서 평생을 살 때 생활의 즐거움, 편안함, 느낌 등은 알게 모르게 놀라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옥의 아름다움과 유익함을 보면 감탄이 된다. 특히 한옥은 마루가 특징인데 마루는 통풍과 습기 제거를 위해 높여놓고, 마루를 통해 여름의 시원함과 겨울의 온돌의 온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온돌과 마루가 공존하는 한옥의 구조가 여름과 겨울을 나는데 도움을 주는 주거 형식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돌 위에 나무 기둥으로 그냥 놓여 있는 것 같지만 무너지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게 여러 부재는 사용하여 강하게 의지하고 돕는 것처럼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한옥에 스며있음을 보게 된다. 또한 한옥의 처마가 다른 나라보다 긴 것은 여름에 태양의 직사광선을 피하게 하며, 겨울에 태양 빛이 적절히 들어오게 하며 열 손실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즉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여건이 건축으로 갖춰져 있다.

 

나는 세계 여행을 하면서 건축물만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사라지지만 건물은 남는다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왜 건물만 남을까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건물만 남은 게 아니라 사람이 산 건물이 남은 것이니 결국 사람이 남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건축물을 연구하면 옛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결국 건축이 사람이고, 사람이 건축이란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앞으로 건물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건축의 중요성은 인식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