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4 V-리그 스카우팅리포트 - V-리그 스카우팅리포트
신승준 외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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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프로배구가 뜨거운 열기를 더하며
리그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특히나 이번시즌은 프로출범 2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여느해보다도 리그 자체 내에서도 의미가 있고,
김연경, 김희진 등 스타선수들을 필두로
다양한 팬들이 리그에 유입되며 이전과는 또 다른
색다른 배구 팬문화도 형성되기도 했으며
팀별 연봉상한선이 조정되서
10억이 넘는 연봉의 선수까지 등장하며
리그 자체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 프로배구가 출범하기 전
처음 배구를 보게 되었는데
아빠가 보던 종목이자, 아빠가 응원하던 팀이
자연스레 '내팀, 우리팀'이 되면서
이제는 바람이 쌀쌀해지는 가을이 다가오고
배구시즌이 시작되면 시즌에 60경기 이상을 직관하며
열심히 배구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팬이 자연스레 되었다.

시즌이 시작되고, 각 팀별로 선수단의 변화가 생기면
새로운 전력에 대한 기대와 함께
리그안의 팀에 속한 여러 선수들에 대한 궁금증도 커진다.
연맹 홈페이지나 팀별 SNS, 기사나 방송, 영상을 통해서
선수들에 대한 정보나 소식을 들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한정된 지면, 시간 속에서 리그의 모든 선수들을
다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늘 팀별 대표선수나
베스트라인업에 치중된 스포트라이트가 아쉽긴 했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관중 입장 수 제한이나
육성응원 금지, 심할 때는 무관중 경기까지 진행되며
소통이나 선수들에 대한 정보습득이 어렵던 찰나에
가뭄속 단비처럼 등장한 책이 있었으니,
바로 올해로 4번째 출간을 하게된
V-리그 스카우팅리포트다.

올해로 네번째로 출간을 하게된
20232024 V-리그 스카우팅리포트는
배구 중계 / 직관을 하는 팬이라면 익숙한
KBSn sports의 신승준, 오효주, 조은지 아나운서와
이보미, 이재상 기자가 참여해 만든
V리그 프로배구의 총망라하고 종합적인 정보와
1명의 선수에 1페이지씩 리그의 모든선수에게
동일한 양의 지면을 할애해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V리그 정보 끝판왕, V리그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다.

지난 2022-2023시즌 리뷰를 비롯해
2023-2024시즌 프리뷰,
신인선수 드래프트 및 이번시즌 처음 시행하는
아시아쿼터에 대한 이야기와
각 팀별 지난시즌 성적 및 각종 기록,
새 시즌을 앞둔 선수들의 각오와
경기장에서 볼 수 없었던 개인 사진과
친필사인&메시지가 담긴 페이지는
새 시즌을 앞두고 리그에 대한 기대는 키우고,
선수들에 대한 궁금증까지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마중물 같은 느낌이었다.

리그나 제도, 선수들에 대해서
습득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가 있기에
늘 배구인(?)이라 자부하는 함께하는 팬들끼리
주고받거나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였다.
연맹 홈페이지에서 선수들의 기록도 제공하고 있지만,
하나씩 찾아보지 않는 한 선수 한 명 한 명의 기록은
기준기록을 세우거나 중계 속 한마디를 통해서만
알게되는 것이 보통이니까 말이다.

각 팀별 Best7(주전 라인업)을 포함해
포지션별 선수 명단,
아시아쿼터, 외국인 드래프트 선수에 대한 정보를 포함해
리그의 모든 선수들에게 한 페이지씩 할당되
그 선수의 이야기로 꽉 채워진 페이지는
좋아하는 선수에 대한 정보도 얻고 경기장에서는
보지못하는 색다를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일 뿐더러,
잘 몰랐던 리그 내의 선수들에 대해 새로이 알게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특히나 지난 2022-2023시즌부터 엔트리 수 제한으로
경기장에 오는 선수들의 수가 한정되었는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간절하게 열심히 운동을 하는 그들의 마음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전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정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를 비롯해,
내가 응원하는 팀의 기록을 보며
제대로 민낯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지난시즌에는 최약체였지만,
시즌초반 연승을 달리며 반전을 꾀하고 있는
하위권팀의 분전을 응원하게 되기도 했다.

