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부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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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부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생에 늦은 때란 없다.

나이가 들어서 할 수 없는 건 키즈모델밖에 없다."

라며 늦은 시작에 주저하는 이들에게

응원과 용기를 전하는 글귀를 SNS에서 본 적이 있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정해져있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은데

우리는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죽음의 순간'만을 기다리는 것을

무언가 당연한 쇠퇴의 길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다.


삶의 시간이 쌓인 만큼 한 사람이 가진

인생의 깊이는 어마어마해지는데,

똑같이 주어지는 인생이라는 시간 앞에서

'나이' '늦음'이라는 이유로

내려놓고만 있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을 해보면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라고 이내 고개를 젓게 된다.


50~60대가 되어 새로운 도전을 해서

이전의 인생과는 전혀 다른

2 막을 맞이했다는 이들도 많고

하물며 한국문학의 대들보와 같은

박완서 작가님도 40세의 나이,

가정주부라는 틀을 깨고 등단을 하며

여전히 우리 가슴속에 남아있으니 말이다.


일본의 문학상 중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아쿠타가와상이 있다.

신진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문학상이자

순수 문학 작품으로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50대에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펜을 잡기 시작해서 그로부터 8년 뒤 첫 작품을 쓰고

60대에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최고령 문예상 수상 작가로 이름을 알린

와카타케 치사코는 자신의 이름을 단

첫 에세이 집을 통해 늦은 나이란 없다며,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가다

마주하게 된 행복과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속에 이루지 못한 꿈을 품고 있거나

나이 들어가는 몸이 적응되지 않는 사람,

삶의 속도가 버겁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 희망이 되어줄 수 있는 책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이다.


나 역시 누가 봐도 '어리다' '젊다'라고

불릴 수 있던 시기에는 나이 든 이들의 삶에 대해서

곧이 바라보지 못했다.

은퇴를 하고 나면 그냥 그렇게 심심하게,

때로는 아프다가 그렇게 가는구나 하고 말이다.

일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일을 하며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들은 극히 일부분으로

그런 것은 특별한 나만의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보너스 같은 시간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생이 모두가 같지 않은 것처럼

인생이라는 시간은 언제 꽃을 피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어떤 이는 어렸을 때 엄청난 성공을 이루기도 하고

누군가는 다 끝났다 생각하는 인생에서

뜻밖의 변화를 마주하며

새로운 인생의 방향을 얻기도 한다.

야구 게임에서 유명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인생이라는 시간은 누구도 쉽게 예측하거나

단정할 수 없는 내가 만들어가기 나름인

유동적인 형태인 것이다.


세상과 사람들이 말하는 보편적인 평균에서 벗어난

시간과 속도라고 해서

마음속에 품은 꿈을 저버린 채

그렇게 죽음 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일까?

작가는 50대에 맞이한 남편의 죽음 이후

전부터 품어 온 '글쓰기'의 꿈을 직접 실천해 나간다.

세상에 다시없는 작가가 되겠다는 원대한 목표가 아니라

그저 '쓰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 가져온 결과가

최고령 문예상 수상자로, 또 자신의 이름을 건 책을 쓰며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작가'로 닿게 된 것이다.


스스로를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속도로 달려가는

느려터진 완행열차 같다고 비유한 작가는

자신만의 속도, 자신만의 방향으로 달리는

인생에서 마주한 기쁨과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스스로의 마음을 따른 작가는

그런 마음을 투여해서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을 만들었고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 같은 나이 든 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흐르는 인생의 방향을 따라

그 자체를 즐기며 만끽하는 유유자적한 모습은

'행복은 정해진 모양이 아니다'라는

깨달음 또한 가질 수 있게 한다.

고정된 생각으로 인생이라는 시계를 판단했던 이들에게

'오늘'이 가지는 가치,

그리고 나이 듦을 인정하며 내 몸과 타협하고

또 그 속에서 나만의 멋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한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 때문에,

동생들을 돌보느라 포기했던 학업의 길을

60대가 돼서야 다시 밟게 된 엄마를 바라보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엄마에게 "늦은 때는 없어. 일단 해봐"라고 권했지만

막상 나 자신에게는 그런 용기와 응원을

제대로 건네지 못했던 것도 현실이고 말이다.


