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자매 - 나치에 맞서 삶을 구한 두 자매의 실화
록산 판이페런 지음, 배경린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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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사라져간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어렸을 때 읽어 본 '안네의 일기'의 주인공인

안네처럼 어린 소녀를 비롯해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그들은 분류 당하고,

학대 당하며, 모진 노동과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는 수용소에서

더위와 추위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 못하며 병으로 실험으로

가스실에서 살해당했다.


홀로코스트로 일컬어지는 이 대학살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과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고

살아낸 저항 투사들이 있다.

《아우슈비츠의 자매》는 네덜란드의

'하이네스트'라 불리는 저택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유대인들을 도왔던

자매 린테와 야니, 그리고 그들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치의 점령 아래 아스러진 유대인들의 이야기를 볼 때면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떠오르며 뭐라 표현하지 못할 아픈 공감이 든다.

그러면서도 그 시대 속에서도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일구고 꿈을 꾸고 포기하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다다를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브릴레스레이퍼르 가를 이룬

요세프와 피트에의 만남을 시작으로

무용과 노래에 소질을 보였던 린테,

뚝심 있고 단단한 성격으로 19살부터

저항활동에 투신한 야니의 이야기는

따스하고 단란한, 여느 평범한 가정에서 시작해

나치의 점령으로 핍박받기 시작한 유대인들의 이야기로

점점 확장되고 퍼져나간다.


숲속에 숨겨진 그들만의 작은 도시 같았던

하이네스트에서의 생활은

짧지만 안락하고 무엇보다 편안한 시간이었고,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만이 아닌

비슷한 처지에 있는 타인을 돕고자 애쓰는

자매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뭉클했다.


두렵지 않은 이는 없었을 텐데,

충분히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그녀들은 기꺼이 집의 공간을 내어주고 숨겨주고

먹을 것을 내어주며 그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라는 삶의 본질을 심어주고 있었다.


영원한 평온, 행복이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 시간이 무색하게 그들이 숨어지내던

하이네스트가 들키고, 그들 가족은 흩어져

기차를 타고 어딘지도 모를 수용소로 가게 된다.


어두웠던 화물칸 만큼이나 어둑해진 그들의 삶.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미래를 그릴 수도 없는

그런 상황에서도 린테와 야니는

서로를 의지한 채 "살아남을" 이유가 돼준다.

참혹한 수용소에서의 시간은

책 속에 등장하는 텍스트만으로도

숨이 턱 막혔지만, 그 긴 시간이

몇 줄의 글로는 압축할 수 없는

더 큰 고통이었다는 걸 알기에

읽는 내내 자주 멈춰서 심호흡을 해야 했다.


그곳에서 만난 마르고트와 안네와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멋모르고 읽었던

(그 참상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너무 해맑게 읽었었다)

'안네의 일기'의 주인공인 안네 역시

그 홀로코스트의 한 가운데 있었던

인물임을 새삼스럽게 상기시켰다.


소리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

그 고통을 이겨내고 살아낸 사람들.

불과 그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

이토록 잠잠해진 현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이토록 소설 같은 현실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이유도 명분도 없이 아스러지던 그 시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었던,

삶의 의지를 놓지 않고 나의 본질을 잃지 않고

끝끝내 '나 자신'으로 살아내었던

여리고 여린 두 자매의 모습이

소녀에서 여인으로, 엄마로

또 그 모든 걸 넘어선 저항 투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감격스러웠고

비슷한 상황에서 나라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쓴 우리네 이웃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살기 위한 삶임에도 불구하고

무엇도 꿈꿀 수 없고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을 챙기고 타인들을 돌보며

꿋꿋하게 일어서고 다시 일어선

그녀들의 모습에 힘을 얻는다.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잔상으로 남을

홀로코스트의 아픔이

이 소설을 통해서 한 번 더 자세히 알려지고

조금은 옅어지기를 바란다.


"이 글은 아르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친구들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야니는 점차 자신이 해 온 일이 초래할 결말을 실감했다. 하지만 두려움이 그녀를 멈추지는 못했다. 유대인과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은 나날이 더 중요해졌고 야니는 온 힘을 다해 자신이 신뢰하는 동지들과 함께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최후의 승리를 맞는 그날까지 견딜 수 있도록 힘을 주시옵소서. 이 슬픔을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기도를 끝낸 뒤, 가족들은 다가온 새해를 위해 달콤하고 씁쓸한 축배를 들었다.