이제 시즌이 시작되고 2주차,
2023-2024시즌 1라운드는 진행 중이고
뜨겁고 즐거운 함성과 응원,
선수들의 땀방울도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다.
출간 예고부터 기대되었던 V리그 스카우팅리포트를
리그시작과 함께 읽어보니, 배구의 또 다른 재미를
맛보는 기분이 든다.

다가오는 다음시즌에는 어떤 이야기들로
이번시즌의 이야기가 정리되어 펼쳐질까?
어떤 선수의 어떤 기록이 남게될까?
내년의 V리그 스카우팅리포트를 기대하며
오늘의 배구의 즐거움을 더욱 만끽해보려 한다.

"이 글은 브레인스토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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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채식 - 비건이 아니어도 괜찮아
홍승권 지음 / 파지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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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여행지의 한 식당 앞에서
"Sorry, We don't have vegan menu." 라고
적힌 글귀를 보았다.
비건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식사 메뉴 선택지 마저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또 그런 현실에서 실제로 비건을 실천하는 것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1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100명의 비건지향인이
환경 측면에서 더욱 낫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우리가 먹는 일주일의 식탁에서 한끼라도
고기가 아닌 채식을 실천하고,
조금씩 채식 실천을 하는 여럿의 힘이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듣기만 할 뿐 상상이 가지 않던 찰나에 만난 이 책은
채식을 처음 시작하고, 혹은 채식에 대해서
부담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채식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게 아니야'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우리 모두의 채식>은
다양한 채식의 종류와
저자가 직접 비건으로서 실천한
채식에 대해 소개하고
채식의 실패, 치팅과정을 포함해
채식과 동물, 인간의 관계 등
채식에 대한 총망라한 정리를
가볍고 쉽게 전하고 있다.

학원강사로 지내다 번아웃이 오고,
건강이 상하면서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던 작가는
직접 겪은 채식의 생생한 과정을 통해
비건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을 뿐 아니라,
자주 즐겨먹는 채식레시피까지 제공하면서
'맛있고 즐겁게 양껏 먹으면서도
건강도 챙기고 실천할 수 있는 채식'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책에서는 4가지 챕터로 나누어
시작한다 > 안다 > 실행하다 > 실패하고 극복하다 >
채식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채식을 시작하며 좀더 채식에 대해서
자세히, 제대로 알고 싶었던 비기너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첫번째 챕터에서는
본격적인 비건이 되기로 한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학원강사로 시작하여, 번아웃이 왔을 때
건강을 생각해서 시작하게된 채식은
지금은 아이들을 포함해 모든 가족이 함께하고 있다.
많이들 갖고 있는 채식에 대한 오해를 풀어감과 동시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부분에서 마주하게 되는
동물성 성분이 포함된 상품들,
그리고 비건보다는 비건지향을 강조하며
비건이든 아니든 타인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울림이 매우 컸다.

2번째 챕터에서는 채식의 역사 및 종류,
채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음식 및
채식의 나침반이 되어줄 책들을 소개한다.

나 역시 '채식'이라 하면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책을 통해 저자가 소개한
채식의 종류는 내가 알던 것 이상으로 다양했으며
또 부담없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채식의 종류도 있어서 신기했다.
'비덩주의'나 '홈채식'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덩이로 된 고기를 먹지 않고
(육수나 동물성 조미료는 먹을 수 있다.)
집에서 만큼은 채식을 실천하는 등
누구나 쉽게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접근범위를 낮추고 좀더 쉽게 생각하고
나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세번째 챕터는 본격적인 실행의 단계이다.
채식은 맛없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점차 채소의 맛을 즐기고, 습관이 되기까지
작가가 밟아온 과정들
그리고 직접 집에서 즐겨해먹는
7가지의 채식레시피까지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었다.

