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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소울 - 제3회 살림YA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선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3년 2월
평점 :
나는 요즘 지하철 역을 지나다 보면 젊은 연인들의 풋풋한 대화와 애정 표현을 볼 때면 부럽고, 옛날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든다. 왠지 모르게 그냥 나도 설렌다. 그 때로 돌아가 설레는 마음으로 살고픈 마음이 저려온다. 그러던 중 열여덟 소울이란 김선희 작가의 생기 발랄한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열여덟 소울, 나는 열 여덟에 무엇을 했나? 돌아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졸업을 앞두고 닥터 지바고에 아노는 회색 털 달린 반코트를 남대문 시장에서 사 입고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던 때가 기억난다. 요즘 열 여덟 청소년들은 어떤 환경, 문화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가? 무슨 경험을 하면서 성숙하고 있는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 소설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마치 열 여덟이 된 것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만났던 여학생이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여자가 모두 그 여학생처럼 보였던 때, 도서관에서 만난 여학생에게 말을 건네고 싶었으나 끝내 말을 못 붙여보고 영영 멀어진 때 등등의 기억들이 샘물 솟듯이 솟아 났다. 그냥 젊어진 느낌, 그냥 싱그러워진 마음이다. 우선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아버지의 실패와 행불로 견디다 못해 아버지를 찾겠다고 집을 떠난 엄마, 덩그러니 남겨진 할머니 밑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자란 형민, 그의 절친 아버지는 기러기 아빠, 엄마는 자기를 데리고 공부시키겠다고 카나다에 유학,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붕 뜬 자신과 어머니가 견디다 못해 어머니는 현지인과 눈이 맞아 자신을 버리고 자기는 다시 한국으로 와서 실패한 아버지와 힘겨운 삶의 씨름을 하는 공호, 어머니, 아버지 모두 청각장애인으로 학교에서 투명인간처럼 학교생활을 하는 조미미, 세 열 여덟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담임선생님 때문에 시도 좋아하고 잘 따르던 형민이 선생님의 관심이 동정이었다는 것을 알고 실망한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노래방에서 소울이 느껴지는 노래를 부르던 미미를 만나고 관심을 갖고 사랑하게 된다. 친구들의 조소에 묻혀 살던 미미를 사랑한 형민은 같이 왕따가 되기로 결심하고 미미에게 다가서고 결국 친구들이 알게 되어 같이 선생님에게 까지 외면을 당한다.
형민의 가족들은 유난히 전국노래자랑을 즐겨 보았고, 할머니의 출연제안과 마지 못해 출연을 받아들이 형민은 창피하지만 수용하여 예심을 통과하고 결선에 서게 된다. 친구 공호가 깜짝 놀랄 플래카드를 준비하고, 형민은 미미에게 꼭 와줄 것은 부탁한다. 드디어 결선의 날 출연한 할머니는 며느리에게 자신과 아들이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고 인사하며 꼭 돌아와 줄 것을 부탁하고, 형민은 미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공호는 카나타에서도 즐겨보는 전국노래자랑이기에 ‘김공호 엄마, 사랑해!‘란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끝이다.
나는 차례를 먼저 읽어보며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그 제목 하나하나를 되집어 보았다. “세 시 방향으로 눈을 돌려봐, 넌 딱 찍힌 거야”, “어느 날 시가 나에게로 왔다”, “나한데는 밥이 엄마다”,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희망을 버리고 행복해지는 쪽, 희망을 가지고 불행해지는 쪽’, “왜 하필 너냐고?”, “스며들다”, “넌 사랑을 믿냐?”, “시를 모르는게 부끄러운 건 아니다.” 이건 동정이 아냐“ 한 제목 한 제목이 깊이 내 속에 스며든다.
나는 해피엔딩을 좋아 한다. 영화든, 소설이든, 드라마든 뭐든지 해피앤딩이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가지 않을 수 있을까? 엄마, 아빠 없이 할머니랑 살아도 불우하지 않고 행복하다. 선입견으로 단정짓지 말라. 이 소설을 해피앤딩보다도 더 해피하다. 해피한 앤딩은 없었지만 누구나 해피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 해피한 결론을 상투적이지만 적어본다. 공호는 카나다로 유학을 가서 엄마를 만나고 해피한 해우를 하고 훌륭한 성인이 되어 엄마도 사랑하고, 아빠를 위해 효도하는 가정을 이룬다. 형민은 전국노래자랑에 나온 할머니와 형민을 본 엄마가 돌아와 같이 살게 되고, 아빠도 마음을 잡고 돌아와 행복한 가정을 회복한다. 형민도 마음을 잡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SKY대에 합격하고 대기업에 취업을 한다. 미미는 K-팝스 시즌3에 출연하여 대상을 받아 상금도 받고, 가수로 대뷔하고, 대상을 받고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형민에게 프로포즈를 해 결혼에 골인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생각만해도 해피하다. 삶이 이래야하지 않겠는가? 이런 소망도 없이 살아가겠는가? 물론 똑같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닮아갔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또한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며 살아가는게 삶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구절을 회상해 본다.
형민은 미미를 위해 미미와 같이 왕따가 되기 위해 선생님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굳세게 시를 외어 내려갔다. 얼마나 행복했을까?
사랑은 스며드는 것이다. 그냥 그에게, 그녀에게 스며들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스며들어 새로운 색깔로 탄생되는 것이다.
태어난 것 자체가 우성이란 것을 증명하는 것라구, 뱃속에서부터 왕따로 태어난 사람이 어디있어 세상 사람은 모두 존귀한 존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