수용소의 구조를 살펴보면 모든 요소가 유대인 절멸 목표를 위해 고안됐음을 알 수 있다. 수도관도 연결돼 있지 않고 몸을 씻을 수 있는 공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수용소 내 질병 감염율이 비약적으로 높았다. 독일 내 수용소는 의례적으로 1인 1실이 원칙이었으나 아우슈비츠에서는 4인 1실이 기본이었다. 그렇게 수용소의 수감 가능 인원이 약 13만 명으로 늘었다.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 옆에는 4개의 거대한 가스실과 화장터가 지어졌다.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유대인의 수는, 5대 유대인 처형장 중 두 곳인 트레블링카와 베르제크 수용소에서 목숨 잃은 유대인을 합한 수를 금세 뛰어넘었다.

그 외에도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검문을 통과할 때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 벌어졌다. 기차 문이 열리기 무섭게 에베르하르트는 인파에 섞여 들었다. 기차에서 내려 승강장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고개를 살짝 숙이고 어떤 의심 가는 행동도 하지 말 것. 몸을 숨기려 하지도 관심을 끌지도 말 것.

네덜란드의 유대인들이 강제로 이송되거나 살기 위해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린테와 야니는 가족들이 다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절감했다. 아직까지는 저항단체를 통해 배급 쿠폰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야니는 저항활동을 그만두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무모하다거나 순진해서가 아니라 그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 험난한 시대, 싸워야만 살 수 있었다.

너는 존재 자체만으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말도 안 되누 이야기도 계속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뇌리에 박히기 마련이었다. 야니는 단잠에 빠진 따뜻한 가족들 곁에 누워, 신선한 공기에 서서히 섞여 드는 장작 타는 냄새를 맡았다. 야니는 이 거대한 저택에서 잠들지 못한 유일한 존재였다. 야니는 종종 생각했다. ‘전쟁과 박해, 폭력, 이 모든 것이 나의 망상은 아닐까.‘ 하지만 유대인 색출 작전이 하이네스트 주위를 엄습할 때면 의아했던 마음이 금세 걷혔다.

일성적인 위협은 이제 삶의 일부가 됐다. 가족들은 예전만큼 날을 세워 라디오를 듣지 않았고 ‘연합군의 전진‘ 따위의 이야기도 거의 하지 않게 됐다. 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남기 위해 잠시 마음속에 정지 버튼을 누른 셈이었다. 한 해 전만 해도 모두가 이맘때쯤이면 전쟁이 끝나 있으리라 확신했다. 내년이면 다시 고향과 직장, 가게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가족과 주변 사람을 잃는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전의 삶으로 아무렇지 않게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너무나 많은 가족과 친구가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 버렸다. 이 고통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수평선 너머를 바라봐야 했다. 허황된 꿈을 꾸지 말자. 근시안적으로 하루하루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더 장기적으로 보고 상황에 대비하자.

1944년의 어느 봄날, 야니는 유령 도서 암스테르담에서 또 다른 하루를 보낸 후 하이네스트로 돌아왔다. 집을 빙 돌아 현관에 미처 닿기도 전에, 부엌문에서부터 들리는 여자들의 수다 소리가 그녀를 맞이했다. 그 소리를 듣자 곧바로 긴장이 탁 풀리는 듯했다. 정원 저 아래의 정자에서는 아이들이 인형의 집을 가지고 노는 중이었고 집안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흘러넘쳤다. 소년들은 테라스에 모여 앉아 구슬치기에 한창이었다. 야니가 천천히 집을 향해 걸어가자 어머니가 부엌 창을 통해 손을 흔들었다. 야니는 신발을 턴 후 부엌으로 들어가며 생각했다. 우리의 옛 동네는 죽은 게 아니구나. 우리가 작은 암스테르담을 하이네스트로 옮겨왔구나.

다들 유대인이 유대인을 위한 은신처를 운영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베르트와 애니 보호버가 그랬다. 미크도 만날 때마다 똑같은 말을 했다. 프리츠와 코르, 알레이트와 얀, 카럴 폰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린테와 야니에게 이 문제는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 가족이 살아남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그렇기에 자매는 자신들이 해야만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한때 아버지였던 존재의 그림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린테는 문득 생각했다. 아버지에게 진정한 치욕은 그들에게 존엄성을 빼앗긴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당신 가족에게 저지른 잘못에도 불구하고 복수를 할 기회조차 없다는 사실이라고.