4번째 챕터는 한번쯤 채식에 도전했다가
장렬하게 실패하고 다시 일반식으로 돌아간
사람들에게 특히나 도움이 될 법한 이야기가 있다.
한번씩 마주하게 되는 치팅 앞에서
치팅을 분석하고 그것을 통해
치팅을 치료하는 과정까지 담음으로써
채식이 즐거워지는 길을 안내한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채식의 시작과 실천을 넘어
채식과 인간관계 (사람들간의 관계에서
함께 '먹는'것을 빼놓을 수 없으므로)
혹은 채식을 넘어 생각할 수 있는 본질의 비거니즘,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채식실천이라는 것이 비건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만
한정된 특수한 식습관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모두가 직면해야할
현대의 과제라는 생각이 점점 커진다.
한 둘의 완벽한 비건보다는 열 명이, 백 명이
'비건지향'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 작은 움직임은
큰 날개짓이 되어 동물과 인간, 나아가 우리가 살아갈
환경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완벽한 비건, 혹은 단호한 채식이 아니어도 좋다고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하나 둘 늘려왔던 육식소비로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온 우리가 그 시간을 역행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걸 반증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일주일에 한번씩 고기를 먹지 않거나
혹은 덩이로 된 고기를 먹지 않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는 채식지향의 방법을 함께 실천해보자고
권해본다. 비건이 아니면 어떠랴. 비건지향이면 어떠랴.
이렇게 변화하고 실천한다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며 고기를 먹은 날,
동물성 성분이 들어간 상품을 쓴 날을 꼽아보면
생각보다 더 자주, 많이 고기를 먹고
동물성 성분의 상품을 썼음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다.
'고기를 먹는다'를 별도로 꼽아서 체크하고 인식하지
않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채식, 자연식물식은 하며
지구의 오늘을 아낄 수 있는 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던 채식으로의 진입장벽을
한껏 낮출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이 글은 파지트로부터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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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이석용 지음 / &(앤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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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형이라고 하는 '사형'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을 집행한 이후로 사형선고는 내려지나
실제 집행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사실상 사형제도만 유지되고 있다.

1980년대에 태어나 오늘을 살고 있는 나는
어린시절(읽고 듣고 이해할 수 있었던)
TV 뉴스를 통해서 어떤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사형판결이 내려졌고 집행이 됐다라는
소식을 보기도 했었고, 집행이 사실상 중단 된 이후
벌어지는 범죄들을 보며 사형을 집행하던 때보다
더 극악무도해지는 모습에 속으로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무늬뿐인 '사형선고'가
그런 범죄들을 더 키우고 있는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얼마전 SNS에서 1997년 12월 30일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집행이 되었던
23명의 범죄자들의 죄목이 나온 걸 본 적이 있었다.
오늘의 우리들에게는 조금은 자주(?) 보게되는
그런 죄목으로,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사형선고는 커녕 징역형만 살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조금 허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사람들의 죄값은 어떻게 치뤄지는거지?' 하고

사형제도의 폐지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에 진범이 잡히거나
사건의 진실이 새롭게 밝혀지는 경우
되돌릴 수 없다는 점과 인권에 대한 부분,
또 '죽음' 이라는 것으로 그들의 죄값을 치뤘다고
볼 수 있겠냐는 생각들도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징역형은 30년 남짓이 최고형이고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하더라도 감형이 되기도 한다.
사형제가 폐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석방없는 무기징역이 도입되면
일밤범죄에까지 형량만 높아질 수 있다며
최근 대법원에서도 사실 상 반대의 뜻을 표했는데

이번에 읽게된 《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는
중단되었던 사형 집행이 다시 시작되면서,
사형을 앞둔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와
그 마지막 하루의 이야기가 담기며
죄와 죽음에 대한 것, 정의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책을 읽기 전 떠올린 것은
미국 사진작가 재키블랙이 공개했던
사형수들이 요청한 마지막 식사의 재현 이었는데
"자신이 저지른 혹은 저지르지 않은 범죄 때문에 사형을 앞두고 마지막 식사를 요청하는 것은 어떠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보여준 식사와 마지막 진술은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과도 겹치기도 했다.

집권 3년차 점점 떨어지는 지지율의 반등이 필요했던
대통령과 참모진들.
중단되었던 사형 집행을 재개하며,
지지율 상승과 더불어 큰 그림을 그리는데
그 내용은 바로 이것.

사형선고는 받았지만 집행은 되지 않았던
사형수들 60여명 중 본보기(?)로 진행할
3명의 사형수를 선발한다.
사형집행 전날 저녁 마지막 식사로
원하는 메뉴를 제공하고 시민위원과 기자까지
마지막 날에 동행에 그 마지막 현장을 지켜보게 되는데,
그 마지막 식사를 제공하는 요리사 X는
자신의 정체도 밝히지 않고, 취재요청으로부터 보호하며,
마지막식사 이틀전에는 사형수의 신상에 대해 알려줄 것,
요리는 요리사의 재량에 맡길 것,사형수의 식사 후 소감을 알려줄 것 등
조건을 밝히고 프로젝트에 동참한다.