책을 읽다 보니 평균수명을 바탕으로

이제 겨우 반에 도달했을까 싶은 나도

너무 몸을 사리며 보수적인 삶의 태도를

취했던 게 아닌가라는 반성을 하게 됐다.

나도 마음속에 품어 온 그 어떤 모양의 꿈이라도

나만의 속도로 펼쳐본다면

인생의 밤이 다가왔을 때 후회하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는 별은 하늘에 띄울 수 있지 않을까?


호쾌한 인생 선배의 조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갈

나의 방향을 그려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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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티브 영어회화 이디엄 101 - 아는 단어로 바로 말한다!
레이첼 지음, 가빈 그림 / 길벗이지톡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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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레몬테라스를 통해 길벗이지톡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모국어인 한글을 제외하고

가장 오랜 시간 학습한 언어라 하면 '영어'라 할 수 있다.

때에 따라 제2외국어를 배우기도 하지만,

여전히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공용어로 사용하는 언어인지라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어느 정도는' 기본적으로

갖추고 싶어 하는 것이 영어실력인데,

막상 학생 시절에는 학교에서의 교과과정이나

시험, 자격 증명을 위한 공부를 하다 보니

대학교에 들어가고 첫 학기 교양수업으로 접했던

영어회화 수업은 멘붕의 연속으로 기억이 난다.


수시로 'Don't speak korean'이라는 경고를 들으며

수업 시간 더듬더듬 문장을 만들어 말을 했었는데

당시 가장 어렵다 느꼈던 부분은

단어의 뜻이나 해석 시 문법이 아니라,

다 아는데 '입이 터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How are you today?'라는 질문 앞에

'I'm fine. and you?'로 획일화된 답을 하고

문법을 신경 쓰다 보면 말문이 막혔었다.

이런 회화에 대한 어려움은 여행을 갔을 때도

반복해서 느끼곤 했지만,

막상 영어회화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학원이나 스터디 모임을 통하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찰나에

바로바로 아는 단어로 말할 수 있는

영어회화 밀키트 같은 책을 만났다.

〈네이티브 영어회화 이디엄 101〉이다.


마치 컴퓨터를 사용할 때 단축키를 누르는 것처럼

영어회화가 막힐 때 '단축키'처럼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을 모았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초보 수준의 단어 조합으로

'외워야지'라는 부담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뉘앙스를 익히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20년 넘게 현장에서 강의를 진행해온

회화 멘토가 전하는 '기본값' 같은 표현들은

'진짜 말하기'로 제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가 모국어인 한국어로 대화를 나눌 때

'이 말이 문법에 맞나?'라는 생각을 하거나

단어를 조립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어려운 단어는 풀어서 표현하기도 하고

상황에 맞는 표현을 통째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저자가 말하는 네이티브의 대화 포인트는 바로 이것!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만들어 쓰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덩어리'를 통째로 꺼내 쓴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통째로 저장되어 있는 단축키 같은

즉시 호출 표현들을 언어학에서 'Formulaic Expressions'라 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 실전 덩어리를 '이디엄(Idiom)'이라 통칭하며

우리가 일상생활, 일이나 공부, 감정 표현, 현지 상황,

문제 해결, 디테일을 살리는 완성 표현 등

6가지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1가지 표현을 소개한다.


단순히 표현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6억 네이티브 언어 빅데이터 코퍼스에서 추린

영어회화 단축키를 훈련하고 있는데,

입력 > 이해 > 장착 > 실전의 흐름으로

하루에 한 장씩 가볍게 마스터하면서 교재 내에 있는

회화 표현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한다.


각 주제나 뜻 별로 나누어진 101개의 표현은

먼저 원어민의 음성과 저자 직강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제시된 이디엄이 어떤 감정과 상황에서 쓰이는지 이해하고

비슷한 표현과의 차이를 통해 '이 상황에는 이 표현'이라는

확실한 기준을 세운 다음 가장 빈도 높은 예문을 따라 하며

입이 먼저 반응할 수 있도록 반복한다.

그리고 실제 대화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익히고

마지막으로 리뷰를 통해 실전으로 들어가

반응 점검까지 하다 보면

어렵게만 생각했던 상황 속에서의 표현을

내 것으로 만들어 바로 반응할 수 있게 된다.