야니는 감옥에서 입수한 좋은 소식, 즉 보프와 아이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가족들에게 전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이들 세 명 모두를 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위전의 경찰이 보프에게 제때 언질을 준 것이 분명했다. 여전히 독일군보다 한발 앞설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여전히 힘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용감한 이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희망의 불씨를 꺼지지 않게 했다

방에 증기가 차오르자 이곳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시야에서 간수들이 사라졌다. 린테와 야니는 서로를 바라본 후 꽉 끌어안았다.
"꼭 살아남아야 해." 야니가 말했다.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전한 결단. 자매는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그야말로 양파가 손질되듯, 본질만 남을 때까지 한 꺼풀 한 꺼풀 발가벗겨졌다. 시작은 직장이었다. 뒤이어 학교에서, 집에서, 고향에서 쫓겨났다. 이웃을 잃고 친구를 잃었다. 가족을 빼앗기고 자유를 빼앗겼다. 종래에는 옷도, 머리칼도, 그림자까지도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본질이었다. 내가 지켜야 할 것, 나의 본질, 나 자신. 그것만은 뺏기지 말자.

야니는 스스로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다른 이들은 가지지 못한 것을 생각했다. 바로 의지할 사람이었다. 자매는 자아를 잃지 않도록 서로를 도왔다. 서로의 존재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일깨워 줬다. 나는, 우리는, 암스테르담에서 온 자매라는 사실을.

야니는 린테에게 계속해서 되뇌었다. 언니, 우리 꼭 살아남아야 해. 우리가 함께라면, 서로 정신을 붙들어 주고 돌봐 주면 이겨낼 수 있어. 아이들 생각은 하지 마. 머리르 비워. 먹으 수 있는 건 다 먹어. 긁어서 상처를 내면 안 돼. 그리고 무엇보다 명심해. 요세프 멩겔레와 그의 수하인 나치 의사들에게 선별당하면 안 돼.

홀로코스트의 참상에 오랫동안 몰입하는 것은 한 사람의 내면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합니다. 하지만 브릴레스레이퍼르 자매의 의지와 용기, 유쾌함은 평생 내 안에 살아 숨쉬며 끊임없는 가르침을 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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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정리의 힘 (15주년 개정판) - 시간, 공간, 관계에 만족감을 채워주는
윤선현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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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해야할까?

가진 것이 너무 많은 요즘에는

오히려 넘쳐흐르는 '소유'를

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부족하던 때에는 정말 필요한 것들만

우선순위를 가리고 골라내어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소유했는데,

물질적으로도 시대적으로도 풍부한 삶을 사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는 그런 '옥석'을 가르는

눈조차 가지지 못한 것인지

'죽어라 사고 죽어라 버리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하고 갖고싶다'라고 말하고 있다.


'정리' 라는 범주는 어떤 사업이나 관리의 개념이 아니라

지극히 가정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의 단어였다.

대한민국 1호 정리컨설턴트로 주목을 받고

'정리'라는 평범했던 단어를 세련된 자기관리라는

또 다른 카테고리로 만든 이가 여기 있다.

2010년 국내 최초의 정리컨설팅 기업을 설립한

저자 윤선현이다.


이 책은 그가 정리컨설팅 기업 '베리굿정리컨설팅'을

설립하고 운영하며 쌓아온 정리의 노하우와

우리의 삶을 성공으로 이끌고 사랑하게 만들

시간, 공간, 관계의 변화를 가져오는

정리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정리란 무엇인지,

하루 15분의 정리가 가져올 변화는 어떤지

실질적으로 정리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업의 이야기를 덧붙였고

또 무엇을 어떻게 정리할지

'공간, 시간, 사람'으로 나뉘어

정리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정리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공간정리의 흐름 4단계,

시간정리의 4단계

관계정리의 3단계를 소개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15주년 개정판을 출간하며

감사를 전하고 있다.


나 역시 '정리' 하면 그저 소유하고 있는 것을

보기좋고 깔끔하게 배치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정돈과 정리의 비슷한 듯 차이가 있는 개념사이에서

나는 정돈을 정리로 생각했던 것 같다.

보다 체계적인 개념의 정리는

단순히 버리고 비우는 것이 아니라

'이 물건이나 관계, 시간이

나에게 필요한 이유'를 알고 그것을 실천해 가면서

조금 더 삶을 심플하게 하고

중요한 것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단순한 그 진리를 알아차리는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나 싶었다.


공간이나 시간, 사람들간의 관계 등을

'소유'에 초점을 맞추면 그 정리에 있어서도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정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힘은

나에게 있어 중요한 가치를 깨닫고

그것을 온전한 나의 삶으로 돌리고

집중할 수 있는데 있지 않나 싶다.