한동안 멈춰있던 사형장도 다시 돌아가고,
3명의 사형수가 집행을 앞두고
마지막 식사를 하게 되는데
이들이 선택한 음식과 음식을 통해 밝혀지는
그들의 이야기들.
과연 그들은 어떤 사연과 어떤 죄를 저지르고
어떤 생각으로 마지막 식사를 선택했을까?

사형집행을 반대하는 인권단체와
집행을 찬성하는 유가족들의 입장차이,
그리고 이를 이용해 지지율을 반등하려는 대통령.
3명의 사형수들의 집행이 가져올 결말은
무엇이 될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법정최고형으로 '죽음'으로써
죄의 값을 치룬다는 사형이라는 것이
과연 존폐위기에 있는 오늘날에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사형집행을 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고,
오래도록 중단된 나라도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누가 결정할 수는 없겠지만
각자의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출간 소식을 보고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내가 죄를 지었든 (혹은 죄를 뒤집어 썼든)
사형 집행을 앞두고 마지막 식사를 한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 하고
사형을 선고받고 집행될 정도로 중죄를 저질렀다면
마지막 식사를 선택할 권리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이조차 죄를 뒤집어 쓸 일은,
그런 오해를 겪게 될 일은 없다는 법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만약에 고를 수 있다면 "미역국"을 선택할 것 같다.
태어난 날, 생일이면 먹던 미역국을
삶의 마지막에도 똑같이 먹음으로써 제대로
마침표를 찍고싶달까.

이 글을 읽은, 혹은 이 책을 읽기 전의 당신에게도
질문하고 싶다.
'당신은 마지막 식사로 무엇을 먹을 것인가?'

"이 글은 넥서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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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바소 셰어하우스입니다
하타노 도모미 지음, 임희선 옮김 / &(앤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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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0세 이상의 독신 여성만 들어올 수 있는
셰어하우스가 있다.
아파트 사이에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이 곳 와카바소 셰어하우스는,
2층으로 되어있고 공동 욕실과 주방, 거실을 사용하며
각자 사용하는 방의 문도 잠기지 않는
개별 룸으로 이루어진 조금은 특이한 곳이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당장 지금이 아니더라도 '먹고사는 문제'가 걱정인
주인공 미치루는 우연한 소개로
이 와카바소 셰어하우스에 입주하게 된다.
직업도 나이도 성격도 각기 다른 와카바소의 사람들은
서로의 생활에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엮이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소설의 주인공인 미치루의
앞으로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상황이
남 일 같지 않기에 그녀에게 조용히 '화이팅'을
외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당장의 결혼계획도 없고 그렇다고 부모님이 계신
본가에도 오빠내외와 조카들로 빈자리가 없는데
코로나로 인해 긴급사태가 선언되며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식당에서의 수입도
불안불안하기만 하다.

특정 나이와 성별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었지만
코로나 상황 속에서 홀로 생활하며
외롭고 막막해하는 그 마음이 어찌나 안타깝던지
그 외로움은 코로나라는 전염병보다도
사람을 더욱 깊게 잠식해 나가는 것 같았다.

오랜시간 와카바소를 운영해온 70대의 도키코를 비롯해
커리어우먼 마유미, 약국 사무원 미사코,
미치루가 좋아했던 작가 치나미까지
같은 공간을 셰어하는 셰어하우스 메이트들은
각기 다른 느낌의 방만큼이나 서로 다른
나이와 직업, 성격을 가졌다.

나에게만 한정된 세상과 문제에서
환경이 바뀌고 시야가 넓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보여지고, 비로소 나와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내 문제가 아닌 타인의 문제에서
좀 더 생각이 쉬워질 때도 있고 말이다.

환경이 바뀌었고, 코로나 라는 특수성으로
일하는데 있어서도 변화를 맞이할 수 밖에 없던
미치루는 자신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는데
제 2의 사춘기처럼 또 한번의 고민을 하는
미치루의 시간은 결코 의미없는 방황이 아닌
진지한 성장통 같아서 읽으며 나 자신에게도
'이것봐~ 마찬가지라고' 외치고 싶었다.