책은 크게

일상 행동 표현

감정 공감 표현

실행 표현

현지 상황 표현

문제 해결 표현

완성 표현의

6가지 파트로 나뉜다.


순서대로 하루에 한 장씩 학습해도 좋고,

원하는 표현이나 뜻을 찾아서

자유롭게 펼쳐서 익혀도 좋겠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설명과 예시가 있고

원어민 발음과 책에만 그친 것이 아닌 저자의 강의,

실제로 활용에 대해서 연습할 수 있어서

더욱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꼭 회화 학원이나 전화영어, 스터디같이

여럿이 함께하는 학습 스케줄에 맞추기 어렵거나

쑥스러워서 혼자서 회화 연습을 하고 싶었던 이들에게

더욱 요긴하게 다가올만한 책이었다.


책에 실려있는 QR코드를 통해서는

길벗이지톡에서 제공하는 학습관으로 연결되어

일부 발췌가 아닌 책 내에 있는 이디엄 101가지를

모두 학습할 수 있었는데

저자 직강뿐 아니라, 네이티브 음성을 듣고

따라 하거나 반복 청취를 통해

출퇴근 시간에 혹은 점심시간 같은

자투리 시간에도 회화 공부를 할 수 있어 활용도가 좋다.


복잡하고 어려운 그럴싸해 보이는 완벽한 표현이 아니라

네이티브의 대화처럼 아는 단어로 쉽고 빠르게 꺼내서

바로 말하는 영어 단축키!

회화 자체를 '공부'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느낌으로 다가가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어회화책이었다.

복잡한 조립과 계산은 그만!

101개 영어 단축키로 이제 더 빠르고 쉽게 말해보세요.

영어회화도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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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단지의 두 사람 단지의 두 사람
후지노 치야 지음, 양지윤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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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빈페이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람이나 물건, 장소 등

오랫동안 이어져 '익숙함'이라는 감정이 들게 되면

그 자체로 굉장히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부러 공을 들여 나를 설명하거나

이해하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

"장은 묵은 장맛이 좋다."라는 말처럼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은 사람들에게

사소하지만 큰 힘을 준다.


어렸을 때 친구가 평생 친구라는 말들을 많이들 했다.

아직 자아가 형성되기 전부터

오래도록 알고 지낸 친구들을 만날 때면

서로의 사소한 포인트를 워낙 잘 알고 있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뿐 아니라

화가 났을 때 슬플 때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까지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자연스레 형성되고

실제로 자주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형성된 신뢰의 관계는 오래도록 이어지니 말이다.


오래된 단지에 살게 된 두 사람

일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일주일에 3번, 많게는 6번을

별다른 약속 없이도 만나며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가 있다.

동명의 드라마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후지노 치야의 〈단지의 두 사람〉을 보며,

익숙함이라는 편안함이 주는 일상의 즐거움을

가득히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로 자라 온 두 사람.

오 십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싱글이고

잠시 떨어져 살았지만 이내

다시 부모님이 계신 단지로 돌아와

어렸을 때처럼 한 단지에서 살면서

매일매일 서로를 마주하며 보낸다.


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노에와

프리랜서 삽화가로 일하는 나쓰코는

야채 나누기, 중고로 물건 판매하기,

행사하는 카페에서 팬케이크 먹기,

동네 텃밭에서 함께 수확하기,

새해 함께 맞이하기, 대만 영화제의 날 보내기 등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작지만 즐거운 기쁨을 함께 누린다.


때로는 잘 알고 있어서 말하지 않아도 지키는

무언의 규칙으로 서로를 배려하다가도

한 번씩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 다투고

며칠을 만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이내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집에 방문을 하며 화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이렇게 서로를 잘 아는 친구가 있고

하루를 보낼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꼭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혼자 지낸다고 하더라도

외롭거나 적적하지 않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그 물건을 원하는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중고로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에서

'당근'거래를 하는 것과 비슷해 공감이 가기도 했다.


