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미식 생활
이다 치아키 지음, 장하린 옮김 / 이아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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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레뷰를 통해 이아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창 바쁜 사회 초년생 때에는

밥하면 하루를 달릴 수 있도록 주입하는 연료로

때로는 잠이나 휴식이 중요해서

건너뛸 수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존재감 이었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위해 차리는 한 상에서 느껴지는 '기쁨'과

'한국 사람은 밥심이지'라는 말에 체감을 하게 되었고,

코로나 시대를 계기로 집에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오늘은 또 뭐 먹지?"라는 질문은

더 이상 지루함이나 때우기가 아닌

하루를 채우는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배달이나 밀키트가 발달이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번거롭지만 재료부터 손질해서

내가 먹고 싶은 메뉴로 직접 만들어 먹는

집밥의 매력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때로는 부족한 재료를 집에 있는 재료로 대체하고,

용도에 관계없이 어울리는 식기에 담더라도

내 입맛에 맛있고 좋다면 그 자체로도 오케이!

행복한 식사시간은 하루를 채우는 큰 에너지가 되었고,

그런 아늑한 온도는 나라는 사람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어 주기도 한다.


이런 집밥의 매력을 너무나 잘 아는,

그래서 자신의 일상 속에 녹아있는

아늑하고 맛있는 손맛이 담긴 이야기를 그린 작가가 있다.

〈집이 좋은 사람〉을 비롯해

컬러링북 〈꿈꾸는 가게〉, 〈꿈꾸는 방〉,

〈숲의 소녀 이야기〉 등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치아키의 최신간

〈소소한 미식 생활〉이다.


따뜻한 그림에 담은 일상의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아 온 작가는

그림 그리는 일을 하며

매일 마주하는 끼니의 기록, 우리 집 만의 레시피,

할머니와 엄마를 거쳐 자신에게 온 추억이 담긴 식기,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숨겨진 동네의 맛집, 식탁에 이르기까지

먹고 보내는 시간에 닿는 행복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곰으로 나타낸 자신의 자화상을 주인공으로

밥을 먹으며 떠오른 생각

즉, 먹고 마시고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는 즐거움 앞에

얽힌 이야기를 이것저것 손가는 대로 그리며

소소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일상을 전하는 것이다.


요리해서 먹는 어쩌면 단조로울 수 있는 일상에서

놓칠 수 있는 반짝이는 순간들을 포착해

자신만의 생각을 더해 그려낸 작가의 이야기는

잔잔한 한편의 브이로그를 보는 것 같으면서도

따라 하고픈 충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집에서 해먹는 집밥은

사랑하는 가족 혹은 나 자신을 위해

정성을 더한다는 점에서

여느 음식들보다도 따스함이 깃들어져 있는데,

그런 따스함을 그림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초반에는 작가의 집밥 이야기가 담긴다.

1장에서는 집에서 해먹는 각양각색 샌드위치나

집에서 차리는 간단 중화요리,

지금까지도 꾸준히 만드는 축하 치즈케이크,

직접 원두를 내려 준비한 커피 등

끼니와 관련된 미식생활을 전한다.




2장에서는 추억이 얽혀있는 식기의 이야기인데

할머니와 엄마에게서 이어진 그릇이나

기념품으로 여행마다 장만하게 되는 젓가락 받침,

자주 사용하고 있는 아끼는 머그컵,

틴케이스를 이용해 나만의 간식통이나

차 플래터를 만드는 방법 등이 담겨 있다.



3장에서는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벼르고 준비해 만드는 크레이프 파티,

우리 집 만의 파스타 레시피를 비롯해

가장 편안한 집이라는 공간에서 즐기는 술 등

일상 속에서 찾은 특별한 즐거움을 묘사한다.





4장에서는 공간이 주는 변화와 여유,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야채 판매대 등

음식에서 나아가 가구와 공간에 대해서도

작가만의 소회를 펼친다.


음식이야기하면 뭐가 맛있다거나

이런 음식을 좋아한다는 얘기가 대부분인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편안한 집밥 이야기로

작가는 일상 속에서 행복해지는 자신만의 비법을 털어놓는다.


귀찮으니까 대충,

혼자 먹으니까 간단하게

그런 마음으로 스스로를 대접하지 못했던 시간이

바쁜 와중에서도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던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다는 감정이 들 정도였다.


작가만큼이나 이제는 집밥에 진심이 된 나는,

작가의 음식과 그릇,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작가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바꾸어 떠올리게 된다.


'내가 주말마다 즐겨먹는 메뉴는?'