불안과 외로움 속에서 가만히 웅크리고
힘들어하기만 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마저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주인공의 모습은 부럽기도 했을 정도 였다.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후회하지 않는 매일을 차곡차곡 쌓는 미치루의 내일은
그 덕분에 더 단단하고 분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셰어하우스라는 생활을 공유하는 공간이
서로 얽히고 연결되는데서 안정감을 느끼는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그네들의 모습은 무엇보다도 진하게 보였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꼭 서로의 인생에
등장하고 투입된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낯설은 이들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도
진한 연대의 기운을 충분히 가진다고 생각한다.

호흡이 긴 소설이었지만
등장인물은 생각보다 심플했고,
각 인물이 가진 이야기도 담백하게 진행되서
무겁지만은 않았다.

이런 셰어하우스가 있다면,
나는 그곳에 들어가 살 수 있을까?
넌지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을 해본다.

"이 글은 넥서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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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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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삶이 없다는 건 알지만
어쩐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건
가장 가까운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일 것이다.
새로운 만남은 기쁨으로 가득하지만,
아무리 먹을 만큼 먹은 나이라고 해도
이별 앞에서 덤덤할 수는 없을 터.

나는 데 순서는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보통의 인생이라면 나이 앞에 장사없다고
가족들도 스스로도 인생의 끝에 대해서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인데,
가장 가까운 최근, 내가 알고지낸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인 외할머니와의 이별은
맞이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가벼운 깜박거림인줄 알았는데,
그것을 시작으로 치매 진단을 받았던 할머니.
집에서 모시기가 힘들어져 집 근처 요양원에 모셨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지난 2년간 면회도 손에 꼽고
제대로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지내다가,
야속한 코로나 때문도 아니고 갑작스런 이유로
할머니와의 이별을 하게 됐다.
마지막 가시는 날 즈음까지도 제대로 보지도
손도 잡지 못했던 게 여러모로 속상했는데
이렇게 떠나시고나니, 모두를 위한다는 이유로
요양원에 모셨던게 정말 좋은 마무리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로이 면회가 가능했던 때에
그래도 아직은 우리들을 알아보고 기억하고
기다리던 할머니를 면회가서는 대화를 나눴었다.
외출하시고 싶냐고, 아직은 날이 추워서
조금 날이 풀리면 산책이라도 하자는 말에
할머니는 "여기 이렇게 있는게 좋은건지 나쁜건지도
모르겠다면서, 다들 이렇게 들어왔다가 죽어서야
겨우 나가는거지 뭐~" 하시는데
그 말이 그렇게 맺혔었다.

좋은 죽음, 좋은 끝이라는게 무얼까?
돌보는 사람도 당사자도 힘들지 않고 미안해하지 않으며
원하는대로 살다가는 그런 끝도 과연 가능할까?
할머니는 그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셨을까?
우리들을 원망했을까?
그래도 이해하셨을까? 하는
끝도없는 질문이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그러다가 이 책을 운명처럼 만났다.
정말 포장 마저도 선물같았던 책이다.

10~11번째 바뀌는 이웃들의 역사를 오롯이 바라보며
한 집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85세의 할머니
"유도라 허니셋"
비록 지팡이를 짚고 걷고,
한번쯤 넘어져서 병원의 신세를 지기는 했지만
매일 꾸준히 수영을 하고, 고양이를 키우며
혼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는 한가지 소망이 있으니
이제 살만큼 살았으니 죽음에 대해서는
본인이 선택하고 싶다는 것!

