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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의 두 사람 ㅣ 단지의 두 사람
후지노 치야 지음, 양지윤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4월
평점 :

"이 글은 빈페이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람이나 물건, 장소 등
오랫동안 이어져 '익숙함'이라는 감정이 들게 되면
그 자체로 굉장히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부러 공을 들여 나를 설명하거나
이해하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
"장은 묵은 장맛이 좋다."라는 말처럼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은 사람들에게
사소하지만 큰 힘을 준다.
어렸을 때 친구가 평생 친구라는 말들을 많이들 했다.
아직 자아가 형성되기 전부터
오래도록 알고 지낸 친구들을 만날 때면
서로의 사소한 포인트를 워낙 잘 알고 있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뿐 아니라
화가 났을 때 슬플 때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까지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자연스레 형성되고
실제로 자주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형성된 신뢰의 관계는 오래도록 이어지니 말이다.
오래된 단지에 살게 된 두 사람
일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일주일에 3번, 많게는 6번을
별다른 약속 없이도 만나며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가 있다.
동명의 드라마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후지노 치야의 〈단지의 두 사람〉을 보며,
익숙함이라는 편안함이 주는 일상의 즐거움을
가득히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로 자라 온 두 사람.
오 십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싱글이고
잠시 떨어져 살았지만 이내
다시 부모님이 계신 단지로 돌아와
어렸을 때처럼 한 단지에서 살면서
매일매일 서로를 마주하며 보낸다.
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노에와
프리랜서 삽화가로 일하는 나쓰코는
야채 나누기, 중고로 물건 판매하기,
행사하는 카페에서 팬케이크 먹기,
동네 텃밭에서 함께 수확하기,
새해 함께 맞이하기, 대만 영화제의 날 보내기 등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작지만 즐거운 기쁨을 함께 누린다.
때로는 잘 알고 있어서 말하지 않아도 지키는
무언의 규칙으로 서로를 배려하다가도
한 번씩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 다투고
며칠을 만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이내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집에 방문을 하며 화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이렇게 서로를 잘 아는 친구가 있고
하루를 보낼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꼭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혼자 지낸다고 하더라도
외롭거나 적적하지 않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그 물건을 원하는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중고로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에서
'당근'거래를 하는 것과 비슷해 공감이 가기도 했다.
나 역시 보편적으로 말하는 결혼 적령기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는데,
친구는 아니지만 쌍둥이 동생과 보내는 시간들이
노에와 나쓰코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서
더욱 그들의 모습이 즐겁게 다가왔다.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무료해 보일 것 같지만 그 사소한 포인트들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것은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것이기에
그 기쁨을 아는 나에게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이상적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어렸을 때는 동네 주민들끼리의 왕래도 잦고
대문이 오픈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각자 문을 닫고 들어가,
타인과의 연결이 점차 줄어들고
인사마저도 잘 하지 않는 각박한 사회가 되었는데
〈단지의 두 사람〉을 읽고 있자니
점점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오늘날,
필요한 이웃과의 관계가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잔잔하면서도 무난한 하루,
별 탈이 없었기에 행복하다 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바쁜 현대인들이 잠시 쉬어가며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그런 소설이 아닐까 싶다.
느긋하고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관계,
익숙함 속에서 가득히 느끼는 안정감이라는 느낌을
모두들 받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