'우리 집만의 특별한 레시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릇은?' 등

아늑하고 맛있는 잡담을 스스로에게 거는 것이다.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함께

풀 컬러로 되어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따뜻하고 행복했던 만화 에세이!

이 책을 읽고 나니 작가의 다른 책들에는

또 어떤 행복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해졌다.

소소하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꽉 찬 행복이 들어있던 책

〈소소한 미식 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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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
안형선 지음, 조원지 그림 / 크래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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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팬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렸을 때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물으면

누가 강요하거나 시킨 게 아닌데도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했다.

선생님이나 요리사, 간호사, 미스코리아를,

누군가는 의사, 대통령, 과학자, 건축가 등으로 말이다.

남아선호사상이 있는 사회, 가부장적 분위기의 가정에

태어난 아이들은 마치 '그러면 안 된다는 듯'

고정된 성관념에 갇힌 직업을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주방 일에는

생각 외로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이 많기도 하고,

남성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기계를 다루는 일에는

섬세하고 민첩한 감각이 필요하기도 하다.


지금이야 예전과는 달라져서 교과서에 들어가는

삽화나 표현에서 성평등을 우선시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회적인 시선 아래에서

전통적인 성 역할에 고정된 편견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집에 고장 난 물건이나 수리해야 할 부분이 있을 때

'다치거나 망칠 수 있으니 아빠를 기다리자' 라든가,

공구상자를 다루는 것은 남자의 몫이라 생각하는 게

보통의 생각이니 말이다.


하지만 남자나 여자, 성별에 관계없이

집 수리는 '기술'에 관련이 있고, 이 경험 여부가 중요하지

'여자라서 못 한다', '남자라서 가능하다'는 것은

애당초 관련이 없는 편견에 불과하다.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 여성들을 위한, 여성의 삶을 위하여 

그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나선 여자가 있다.

국내 최초 여자 집수리 전문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라이커스 대표 안형선 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나 게임 등을 잘했고

공구상자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여자치고 잘하네'

'여자가 저런 걸 해?'

'여자인데 이런 걸 좋아한다고?'

라는 시선 앞에서 문득 "왜 여자라고 신기해하지?"

"여자로서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나?"라는 의문에 도달한다.


여자로 살아가며 느꼈던 불편함이나

여자라서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넘어

"여자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여성 집수리 전문 업체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집 수리라는 영역에서 여자기사가 없었던지라

선입견이나 차별 어린 시선 아래에서

자신만의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당당히 집 수리기사로 자리 잡는다.


이 책은 집수리 기사 일을 하게 된 그녀의 이야기와

집수리 기사로서의 일상,

수리 일을 하며 만난 고객들과의 사연이 담겨있다.


성별에서 오는 부족함이 아닌

초보 수리기사로서 느꼈던 '처음'의 어색함,

수리기사가 하는 일의 범위와 자신만의 노하우,

일을 하며 사용하는 도구 뿐 아니라

여성 집수리 기사로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기회가 없었기에 해볼 수 없었던 일에 기꺼이 도전하는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까지,

단순히 흔치않은 성별의 벽을 뚫은 사람이 아닌

그가 느낀 변화의 진심을 전하는 것이다.


해보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든지 간에

뭐든 직접 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다.

누군가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작가가 나아가고자 하는 사회는 바로 그런 사회이다.


나 역시 얼마 전 방법을 미리 찾아보고

직접 고장 난 서랍장의 레일을 교체해 봤다.

고장 난지 한참이지만, 남자에게 부탁해야 하는 건가 해서

미루고 미루었는데 막상 방법을 찾아보니

나도 충분히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후기에서도 직접 혼자서 수리했다는

여자들의 얘기도 있었고, 그렇게 직접 도전해 보니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마칠 수 있었다.

 "여자도 할 수 있는 일이었네, 근데 왜 안된다고 했지?"

해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스스로를 믿지 못해 미루었던 

시간에 대한 후회 또한 남았다. 대체 이게 뭐라고.


이제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대신

한번 해보지 뭐~라는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지금도 어디선가 남자, 여자의 고정된 일을 벗어나

영역 확장을 하며 선구자가 되어주는 그들을 응원해 본다.


느꼈던 불편함에서 출발한 용기 있는 변화의 이야기

<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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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트렌드 2026 - 메타센싱, 시대의 결핍을 채우는 예리한 감각
대학내일20대연구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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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위즈덤하우스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그 젊은 세대일 때도 들었던,

또 나이가 들어 지금의 젊은 세대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살아온 사회와 환경 등 모든 것이 다를 수밖에 없는

세대 간의 갈등은 시대를 막론하고 이어진다.