하루 15분의 정리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반대로 묻고 싶다.

나의 삶의 변화를 위해서 매일 15분의 노력을

해 본적은 있는지 말이다.


단순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정리의 힘을 나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

특히 물건이나 공간 등 물질적인 정리에

대해서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시간과 인간관계 등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이 자리잡고 있는

나의 마음 속 공간에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 글은 스노우폭스 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정리컨설팅을 하면서 공간의 변화가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각자의 상황과 이유는 달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래 사용하지 않아 낯설어진 물건을 버리고, 방치되다시피 한 잡동사니 물건을 버리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리하면 삶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늘 언급했던 ‘정리는 삶을 바꾸는 실천‘이라는 말에는 그런 확신이 담겨 있습니다. 정리를 실천하는 것은 더 좋은 삶을 위해 자기 자신을 계발하고, 간절히 원하는 목표와 꿈을 이루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입니다

정리의 사전적 의미는 "쓸 것과 쓰지 않을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를 더 현실에 와닿게 "정리는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소개했닺

정리는 모든 자기계발의 출발점이다. 책상을 정리하면 업무가 정리된다. 업무가 정리되면 퇴근 후의 삶도 달라진다. 정리는 현재의 변화를 미래의 변화로 이끄는 첫 번째 단계가 될 수 있다. 지갑 하나를 정리할 수 있으면, 곧 인생까지 정리할 수 있다.

오늘 꼭 이루어야 할 목표를 딱 세 가지만 정하면, 어떤 일이 더 중요한지 비교하고, 판단하고, 선택하게 된다. 목표가 세 가지뿐이니 꼭 이루겠다는 마음이 생겨 실행가능한 일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습관도 길러진다. 중요한 일이 하루 만에 끝나지 않는다면, 그것을 쪼개서 실행 가능한 일로 만드는 능력도 생긴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에 자신의 마음도 닮아가는 존재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환경을 청소하거나 정돈함으로써 머릿속과 마음이 똑같이 청소되고 정리된다. 복잡한 환경에 둘러싸여 있으면 머리도 마음도 정리될 수 없다."라고 말하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리의 3요소는 ‘정리, 정돈, 청소‘다. 작은 의미에서의 정리는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정돈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상에 주소지를 정하는 것이고, 청소는 더러워진 상태를 깨끗하게 만들어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물건을 목적에 맞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질문해보자. ‘나는 이 물건을 왜 가지고 있을까? 이 물건은 어떤 용도인가?‘ 목적에 맞지 않는, 혹은 어떤 목적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일과 물건을 제거하면 자기 삶의 목적을 제대로 실행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시간정리라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공간정리와 기본 방식은 똑같다. 시간의 잡동사니는 버리고, 할 일 목록 만들기 쇼핑을 자제하면 된다. 무엇보다 공간에 목적을 찾아주듯이 시간의 목적을 찾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간을 정리한다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바라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올바른 일을 하는 것과 일을 제대로 하는 것 사이에 놓인 효과성과 효율성의 혼란에서 모든 문제는 비롯된다. 확실한 것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만큼 쓸모없는 일은 없다"라고 했다. 시간정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왜 일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일 중 불필요한 일과 불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타임푸어는 흔히 생각하듯이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시간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다. 시간을 통제 못하고 있다는 불안, 시간이 부족하다는 불안, 무엇인지 잘 모르는 막연한 불안, 충분한 여유가 있는데도 시간이 촉박하다고 느끼는 데드라인 불안 등. 시간에 대한 불안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관계정리를 잘한다는 것은, 무조건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필요한 사람을 알고 있는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가 중요하다. 즉 인간관계로 인해 기회를 얻고, 행복을 얻고 있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관계정리 역시 어렵지 않다.인맥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멋진 인맥을 갖기 위해 화려한 경력이나 멋진 말솜씨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이 있딘. 바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은 물건을 정리하듯 나 혼자만의 판단과 기준으로 하기 어렵고, 마음을 써야 하기 때문에 많은 미련이 남고, 살아온 동안 연결된 많은 사람을 일순간 정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간 훈련하듯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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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요리하는 심야식당
나카무라 사츠키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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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참 유행했었던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게스트로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냉장고를 그대로
스튜디오에 옮겨와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을
활용해서 15분간의 한정된 시간에 셰프들이
주제에 맞춰서 요리를 만들어 대결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실감 있는 연예인들의 냉장고 속 모습이나
보기 힘들었던 신기한 식자재들,
혹은 너무 없어도 없는 재료 속에서도
뚝딱뚝딱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셰프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와 함께
음식에 얽힌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배우 박철민 편은
많은 이들에게 뭉클한 눈물을 차오르게 했는데,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꺼내며
그날의 주제로 '엄마 손 밥상'을 꼽은 것!
그의 냉장고 속에서는 어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요리 재료들도 많았을뿐더러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의 레시피까지 기억하는 그는
“항상 옛날 어머니의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라고
고백하며 셰프들을 통해 다시금 맛보게 된
어머니의 손맛에 눈물을 흘리며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방송이 된 후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회차의 이야기를 하며
많은 이들이 감동과 공감, 또 떠나보낸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고 있다.

