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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요리하는 심야식당
나카무라 사츠키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2월
평점 :
절판
한참 유행했었던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게스트로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냉장고를 그대로
스튜디오에 옮겨와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을
활용해서 15분간의 한정된 시간에 셰프들이
주제에 맞춰서 요리를 만들어 대결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실감 있는 연예인들의 냉장고 속 모습이나
보기 힘들었던 신기한 식자재들,
혹은 너무 없어도 없는 재료 속에서도
뚝딱뚝딱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셰프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와 함께
음식에 얽힌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배우 박철민 편은
많은 이들에게 뭉클한 눈물을 차오르게 했는데,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꺼내며
그날의 주제로 '엄마 손 밥상'을 꼽은 것!
그의 냉장고 속에서는 어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요리 재료들도 많았을뿐더러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의 레시피까지 기억하는 그는
“항상 옛날 어머니의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라고
고백하며 셰프들을 통해 다시금 맛보게 된
어머니의 손맛에 눈물을 흘리며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방송이 된 후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회차의 이야기를 하며
많은 이들이 감동과 공감, 또 떠나보낸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고 있다.
나에게도 딱 50살 나이 차이의 정정했었던
그렇지만 배우 박철민 씨의 어머니처럼
치매를 앓다가 떠난 할머니가 있기에
그의 이야기를 볼 때면
무심하듯 투박하게 만들어 줬던
할머니만의 반찬이나
할머니 댁에 갔을 때만
먹던 음식들이 떠오르곤 한다.
내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인생의 시간이 여물어 갈수록
나이 드는 부모님을 바라볼수록
언젠가는 다가올 이별을 상상하면
"아.. 정말 그때가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과
나는 아무리 해도 똑같이 따라 할 수 없는
엄마 아빠만의 손맛이 담긴 그 요리가
먹고 싶어질 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리움을 요리하는 심야식당》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부모님이 하던 식당을 이어받은 동생을 도와
요리는 전혀 할 줄도 모르고 식당 운영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던 주인공 테츠시가
우연한 기회에 신사에서 소원을 빌다가
소원의 대가로 이승에 남아있는 영혼들에게
몸을 빌려주고 요리를 배우는 대신
그들이 원하는 (신이) 초대한 손님에게
그리움과 사랑이 가득한 마지막 한 끼를 대접하며
깨닫게 되는 감동과 눈물의 힐링 스토리를 담고 있다.
죽은 영혼이 그리운 사람에게
마지막 요리를 해준다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이미 눈물이 울컥하는데,
자칫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 상점 시리즈의
하나인 이 소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누적 발행 부수 20만 부를 넘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건 떠난 존재에 대한
그리움이나 아쉬움을 모두가 느끼고
공감하기에 가능하지 않나 싶다.
식당을 운영해가며 몰랐던 요리의 기술이나
손님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 등을
전하는 에피소드들도 좋았지만
'심야 식당'이라는 식당을 배경으로 한 만큼
이승에 남아있는 영혼들이
자신의 소중한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픈 그 메뉴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하고
소소한 일상식이라 더욱 감동지수가 커졌다.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을 따라 읽다 보면
'나도 먹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
음식 이름을 검색해서 그 모습을
찾아보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내가 만약 세상을 떠나게 되고
소중한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요리는 무엇이 있을까?
또 사랑하는 가족들이 떠난다면
그들에게 받고 싶은 요리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 가족에게 그런 추억을 가진 음식을 무엇일까?
생각만 해도 울컥해지는 그런 음식은 무엇인지
그 맛을, 추억을 조금씩 음미해 본다.
따스한 음식만큼이나 진한 추억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앞으로를
더욱 단단하고 밝게 빛내줄 거라고 생각한다.
또 그들을 통해 배우고 느껴온
테츠시 역시 그 소중함을 알고 있기에
더욱 따뜻하게 식당을 운영할 수 있겠지 싶다.
음식이나 식당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 작품 역시 다양한 후속편으로
영상화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사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신의 애정 하는 술 이야기도
또 다른 재미 포인트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