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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채식 - 비건이 아니어도 괜찮아
홍승권 지음 / 파지트 / 2023년 9월
평점 :
얼마 전 여행지의 한 식당 앞에서
"Sorry, We don't have vegan menu." 라고
적힌 글귀를 보았다.
비건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식사 메뉴 선택지 마저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또 그런 현실에서 실제로 비건을 실천하는 것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1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100명의 비건지향인이
환경 측면에서 더욱 낫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우리가 먹는 일주일의 식탁에서 한끼라도
고기가 아닌 채식을 실천하고,
조금씩 채식 실천을 하는 여럿의 힘이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듣기만 할 뿐 상상이 가지 않던 찰나에 만난 이 책은
채식을 처음 시작하고, 혹은 채식에 대해서
부담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채식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게 아니야'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우리 모두의 채식>은
다양한 채식의 종류와
저자가 직접 비건으로서 실천한
채식에 대해 소개하고
채식의 실패, 치팅과정을 포함해
채식과 동물, 인간의 관계 등
채식에 대한 총망라한 정리를
가볍고 쉽게 전하고 있다.
학원강사로 지내다 번아웃이 오고,
건강이 상하면서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던 작가는
직접 겪은 채식의 생생한 과정을 통해
비건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을 뿐 아니라,
자주 즐겨먹는 채식레시피까지 제공하면서
'맛있고 즐겁게 양껏 먹으면서도
건강도 챙기고 실천할 수 있는 채식'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책에서는 4가지 챕터로 나누어
시작한다 > 안다 > 실행하다 > 실패하고 극복하다 >
채식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채식을 시작하며 좀더 채식에 대해서
자세히, 제대로 알고 싶었던 비기너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첫번째 챕터에서는
본격적인 비건이 되기로 한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학원강사로 시작하여, 번아웃이 왔을 때
건강을 생각해서 시작하게된 채식은
지금은 아이들을 포함해 모든 가족이 함께하고 있다.
많이들 갖고 있는 채식에 대한 오해를 풀어감과 동시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부분에서 마주하게 되는
동물성 성분이 포함된 상품들,
그리고 비건보다는 비건지향을 강조하며
비건이든 아니든 타인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울림이 매우 컸다.
2번째 챕터에서는 채식의 역사 및 종류,
채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음식 및
채식의 나침반이 되어줄 책들을 소개한다.
나 역시 '채식'이라 하면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책을 통해 저자가 소개한
채식의 종류는 내가 알던 것 이상으로 다양했으며
또 부담없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채식의 종류도 있어서 신기했다.
'비덩주의'나 '홈채식'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덩이로 된 고기를 먹지 않고
(육수나 동물성 조미료는 먹을 수 있다.)
집에서 만큼은 채식을 실천하는 등
누구나 쉽게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접근범위를 낮추고 좀더 쉽게 생각하고
나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세번째 챕터는 본격적인 실행의 단계이다.
채식은 맛없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점차 채소의 맛을 즐기고, 습관이 되기까지
작가가 밟아온 과정들
그리고 직접 집에서 즐겨해먹는
7가지의 채식레시피까지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었다.
4번째 챕터는 한번쯤 채식에 도전했다가
장렬하게 실패하고 다시 일반식으로 돌아간
사람들에게 특히나 도움이 될 법한 이야기가 있다.
한번씩 마주하게 되는 치팅 앞에서
치팅을 분석하고 그것을 통해
치팅을 치료하는 과정까지 담음으로써
채식이 즐거워지는 길을 안내한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채식의 시작과 실천을 넘어
채식과 인간관계 (사람들간의 관계에서
함께 '먹는'것을 빼놓을 수 없으므로)
혹은 채식을 넘어 생각할 수 있는 본질의 비거니즘,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채식실천이라는 것이 비건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만
한정된 특수한 식습관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모두가 직면해야할
현대의 과제라는 생각이 점점 커진다.
한 둘의 완벽한 비건보다는 열 명이, 백 명이
'비건지향'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 작은 움직임은
큰 날개짓이 되어 동물과 인간, 나아가 우리가 살아갈
환경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완벽한 비건, 혹은 단호한 채식이 아니어도 좋다고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하나 둘 늘려왔던 육식소비로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온 우리가 그 시간을 역행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걸 반증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일주일에 한번씩 고기를 먹지 않거나
혹은 덩이로 된 고기를 먹지 않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는 채식지향의 방법을 함께 실천해보자고
권해본다. 비건이 아니면 어떠랴. 비건지향이면 어떠랴.
이렇게 변화하고 실천한다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며 고기를 먹은 날,
동물성 성분이 들어간 상품을 쓴 날을 꼽아보면
생각보다 더 자주, 많이 고기를 먹고
동물성 성분의 상품을 썼음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다.
'고기를 먹는다'를 별도로 꼽아서 체크하고 인식하지
않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채식, 자연식물식은 하며
지구의 오늘을 아낄 수 있는 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던 채식으로의 진입장벽을
한껏 낮출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이 글은 파지트로부터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