나 역시 보편적으로 말하는 결혼 적령기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는데,

친구는 아니지만 쌍둥이 동생과 보내는 시간들이

노에와 나쓰코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서

더욱 그들의 모습이 즐겁게 다가왔다.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무료해 보일 것 같지만 그 사소한 포인트들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것은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것이기에

그 기쁨을 아는 나에게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이상적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어렸을 때는 동네 주민들끼리의 왕래도 잦고

대문이 오픈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각자 문을 닫고 들어가,

타인과의 연결이 점차 줄어들고

인사마저도 잘 하지 않는 각박한 사회가 되었는데

〈단지의 두 사람〉을 읽고 있자니

점점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오늘날,

필요한 이웃과의 관계가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잔잔하면서도 무난한 하루,

별 탈이 없었기에 행복하다 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바쁜 현대인들이 잠시 쉬어가며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그런 소설이 아닐까 싶다.


느긋하고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관계,

익숙함 속에서 가득히 느끼는 안정감이라는 느낌을

모두들 받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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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의 두 사람 단지의 두 사람
후지노 치야 지음, 양지윤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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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빈페이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람이나 물건, 장소 등

오랫동안 이어져 '익숙함'이라는 감정이 들게 되면

그 자체로 굉장히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부러 공을 들여 나를 설명하거나

이해하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

"장은 묵은 장맛이 좋다."라는 말처럼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은 사람들에게

사소하지만 큰 힘을 준다.


어렸을 때 친구가 평생 친구라는 말들을 많이들 했다.

아직 자아가 형성되기 전부터

오래도록 알고 지낸 친구들을 만날 때면

서로의 사소한 포인트를 워낙 잘 알고 있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뿐 아니라

화가 났을 때 슬플 때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까지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자연스레 형성되고

실제로 자주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형성된 신뢰의 관계는 오래도록 이어지니 말이다.


오래된 단지에 살게 된 두 사람

일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일주일에 3번, 많게는 6번을

별다른 약속 없이도 만나며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가 있다.

동명의 드라마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후지노 치야의 〈단지의 두 사람〉을 보며,

익숙함이라는 편안함이 주는 일상의 즐거움을

가득히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로 자라 온 두 사람.

오 십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싱글이고

잠시 떨어져 살았지만 이내

다시 부모님이 계신 단지로 돌아와

어렸을 때처럼 한 단지에서 살면서

매일매일 서로를 마주하며 보낸다.


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노에와

프리랜서 삽화가로 일하는 나쓰코는

야채 나누기, 중고로 물건 판매하기,

행사하는 카페에서 팬케이크 먹기,

동네 텃밭에서 함께 수확하기,

새해 함께 맞이하기, 대만 영화제의 날 보내기 등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작지만 즐거운 기쁨을 함께 누린다.


때로는 잘 알고 있어서 말하지 않아도 지키는

무언의 규칙으로 서로를 배려하다가도

한 번씩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 다투고

며칠을 만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이내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집에 방문을 하며 화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이렇게 서로를 잘 아는 친구가 있고

하루를 보낼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꼭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혼자 지낸다고 하더라도

외롭거나 적적하지 않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그 물건을 원하는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중고로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에서

'당근'거래를 하는 것과 비슷해 공감이 가기도 했다.


나 역시 보편적으로 말하는 결혼 적령기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는데,

친구는 아니지만 쌍둥이 동생과 보내는 시간들이

노에와 나쓰코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서

더욱 그들의 모습이 즐겁게 다가왔다.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무료해 보일 것 같지만 그 사소한 포인트들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것은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것이기에

그 기쁨을 아는 나에게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이상적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어렸을 때는 동네 주민들끼리의 왕래도 잦고

대문이 오픈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각자 문을 닫고 들어가,

타인과의 연결이 점차 줄어들고

인사마저도 잘 하지 않는 각박한 사회가 되었는데

〈단지의 두 사람〉을 읽고 있자니

점점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오늘날,

필요한 이웃과의 관계가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잔잔하면서도 무난한 하루,

별 탈이 없었기에 행복하다 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바쁜 현대인들이 잠시 쉬어가며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그런 소설이 아닐까 싶다.


느긋하고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관계,

익숙함 속에서 가득히 느끼는 안정감이라는 느낌을

모두들 받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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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종의 나라 1~2 세트 - 전2권 (양장)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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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타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말로만 주고받던 언어에서 벗어나

문자가 생기고 기록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역사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끼리 말을 그림과 문자로 약속을 하고

그것을 기록하기 시작하는 문명의 등장은

지금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를 거치며 현재에 이르게 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몇 되지 않는 단일 언어 국가이다.