나에게도 딱 50살 나이 차이의 정정했었던
그렇지만 배우 박철민 씨의 어머니처럼
치매를 앓다가 떠난 할머니가 있기에
그의 이야기를 볼 때면
무심하듯 투박하게 만들어 줬던
할머니만의 반찬이나
할머니 댁에 갔을 때만
먹던 음식들이 떠오르곤 한다.

내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인생의 시간이 여물어 갈수록
나이 드는 부모님을 바라볼수록
언젠가는 다가올 이별을 상상하면
"아.. 정말 그때가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과
나는 아무리 해도 똑같이 따라 할 수 없는
엄마 아빠만의 손맛이 담긴 그 요리가
먹고 싶어질 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리움을 요리하는 심야식당》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부모님이 하던 식당을 이어받은 동생을 도와
요리는 전혀 할 줄도 모르고 식당 운영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던 주인공 테츠시가
우연한 기회에 신사에서 소원을 빌다가
소원의 대가로 이승에 남아있는 영혼들에게
몸을 빌려주고 요리를 배우는 대신
그들이 원하는 (신이) 초대한 손님에게
그리움과 사랑이 가득한 마지막 한 끼를 대접하며
깨닫게 되는 감동과 눈물의 힐링 스토리를 담고 있다.

죽은 영혼이 그리운 사람에게
마지막 요리를 해준다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이미 눈물이 울컥하는데,
자칫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 상점 시리즈의
하나인 이 소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누적 발행 부수 20만 부를 넘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건 떠난 존재에 대한
그리움이나 아쉬움을 모두가 느끼고
공감하기에 가능하지 않나 싶다.

식당을 운영해가며 몰랐던 요리의 기술이나
손님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 등을
전하는 에피소드들도 좋았지만
'심야 식당'이라는 식당을 배경으로 한 만큼
이승에 남아있는 영혼들이
자신의 소중한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픈 그 메뉴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하고
소소한 일상식이라 더욱 감동지수가 커졌다.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을 따라 읽다 보면
'나도 먹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
음식 이름을 검색해서 그 모습을
찾아보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내가 만약 세상을 떠나게 되고
소중한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요리는 무엇이 있을까?
또 사랑하는 가족들이 떠난다면
그들에게 받고 싶은 요리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 가족에게 그런 추억을 가진 음식을 무엇일까?
생각만 해도 울컥해지는 그런 음식은 무엇인지
그 맛을, 추억을 조금씩 음미해 본다.

따스한 음식만큼이나 진한 추억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앞으로를
더욱 단단하고 밝게 빛내줄 거라고 생각한다.
또 그들을 통해 배우고 느껴온
테츠시 역시 그 소중함을 알고 있기에
더욱 따뜻하게 식당을 운영할 수 있겠지 싶다.

음식이나 식당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 작품 역시 다양한 후속편으로
영상화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사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신의 애정 하는 술 이야기도
또 다른 재미 포인트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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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이들
한요나 지음 / &(앤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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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먼 미래의 지구

1~7구역으로 나누어진 세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가장 최상위 층이자, 모든 면에서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이들이 살고 있는 제일 꼭대기인 이곳,

인공 오존으로 유일하게 햇빛을 누릴 수 있는 1구역부터 시작해 점점 아래로 내려갈수록 감염병을 비롯한

열악한 환경으로 기본적인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한 나머지 구역들.


주인공인 하루는 이도 저도 아닌 3구역에서 태어났다.

3구역에서 태어났지만 여느 아이들과는 다르게

갈색의 머리 빛으로 같은 등급을 가진 반 아이들보다는

1~2등급에 가까운 나는, 아이들에게 부러움이자

선망의 대상이다. 반면 우리 반에는 어느 등급에서

태어났는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빨간 머리칼에

투명한 피부와 눈동자를 가진 외계인 같은 취급을

받는 주하라는 아이가 있다.