같은 오늘을 살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은 '도대체 왜?'라는

질문 앞에서 서로를 이해하기보다는

헐뜯고 괴랄하다는 평으로 선을 그어버리곤 한다.


나 역시 기성세대들에게

이해받지 못했던 젊은 세대였고,

그런 시간을 지나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입장이 되면서

평행선을 달리기만 하고 서로를 바라보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와 트렌드의 중심이자 앞으로를 이끌어 갈

이들의 생각을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며,

그런 이해 앞에서 비로소 세대의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새해를 앞두고 트렌드 책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는다.

'이렇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이 유행이다'라는 마음보다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녹아있는 포인트를 통해

트렌드를 예측하고 그것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고 싶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다룬 책들은 많지만

보편적인 관점에서의 트렌드보다도

성별이나 나이에 제한을 두어

세분화된 책이 더 와닿았던 것은

자세히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을

그들의 입장에서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런 점에서 지난해에 이어 만나본

〈Z세대 트렌드 2026〉은

모난 시선으로 바라봤던 Z세대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20대 전문 연구기관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미디어, 뷰티, 식생활, 가치관, 여가, 취업 등

20대의 인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소비자 조사와 빅데이터를 통해

정량/정상적으로 분석한다.

또 내부 전문가로 구성된 그룹을 운영하며

수많은 트렌드 현상을 수집해 연구하고 있는데,

2011년부터 이어진 트렌드 리포트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트렌드를

재빠르게 포착하며 트렌드 주도층으로 자리 잡은

Z세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2026년의 Z세대 트렌드는

2025년과 이어지면서 보다 세부화된 느낌이다.

AI를 사용하며 감정 표현이 서툴 것 같은 이들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낭만'을 볼 수 있었다면,

이제는 좀 더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내밀한 감정을 나누고, 이를 통해 감정 관리와

자기감정에 대한 객관화를 하는 Z세대의 모습은

'나다움'을 위해 스스로를 관리하는 연장 선상 같았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관리에 있어서도 객관화를 추구하는 모습은

'아무 감정 없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라는

나의 편견을 지우는 포인트로 다가오기도 하고 말이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기존의 정형화된 소비가 아닌

자유로운 몰입과 타인과의 교류를 하며

유연하게 조절하는 모습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콘텐츠의 방향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왜 더 이상 영화를 보지 않는지?'

'직렬 독서보다 병렬 독서를 하는 이유?'등

콘텐츠 소비에 있어서도 Z세대만의 모습은

전통적인 콘텐츠의 한계를 벗어나야 함을

직시하게 해주었다.

영상소비가 늘어나면서

텍스트를 더 이상 읽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텍스트힙의 열풍과 더불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읽는 Z세대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독서문화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도 기대하게 됐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면서,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먹거리나

자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만에 주목했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주어진 '오늘'을 만끽하려는 Z세대의 마음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다가왔고

기후 적응을 위한 기후 생존 템이 등장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생길 수밖에 없는 예민한 감각에

주파수를 맞추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왜 다정함을 갈망하고

제철 코어에 진심일까?

카톡은 공개해도 챗 GPT는 안된다는 그들은

도대체 AI를 어떻게 사용하는 걸까?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중심을 잡으려는 Z세대의 감각을 이해하며

그들의 입장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다 보니

마냥 엇나가고 비뚤어진 것만 같았던 모습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며

앞으로를 탄탄하게 끌어갈 그들만의 방식을

기성세대들도 조용히 응원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됐다.


완전히 이해하고 100% 공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감각에 주목하는 것만으로도

시작은 충분하다고 본다.

Z세대의 인사이트를 따라 2026년을 내다볼 수 있는

〈Z세대 트렌드 2026〉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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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옷 추적기 -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박준용.손고운.조윤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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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 해에 한두 번, 많게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최근 1~2년 새에 입지 않은 옷들을 과감히 정리한다.

옷장을 정리하면서 '헤지고 닳아서'가 아니라,

'유행이 지나서', '어쩐지 손이 안 가서'라는 이유로

입은 횟수가 손에 꼽거나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을

버릴 때면 어쩐지 죄책감이 들기는 했지만

"설레지 않는 것을 버리라"는

정리 전문가의 말을 떠올리며,

나의 주변을 가볍게 하는 것이

간소한 삶에도 도움이 되고

쓰레기로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의류 수거함'에 넣으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서

옷이 새로운 삶을 이어간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이 들기도 했다.