파푸아뉴기니는 한 국가 내에서도

수백 개의 언어가 존재하고,

가까운 중국만 보더라도 워낙 인구도 많은 데다가

다양한 민족의 방언이 있다 보니 더빙을 할 정도인데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거슬러 올라가 먼 과거의 글들도

큰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니

'한글'이라는 우리의 고유한 언어가 가진 힘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을 뿐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의식할 필요가 있겠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은

1443년 세종 25년에 창제되었다.

이후 3년 후 반포되었으며 그 뒤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고유 언어이자 단일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것이 현실이 되기까지

그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그동안 우리가 쓰는 말과는 다르게

중국의 한자를 사용하다가,

한글을 만들게 된 이유, 그리고 그 과정에 있어서

이념적인 흔들림이나 갈등, 흔들림은 없었는지 보다는

훈민정음의 가치나 그것의 특징에 대해서만 주목했었다.


이런 한글 창제에 이르기까지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갔던

세종에 얽힌 이야기에 집중한 소설이 있다.

이름만으로도 이미 너무나 강렬한 작가

김진명이 쓴 〈세종의 나라〉이다.


권력을 가진 양반이라는 이름의 몇몇에게만

읽고 쓰기가 가능했던 그때.

신분의 제약도 제약이지만,

닥친 어려움이나 불공정함에 대해서도

타인의 힘을 빌려야만 겨우 글을 전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백성들에게는 이런 기회조차 없었다.

그저 불리고 말하며, 눈앞에 있는 글자를

읽지도 쓰지도 못하며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갔다.


백성들의 아버지이자,

강건한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세종은

이런 마음을 담아 백성들도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우리나라만의 문자를 만들고자 한다.


중국 황제의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어쩌면 그것이 너무나 당연했던 이들에게는

문자를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하늘에 도전하는 '역적'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도

끝없는 연구와 고민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도

포기를 모르고 결국엔 그것을 해내고 만다.


단순한 문자 하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를 통해 조선 스스로 독립한 하나의 국가로서의

힘을 지닐 수 있음을 내다본 세종은

장영실을 비롯,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이를 통해 읽고 쓸 수 있는 한글을 만든다.

소리글자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커다란 제국에 도전하는 하나의 반항이자

치명적인 선전포고로 펼쳐진다.


큰 변화가 두려워 현재에 안주하고자 하는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있는 법.

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것 자체에 반감을 가진 이들은

갖은 이유를 대며 왕에게 끝없는 칼을 던진다.


그 외로운 싸움을 묵묵히 이겨낸 세종의 모습은

왕이기 이전에 어쩌면 한 명의 학자로,

백성을 끔찍이 아끼는 아비의 모습으로

보다 인간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여기에 세종 곁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해 돕는

한석리와 조선의 법도에 맞설 용기를 가진

권숙현이라는 여인까지,

세 인물이 중심이 되어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익숙했던 역사에 숨겨진 진짜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너무나 익숙해서 그의 소중함을 모르고

함부로 사용하며 망가뜨리는 우리의 모습이

그렇게 힘들게 얻어낸 '우리의 힘이자 자유'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상기시키고 있었다.


신분이 있어 문자를 읽고 쓰는 것이

제한이 있고 나뉘는 시대도 아니고

문자로 세계 간 우월이나 힘이 나뉘는 시대는 아니지만

조용히 우리 속에 파고들고 있는

'우리만의 것'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이어진다.

우리글로 쓰인 것들, 우리만의 문화가

날조되고 바뀌며 뺏길 수도 있겠다는 위협을 느끼는 게

지금 이 시대에도 펼쳐지고 있으니 말이다.


고유한 언어를 가진 단일 민족 국가의 주인으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그 시간을 다시금 떠올린다.

모두가 함께 공감하며 나눌 수 있는 지금을 만들어준

'한글'이라는 위대한 언어.

그리고 그것을 헤아린 성군의 마음까지!


가장 위대한 지적 전쟁이라 불릴 수 있는

그 소리 없는 분투기를 통해

우리 역사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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