이야기는 7구역으로 나누어진 지구에서

피부색과 머리 색상, 겉으로 보이는

어떤 외모적인 특징으로 등급이 나눠지고

누리는 생활이 달라지는 세상에서

1등급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게 된

3등급의 하루와 빨간 머리를 한

기묘한 주하의 시선에서 펼쳐진다.


머리칼을 거래하는 비밀을 가진 주하와

그런 주하에게서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끼고

그 아이에게 다가가는 하루까지.

이들에게 감춰진 사연과 그들이 속한

7개의 구역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공모전에서

《오보는 사과하지 않는다》로 수상하며

소설가로서 시작을 하게 된

한요나 작가의 신작인 《태양의 아이들》은

파괴된 먼 미래의 지구,

한창 성장하고 변화를 맞이하는

아이들이 있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성장하는 시기, 급변하는 시기,

자신을 찾아가고 고뇌하는 이 시기의 아이들이

현재의 아이들이 성적이나 등급, 대학에

목매는 것과 다르게

'파괴된 지구에서 태양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을 타고난 것이 '다른 외형적 유전자'로

등급이 나뉘어 보인다는 점에서 특이하게 다가왔다.

햇빛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는

검은 머리칼을 비롯해 짧은 속눈썹,

햇빛과 마주하며 생긴 주근깨는

1구역에 산다는 반증이자 선망의 포인트가 되었고

그를 따라 주근깨를 그려 넣기도 하며

뜨거운 태양을 오롯이 쬘 수 있는

그들의 환경을 부러워하기에 이른다.


3구역에서 태어나 감염병으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난 동생의 몫까지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하루,

엄마의 바람에 따라 1구역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지만

이곳에서도 A~F 반 등

등급에 따라 나누어진 반의 구조는

적응은커녕 친구를 만들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다.

타인에 대한 관심조차 생기지 않았던 하루에게

'빨간 머리'를 한 주하의 등장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달라서가 아닌

인간적인 관심으로 시작되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비밀을 알아가며

'친구'라는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자신의 존재 이유와 처한 상황을

마치 '꼬리 없는 쥐' 같은 자조 섞인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주하는

어떤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하고 싶은 것'을

처음으로 떠올리게 되는데,

C.O.S라 불리는 태양의 아이들이

2차 성징을 계기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는데

'하고 싶은 것'을 깨닫게 된 주하가

본격적인 2차 성징을 맞이하며 겪게 되는

신체적인 변화나 통증은

새로운 단계로 나가아는 설렘이자

성장통 같은 느낌으로 비유되는 것 같았다.


배경은 파괴된 먼 미래라고 하지만,

사춘기 시기를 맞이하며 이전과는 다른 나를

외계인처럼 '나도 나를 모르겠어'로 느끼는

오늘날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계가 사실은 전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오늘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다름'과 '나누어진 등급, 구역'을

넘어서 성장하고 나아가는 주인공들을 보여줌으로써

소설을 읽는 아이들에게도

변화와 성장의 즐거움, 나를 찾아가는

기쁨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나게 다름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모습으로 그대로 바라봐 주는

등장인물들의 모습도 지금의 우리들에게

필요한 시선이 아닌가 싶다.


여느 SF 장르와는 다르게 마지막까지

고전을 느끼며 읽었던 작품이다.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배경이나 상황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니

비로소 이야기가 술술 읽히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정해진 세상의 틀을 넘어 한 뼘 더 성장해나가는

모든 아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글은 앤드러블5기 활동을 위해 앤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나는 주하에 대해서 추측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주하는 너무 많은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반면에 내가 주하를 바라볼 때는 만화경으로 들여다보는 세상처럼 어지러웠다. 주하라는 원통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다.

내가 1구역에 머물고 싶은 이유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도 아니다. ‘안전‘이 기본값인 생활을 하고 싶고, 어느 정도는 엄마 걱정도 할 줄 아는 착한 딸이고 싶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고, 그러면 내가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주하는 그래도 특별하게 자랄 수 있었겠지. 특별한 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억울한 일도 분명 있었겠지? 애들은 특별한 아이들을 질투하곤 하니까.
"5구역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날들이 좋았어. 거긴 갖가지 색이 다 있었지."