헌 옷을 전문으로 수거하는 업체가 있어

버리느니 소소한 용돈벌이 느낌으로 맡기기도 하고,

동네에 비치되어 있는 의류 수거함에 옷을 넣으면서

이 옷들이 향하는 여정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우리가 '옷을 버린다'라기 보다

'나에게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을 준다'라는

막연한 생각은 죄책감 없이 옷들을 소비하는데

도화선을 지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의류 수거함에 버려진 옷들의

여정을 취재한 이들이 있다.

한겨레의 기자인 그들은

✅ 한국이 세계 헌 옷 수출 4~5위 국가라는 점,

✅ 국내 헌 옷의 이동 경로가

밝혀진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

✅ 세계적으로 선진국의 헌 옷이 개발도상국에 가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버려진 옷의 경로를 탐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이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지역을 나눠

추적기를 부착한 150여 개의 의류를

전국 각지의 수거함에 버렸다.

'죽은 한국인의 옷'을 찾기 위한

추적기 설치와 의류 폐기작업에만

한 달 반 이상이 소요되었고,

그렇게 버려진 옷들이 국외에 가서

보내는 신호를 기다리게 된다.


이 책은 헌 옷 추적기 프로젝트의

지난한 과정과 그 신호를 따라가 마주하게 된

진실, 또 그곳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옷을 버리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버리는 옷이 어디로 가는지 아시나요?'라고.


우리가 버린 옷들이 개발도상국에 간다는 얘기는

스치듯이 들은 적은 있었다.

스포츠 경기를 즐겨보는 나는

매 시즌마다 챔피언결정전을 보며,

우승을 다투는 두 팀의 뜨거운 승부 끝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의 뭉클함을 좋아하는데

승자와 패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 승부에서

우승을 다투는 두 팀이 '우승 세리머니'에 필요한

옷을 미리 제작을 해두고,

그 경기에서 우승하지 못한 팀이 이기면

입으려고 했던 옷들이 버려져

어디 먼 나라로 간다는 것이다.


멀쩡한 새 옷을 확실하지 않은 가능성을 위해 제작하고,

미처 소비하지 못한 채 버려진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은 늘 있었는데

이런 특수적인 케이스를 제외하고

'우리가 몇 번 입지 않고 버리는 옷은 다를 것이다'는

생각을 뒤흔드는 취재의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참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 역시도 누가 입었던 혹은 유행이 지난

빈티지 의류는 선호하지 않으면서

내가 버린 옷을 누군가가 소비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버리는 죄책감을 지웠던 시간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우리가 죄책감 없이 버렸던 옷들이 나비효과처럼

먼 나라의 누군가를 뒤흔드는 모습을 마주하게 한다.

마구잡이로 만들어진 옷들이 맞이하는 최후,

선의로 기증했다고 믿었던 옷들이 만든

쓰레기 산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입을 수 있는 의류뿐 아니라,

입지 못하는 쓰레기에 불과한 것들을 수입하고

그것을 그대로 매립하거나 소각하며

자신들의 생활 터전을 옷들의 무덤으로 껴안는

이들의 삶을 바라보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기업들은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할지,

또 국가에서는 제도적으로 무엇을 보안해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우리가 행하고 있는 패스트패션의 민낯을 제대로 알고,

그 옷들의 마침표까지도 자국에서 찍어야 한다는

제도적으로나 개인적인 개선

역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고

그 시작은 개개인의 가진 '옷에 대한 생각'부터라고

정리하게 되었다.


풍족해진 오늘날, 옷이 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멋'으로의 역할로 변모되었지만

진짜 '멋'이 무엇인지, 또 작은 실천일지라도

옷의 쓰임을 생각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의미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옷을 사지 않겠다'가 아니라,

좀 더 오래, 나에게 잘 맞을 수 있는

필요한 옷들을 가지고 입는 것으로

헌 옷의 여정을 줄여야겠다.


매일 다른 옷을 입어도 제법 오랜 기간을 살 수 있는

옷들로 가득 찬 옷장을 바라보며

올바른 소비와 옷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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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내
K.L. 슬레이터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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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팬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노래 가삿말처럼 모든 관계가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

가족이라는 관계, 그중에서도

사랑으로 평생을 약속한 부부라는 관계는

어떤 문제 앞에서도 굳건히 믿고

서로를 지킬 수 있을까?


교통사고로 병원에 누워있는 부부 앞에

살인사건의 증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물건이 나타난다.

바로 부부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봉지 속에 숨겨진 것.

과연 이들 중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

서로를 향한 의심과 고발을 하는

그들의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가 진실인지,

또 그들을 둘러싼 시댁과 친정 부모님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한 소설을 만났다.

