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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미식 생활
이다 치아키 지음, 장하린 옮김 / 이아소 / 2026년 1월
평점 :

"이 글은 레뷰를 통해 이아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창 바쁜 사회 초년생 때에는
밥하면 하루를 달릴 수 있도록 주입하는 연료로
때로는 잠이나 휴식이 중요해서
건너뛸 수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존재감 이었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위해 차리는 한 상에서 느껴지는 '기쁨'과
'한국 사람은 밥심이지'라는 말에 체감을 하게 되었고,
코로나 시대를 계기로 집에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오늘은 또 뭐 먹지?"라는 질문은
더 이상 지루함이나 때우기가 아닌
하루를 채우는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배달이나 밀키트가 발달이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번거롭지만 재료부터 손질해서
내가 먹고 싶은 메뉴로 직접 만들어 먹는
집밥의 매력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때로는 부족한 재료를 집에 있는 재료로 대체하고,
용도에 관계없이 어울리는 식기에 담더라도
내 입맛에 맛있고 좋다면 그 자체로도 오케이!
행복한 식사시간은 하루를 채우는 큰 에너지가 되었고,
그런 아늑한 온도는 나라는 사람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어 주기도 한다.
이런 집밥의 매력을 너무나 잘 아는,
그래서 자신의 일상 속에 녹아있는
아늑하고 맛있는 손맛이 담긴 이야기를 그린 작가가 있다.
〈집이 좋은 사람〉을 비롯해
컬러링북 〈꿈꾸는 가게〉, 〈꿈꾸는 방〉,
〈숲의 소녀 이야기〉 등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치아키의 최신간
〈소소한 미식 생활〉이다.
따뜻한 그림에 담은 일상의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아 온 작가는
그림 그리는 일을 하며
매일 마주하는 끼니의 기록, 우리 집 만의 레시피,
할머니와 엄마를 거쳐 자신에게 온 추억이 담긴 식기,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숨겨진 동네의 맛집, 식탁에 이르기까지
먹고 보내는 시간에 닿는 행복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곰으로 나타낸 자신의 자화상을 주인공으로
밥을 먹으며 떠오른 생각
즉, 먹고 마시고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는 즐거움 앞에
얽힌 이야기를 이것저것 손가는 대로 그리며
소소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일상을 전하는 것이다.
요리해서 먹는 어쩌면 단조로울 수 있는 일상에서
놓칠 수 있는 반짝이는 순간들을 포착해
자신만의 생각을 더해 그려낸 작가의 이야기는
잔잔한 한편의 브이로그를 보는 것 같으면서도
따라 하고픈 충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집에서 해먹는 집밥은
사랑하는 가족 혹은 나 자신을 위해
정성을 더한다는 점에서
여느 음식들보다도 따스함이 깃들어져 있는데,
그런 따스함을 그림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초반에는 작가의 집밥 이야기가 담긴다.
1장에서는 집에서 해먹는 각양각색 샌드위치나
집에서 차리는 간단 중화요리,
지금까지도 꾸준히 만드는 축하 치즈케이크,
직접 원두를 내려 준비한 커피 등
끼니와 관련된 미식생활을 전한다.

2장에서는 추억이 얽혀있는 식기의 이야기인데
할머니와 엄마에게서 이어진 그릇이나
기념품으로 여행마다 장만하게 되는 젓가락 받침,
자주 사용하고 있는 아끼는 머그컵,
틴케이스를 이용해 나만의 간식통이나
차 플래터를 만드는 방법 등이 담겨 있다.

3장에서는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벼르고 준비해 만드는 크레이프 파티,
우리 집 만의 파스타 레시피를 비롯해
가장 편안한 집이라는 공간에서 즐기는 술 등
일상 속에서 찾은 특별한 즐거움을 묘사한다.


4장에서는 공간이 주는 변화와 여유,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야채 판매대 등
음식에서 나아가 가구와 공간에 대해서도
작가만의 소회를 펼친다.
음식이야기하면 뭐가 맛있다거나
이런 음식을 좋아한다는 얘기가 대부분인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편안한 집밥 이야기로
작가는 일상 속에서 행복해지는 자신만의 비법을 털어놓는다.
귀찮으니까 대충,
혼자 먹으니까 간단하게
그런 마음으로 스스로를 대접하지 못했던 시간이
바쁜 와중에서도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던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다는 감정이 들 정도였다.
작가만큼이나 이제는 집밥에 진심이 된 나는,
작가의 음식과 그릇,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작가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바꾸어 떠올리게 된다.
'내가 주말마다 즐겨먹는 메뉴는?'
'우리 집만의 특별한 레시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릇은?' 등
아늑하고 맛있는 잡담을 스스로에게 거는 것이다.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함께
풀 컬러로 되어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따뜻하고 행복했던 만화 에세이!
이 책을 읽고 나니 작가의 다른 책들에는
또 어떤 행복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해졌다.
소소하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꽉 찬 행복이 들어있던 책
〈소소한 미식 생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