앞으로 내가 알아야 하는 게 얼마나 많은 걸까. 적어도 지금 내 앞에 붉게 빛나는 태양부터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났다. 나는 얼마나 더 추측하고 노력해야 할까. 그것조차 이 아이에겐 폐가 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문득 태양이 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 아이 옆에 있으면 태양이 뜨고 지는 순간도 모두 볼 수 있을 것 같아 무서웠다.

내가 주하의 움직임에 안절부절못하는 데에는 어떤 ‘불안‘이 있었다. 신경 쓰고 싶지 않지만 자꾸 생각나는 사람, 어딘가 크게 아픈 곳이 있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늘 상태가 좋은 건 아닌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엄마를 생각할 때처럼 말이다. 3구역에 두고 와서 어떻게 해 줄 수도 없는 엄마를 생각하면 익숙해지지 않는 주하에 대한 불안이 성큼 이해되는 것 같았다.

오히려 아이들은 유난히 눈에 띄는 주하에게 질투했던 게 분명하다. 나는 그런 주하에게 반한 것처럼 빠져나오지 못한 거고.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까지의 당황스러운 질주가 이해된다. 빌리가 우리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도 그것뿐이다. 눈 색깔이 예쁘니까. 처음 말을 걸었을 때 빌리는 누구보다 솔직했던 것이다.

주하를 보면서 동생을 떠올리게 될 줄은 몰랐다.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이런 우리가 1구역의 학교에 오게 된 이유가 뭘까. 이유는 더 나은 삶을 원해서였지. 아마도. 부모님이 원해서였지. 아마도. 주하는 여전히 실험용 동물처럼 살고 있지 않나. 그럼 나는? 나도 다를 게 있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가 만난 데에는 어떤 운명이라도 있는 걸까?

어른들은 왜 그렇게 빨리 눈치채는 걸까. 내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금새 눈치채고 굳이 확인하듯 묻는다. 내가 서툰 걸까 생각해 봤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은 내 속을 알기 어렵다고들 말하니까. 어른이 되면 신기한 능력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 버리는 게 낫다. 노범도 그런 어른이라고 생각 하기로 했다. 하긴 주하나 청아 같은 애들을 매일 돌보고 실험 대상으로 관찰하고 있으면 10대 아이들의 표정쯤이야 우습게 읽힐지도 모르겠다.

"응. 네 말처럼 뭐라도 얘기했어야 했어. 미안."
"아냐.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었지. 나한테 말해야 할 의무 같은 건 없잖아."
그렇게 말하는 하루의 표정이 외로워 보였다.
아니야. 너한테는 말할 수 있어. 너한테는 말하고 싶었어. 그런데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말해도 되는 건지 판단할 수 없어서 그랬어. 그것도 갑작스러운 실험 때문이라고 말하면 이해해 줄래?
나는 뱉지 못할 말을 입안에서 굴리면서 하루를 쳐다봤다. 내가 줄어든 건지 하루가 그사이 키가 큰 건지 정말로 하루의 모습이 다르게 보였다.

역시 차이와 차별의 문제일까? 환경이나 문화 차이의 문제도 있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구역이 나뉘어 살아가고 있었나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연구소의 노범이나 친구처럼 솔직한 파비오나 대답해 주지 않을 것 같았다. 애초에 대답할 수 있는 문제 였다면 학교에서도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이쪽으로 걸으면 어떤 동네가 나올까?"
"다니 슬러시 가게가 나오고, 기숙사랑은 멀어지겠지?"
나는 전사가 되고 싶은지도 몰라. 진짜야. 네가 있는 지금 여기를 위해서, 내가 자란 곳을 위해서, 나와 같은 아이들을 위해서, 아직 탈출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서, 아픈 아이들을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특별하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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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로 읽는 법구경 - 삶을 이끄는 지혜의 징검다리 에세이로 읽는 동양고전
법구 지음, 이규호 해제 / 문예춘추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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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성당처럼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절이라는 공간은 그 빈도만큼이나

가까운 느낌이 들곤한다.


종교라는 이미지보다는

어떤 '가르침'이나 '학문'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건 우리나라가

불교와 유교에 바탕을 둔 문화가

참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인데


그래서 그런 말씀들 속에서 전해지는

가르침들이 어렵다기보다는

조상들의 지혜나 진리로

여운이 오래가곤 한다.