원치않는 연명치료들로 병원과 집을 오가며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초라한 삶의 끝을
맞이하고 싶지 않고, 내가 원할 때 내가 정한 끝을
직접 결정해서 맞이하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은
어쩌면 '죽음'이라는 것이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로 느껴졌는데, 왜 그렇게 주변과 벽을 두고
혼자서 그렇게 외롭게만 지내려 할까?
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지는
유도라 허니셋의 인생은 정말 순탄치 않고
스스로를 포기하고 미루며 무엇하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 없었던 그녀에게 인생을 떠나는 '죽음'이라도
나의 의지대로 선택하고 싶다는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안락사를 위한 진행을 하면서
담당자와 박사 등과도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들이 허니셋에게 부탁했던 것은
"마지막 선택을 하기까지 지금 살고 있는
인생에 최선을 다해서 살아달라는 것,
또한 본인이 결정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 달라는 것"
허니셋은 자신만의 비밀스런 자유(?)를 준비하면서도
오랜시간 동안 외로움 속에서 혼자만의 성안에서
지냈다면, 조금씩 허물어지고 낮아지는 벽 넘어
만나게된 새로운 친구이자 끝이라고 생각했던
인생에서 구원자가 되어준 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옆집에 이사온 10살 소녀 로즈와
언젠가 그녀가 길에서 넘어졌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알게된 스탠리 마첨이다.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모임에 참여하고,
저녁 안부전화를 하고, 쇼핑을 하고, 파티에 가고,
회전목마를 타고, 나들이를 가는 등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을 새삼스럽게 느끼면서
철저하게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었던 허니셋의
빗장같은 인생도 85세에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어떤 책 중에는 그런 제목도 있다.
"죽고 싶다는 말은 간절히 살고 싶다는 뜻이었다" 라고
어쩌면 인생에서 재미나 소중한 사람을 잊고 잃고
지내온 허니셋이었기에 자발적으로 선택한
죽음이라는 요소가 사실은 간절히 살고싶다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고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을 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없을만큼
스러져가는 이들도 있지만,
'삶'이라는 것이 애초에 원하고 선택해서
시작한 것이 아닌만큼 죽음 역시
나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시간이 기쁘고 슬프고 힘들고 아쉽든
사는동안 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인생을 살아가는게
모두에게 주어진 한번뿐인 삶에 대한 의무가 아닐까?

"죽음에 대한 자발적인 선택"을 충분히 지지하지만,
그 선택에는 어떤 외로움이나 슬픔으로부터
피하고자 하는 도피처로서의 선택이 아닌
"더할나위가 없다"라는 마침표의 선택이길 바란다.

최근에 동생이 읽던 책에서의 구절을 소개하며
안락사를 허용하는 몇 안되는 나라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소극적 안락사
(예를들면 연명치료 중단이라든가)의 허용으로
이제는 죽음을 정말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삶, 좋은 인생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그것 역시 그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인
'나'의 몫이겠지만
최근에 보낸 할머니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왔었을 때
자식된 도리로써, 자식으로써의 마음도 좋지만
무엇보다 궁금했던건 "할머니의 마음"이었다.

좀더 멀쩡한 정신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때
그런 얘기들을 나눴으면 좋았을걸,
분명 어떻게 하고 싶다, 나는 어떤 끝을 맞이하고 싶다
하는 그런 생각이 있으셨을텐데
'죽음', '끝'이라는 것을 어렵게만 생각하며
차마 입에 올리지 않고 넘겼던 것이 아쉽곤 했다.

지금은 이따금씩 책을 읽거나 기사 등을 보면서
또 커뮤니티 등에서 여러 사람들의 케이스를 보며
'죽음'이나 '삶의 끝' 이후의 처리에 대해서
엄마아빠와도 한번씩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물론 얘기를 나누면서 괜시리 울컥하기도 하지만,
연명치료를 희망하는지,
한다면 어느정도까지 시도하기를 원하는지,
장례방식이라든가 수의에 대한 부분까지도
자세하게 깊숙하게는 아니어도
인터뷰처럼 Q&A처럼 간단한 질문들로
엄마아빠와 우리들의 생각들을 가족인 서로에게
알려주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오히려 그게 가장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가장 원하는 결론으로 갈 수 있다는걸 모두 알기에
그런 대화가 가능한 것 같다.

누구나 한 번은 태어났다가 떠난다.
정해진 끝을 알 수 없지만
누군가는 준비를 제대로 하고 후회없이 떠날 것이고,
누군가는 준비없이 갑작스런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다.
허니셋의 소설같은 인생을 읽으며 다짐한다.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더라도,
주어진 하루하루가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나의 감정,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에 최선을 다해서 후회없이
오늘의 행복을 만끽하겠다고 말이다.

우리 할머니가 계시고 아직은 멀쩡 하셨을 때
이런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면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죽음'에 대해서 무겁지만은 않고 제대로 마주하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던 힐링타임 이었다.

"이 글은 한스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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