영국의 심리 스릴러 작가 K.L 슬레이터가 쓴

〈남편과 아내〉이다.


참석해야 하는 파티가 있어,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떠난 아들과 며느리가

예정된 일정 보다 하루 일찍 행사가 열린 호텔에서

벗어나 교통사고를 당했다.


소식을 전하는 것도 없이 하루 일찍 체크아웃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에 휘말린 아들 내외가

대체 왜 그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남겨진 손주를 당분간 돌보기 위해

그들의 집에서 필요한 짐만을 챙겨오려던 엄마에게

아들은 '거기 가지 마세요'라며 당부를 한다.


아이를 맡기기 전, 자신에게 털어놓을 것이 있다는

아들의 모습에서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엄마는

이윽고 찾아간 아들의 집이 매매 상태이며,

사이가 좋아 보였던 아들과 며느리가

사실은 각방을 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아들의 집 쓰레기봉투에서 발견한

독특한 모양의 스카프.

어디선가 본 것 같던 스카프는 연일 뉴스로 전해지던

최근에 벌어졌던 살인사건 피해자의 마지막 유류품!


이 스카프가 왜 아들의 집에서 나왔는지,

범인은 대체 누구인지,

그리고 아들이 털어놓으려고 했던 이야기는 무엇인지,

수많은 물음표 앞에 이야기의 진실을 따라간다.

장마다 화자가 바뀌며,

숨겨진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은

사건과 함께 잔뜩 뒤섞여 다가온다.


영국의 심리 스릴러 작가이자,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마다

전 세계적으로 300만 부 이상 판매를 해오며

사람들이 감추고 있는 어두운 비밀을 파헤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심리 서스펜스의 대가 K.L. 슬레이터.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가정을 보고

이 소설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작가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펑 하고 사건이 터지고 그로 인해

모든 게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그리곤 한다.


이번 소설인 〈남편과 아내〉 역시

가족이 살아가는 일상과 그 평범함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는 희로애락은 물론

가정의 화목함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에 대한 감정이나 불만을 묻어두는 사람 또한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가족을 매우 사랑하는 여성인

니콜라 밴스의 시선에서 시작한 이 이야기는

가족에 대한 사랑, 또 원칙을 중요시하는 주인공이

범죄의 핵심 증거를 발견하면서

이를 판단하는 데 있어 아들을 향한 사랑이나

헌신 때문에 흔들리는 부분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완벽한 듯 보였던 매력적인 부부인

루나와 파커 밴스 역시

사건이 발생하고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니,

곳곳에 균열과 서로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고 말이다.


함께 공유하는 비밀만큼이나

서로 감추는 비밀 앞에서,

살인이라는 중대한 사건이 맞물리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가득했던 부부의 사이

또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에 대해서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부부는

의심과 고발을 이어 나간다.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이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한데,

과연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읽는 내내 혼란스러움이 배가 되었다.


아들에 대한 끝없는 믿음을 가졌던 니콜라가

아들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던가,

원칙을 생각하며 진실을 향해가는 그녀에게

'일이 잘못돼서 아들과 손주를 모두 잃게 된다면

다 당신 책임'이라고 하는 남편,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아들과 선을 긋는 며느리와

처음부터 아들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던 친정엄마,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친정 아빠까지


2대에 걸친 부모와 자식들,

3쌍의 부부들은 각자의 비밀을 가진 채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어린 딸을 둔 '세라'의 이야기까지,

단순히 누가 범인인지를 쫓는 게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게 된 이야기와

그들의 얽혀버린 부모 자식 간의 관계,

의심과 오해로 짙어진 부부 관계를 바라보며

'인간관계'라는 '믿음'에 대해서

원초적인 관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이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그런 가족에게서 믿음을 잃으며

관계의 존재 이유조차 고민하고 있다.

원칙과 믿음,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적인 모습뿐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신뢰 앞에서 서로를 등져버린

부부라는 이름의 낯선 존재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부부간의 믿음을 위해 무엇이 최우선 되어야 하나?'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기도 했다.


흔한 동아시아의 고부갈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친정 시댁 부모님과의 갈등을 겪는

자녀 세대의 문제는

동서양을 막론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윽고 다다른 결론에서 반전에 다시 한번 놀라고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제까지 읽어 온

모두의 행적을 반복해서 훑어보게 됐다.


사건의 반향보다도

'부부'라는 공동체 사이의 균열에 초점을 맞춰

인물의 심리에 집중하며,

정해진 결말 앞에 독자들을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고 온

작가의 필력에 감탄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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