이번에 읽게 된 《에세이로 읽는 법구경》은

문예춘추사에서 나온

'에세이로 읽는....' 시리즈 중 하나로

불교 경전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많이 읽혔던 법구경의 전문과 해제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한 책으로

해제를 붙인 작가의 독후감 같은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는데,


경전이라 하면 한자가 가득하고

어렵다는 생각에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해제를 붙인 이번 책은 정말 제목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법구경은 담마파다 Dhammapada라 불리는

불교의 경전으로, 석가모니 사후 삼백년 후에

여러 경로를 거쳐서 작성된 부처의 말씀을

묶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불교의 수행자가 지녀야 할 덕목에 대한 경구로

되어있으며, 서문과 세분화된 품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책은 남전의 26품을 기본으로 정리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제1장 쌍서품과

제 3장 심의품으로

마음과 다스기리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금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법구경의 전문을 완역하고 해제를 덧붙이며

이를 통해 '진리의 말씀'을 전달하고자 한다.

꼭 종교적인 믿음이 아니더라도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변하지 않는 삶의 지침으로

다가갈 수 있는데, 참된 삶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깨우치고

가슴 깊숙이 그 지혜를 심어줄 수 있는 이야기로

말씀이 전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법구경에서는 마음과 지혜, 실천, 진리에 대한

얘기들을 담고 있는데

저자의 해제는 단순히 불교적인 이야기 뿐 아니라

우리가 여러 고전 들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데카르트나 톨스토이, 구약성서를 비롯해

벤저민 프랭클린 등의 이야기까지

함께 엮어서 제공하면서 더욱 이해를 돕고 있다.


나이가 들 수록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나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나의 자세 등에

대해 고민이 생기기 마련인데

꼭 순서대로 읽지 않더라도

각 소제목을 보고 나에게 필요한 구절을

그때 그때 골라 읽어도 너무 좋을 것 같다.



붓다의 가르침에 대해서 인식하지 않더라도

치열하게 살아가기에 바빠 미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지혜롭게 삶을 살아가는 어떤 지침표가

되어줄거라 생각한다.


고전이라하면 막연하게 어렵게 생각하고

나서서 펼쳐볼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가볍게 읽으면서도 그 의미까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이 글은 문예춘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마음은 다스리기에 달려 있다. 마음속에 뜨거운 불을 지피면 마음은 어쩔 수 없이 활활 타오른다. 마음속에 찬서리 비바람을 몰아넣으면 마음은 또 어쩔 수 없이 냉정해지며 폭풍으로 휘몰아친다. 그래서 마음을 일컬어 ‘허령불매‘라고 말한다. 마음은 형체가 없어 텅 비었으나 그 작용은 뛰어나 신령하고 밝다는 뜻이다.

"남을 해칠 마음이 없었더라면 성냄에 얽매이지 않으리니 원한을 오래두지 말고 성내는 마음에는 머물지 말라. 비록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더라도 그것 때문에 막말하지는 말라. 남의 흠을 찾아서 약점이나 단점을 들추지 말고 항상 자기 자신을 잘 단속하여 정의로써 자신을 살펴나가라."

"사물을 보는 방법이 일정할 때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지식을 얻을 때 의지는 진리로 향한다. 의지가 만족을 얻을 때 마음은 착하게 된다. 마음이 착해진 후 모든 것에 대한 도덕적인 관찰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도덕으로 옮겨간다."

그래서 하루를 일컬어 일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그러한 하루하루가 쌓여서 평생을 만들고 삶이라는 울타리에 갇히게 된다. 인간의 삶이야말로 참으로 작은 웅덩이 속의 물고기와 무엇 하나 다를 것이 있겠는가? 오늘 하루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 오늘 하루에 그대의 모든 무게늘 실어라. 선한 일생이 있는 것처럼 선한 하루가 있고, 악한 일생이 있는 것처럼 악한 하루가 있다.

말은 실행의 그림자라는 말이 있다. 한마디의 짧은 말이라 하더라도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그 말에는 생명이 없다. 그것은 이미 죽어버린 말이며 낯선 그림자이거나 스쳤다간 사라져버리는 환영에 불과할 뿐이다.

"반드시 많이 배우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행하는 것이 제일이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많이 알더라도 행하지 않으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믿는다는 말처럼 아름다운 것은 흔치 않다. 믿는다는 것은 대상을 확실하게 인지하는 것이며, 가감 없이 사랑하는 것이며, 완벽하게 신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믿음이라는 말 속에는 종교적 차원의 신앙에서부터 사랑과 우정, 자기 자신자신과 타인, 양심과 비양심, 현재와 미래, 선과 악 등의 갖가지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이 무수히 잠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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